권남희수필가 인터뷰 . 사진작가 김상미
내 인생 마지막 연극무대를 꿈꾸며
신선희 (국립극장장 )
나는 늘 꿈많은 소녀쳐럼 극장 무대 앞에서 무한한 상상을 펼치며 기쁨을 느낀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기뻤던 일은 무수히 많지만 그 중에서도 내가 직접 제작한 무대에 빛이 들어오고 배우가 서 있을 때의 순간을 잊을 수 가 없다.
최고의 기쁨을 맛보는 순간에서 흘리는 눈물은 항상 가슴 저 밑바닥에서 격한 그 무엇을 끌어올린다.
그러나 가장 기쁜 순간에는 늘 돌아가신 아버지가 떠오른다. 나의 기쁨을 아버지가 같이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기에 나의 마지막 삶의 순간에는 아버지와 조우할 것이라 마음 먹는다.
여러 가지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도 나를 아껴주셨던 아버지의 죽음은 얼마나 큰 슬픔을 주었는지 이십대의 나에게 나의 조국을 원망하도록 만들었다. 정의로웠던 선친에게 두 번이나 정치적 음해가 가해졌던 그 상황은 나를 이 땅에 발붙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죽음이 나를 어떻게 한다 해도 나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란 각오로 떠났지만 고국을 사랑하는 마음과 가족을 아끼는 심정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연극무대를 위해 여러 개의 작품을 한꺼번에 욕심 부려 하다가 망쳤던 적을 생각하면, 최선을 다하지 못해 후회스러웠던 날을 이 땅에서 남은 시간 동안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다가 마감하리라 생각한다.
앞으로 나는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다가 세상을 떠나야겠다.
타인에게 친절하지 못한 태도를 했을 때 후회를 했기 때문이다.
내 인생에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엇이든 욕심을 줄이는 연습을 매일 하면서 느긋하게 인생을 즐겨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지나간 일에 미련을 두지 않는 편이며 또 모든 것을 다 말해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내 자신은 .
아낌없이 누군가를 사랑했던 여러 번의 기회를 떠올리며 괴로움이나 고난까지도 감미롭게 느끼고 있다. 사는 것이 최고의 선물이라고 느낄 때면 고요히 앉아 책장을 넘기듯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간들을 생각한다. 이제 미국에서 고학할 때나, 작품할 때의 어려움은 모두 황홀한 꿈으로 떠오른다. . ‘죽음은 신이 준 최고의 선물’이란 말이 낯설지 않는 날 내 인생 연극무대에서의 황홀한 퇴장을 그려본다.
석양의 사라지는 빛을 바라보면서 그렇게 조용하고 장엄하게 떠날 수 있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 인터뷰는 사단법인 한국수필가협회사무처장 이숙 수필가의 주선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신선희 극장장은 여성문학인회 박금옥여사의 따님이기도 합니다 . )
약력 : 국립극장장 /1945년 12월 11일, 전북 익산시 용연리 59번지에서 신상묵과 박금옥의 장녀
학 력 :
1958년 서울 사대부속초등학교 졸업 . 1964년 경기여자 중고등학교 졸업
1968년 이화여대 영문과 졸업 1971년 하와이대학 대학원 연극학 석사 취득
1977년 뉴욕 폴라코프 무대미술학교 무대디자인과 졸업 01979년 뉴욕 폴라코프 무대미술학교 작화과 졸업
2002년 중앙대학교 대학원 연극학 박사취득
주요경력 :
1983년-1989년 서울예대 교수 (드라마센타) 1988년-1992년 한국공연예술아카데미 및 무대예술아카데미 창설(문예진흥원 산하)
1992년-2005년 중앙대학교 연극과,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 대학원 강의/2000년-2006년 한국무대예술가협회 부회장
1998년6월-2005년12월 (재)서울예술단 이사장 겸 총감독 /2006년 1월-현재 국립중앙극장 극장장
창작활동 및 수상 :
1983년-2006년 60여편의 무대예술작업(무대디자인 및 연출)
“문제적 인간 연산”, 동아연극상외 다수 수상
1987년 경기여자 고등학교 개교 80주년 명예표창
1998년 영희연극상 /1999년 올해의 이화인 상
2002년 무용평론가협회 특별상(가무악 “환생”) /
저 서 :
1996년 『작화』, 문예진흥원 무대예술 아카데미
2003년 『한국 궁중의례의 극장공간 연구』중앙대학교 연극학 박사논문
2006년 『한국 고대극장의 역사』, 열화당
현 주 소 : ssunhi12@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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