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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으로 인류통일을 꿈꾸는 ‘개미’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모든 교류는 국제적으로 광범위해지고 있다. 이에 국내문단도 세계로 눈을 돌리고 직접적인 교류를 통해 공간을 초월한 공동작가 활동을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단법인 한국수필가협회와 새한국문학회는 공동으로 외국작가와의 지상대담을 지속적으로 끌어내어 세계적 작가단체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담 작가 : 사단법인 한국수필가협회 이철호 이사장과
베르베르작가와의 지상대담 (REPONSES DE L'ECRIVAIN BERNARD WERBER AUX QUESTIONS ECRITES DE LEE CHEOL HO, DIRECTEUR DE L'ASSOCIATION DES ESSAYISTES COREENS)
파리 인터뷰 : 재불작가 한경미 (INTERVIEW EFFECTUEE A PARIS PAR HAN KYUNG MI, AUTEUR RESIDANT EN FRANCE)
국내 정리 : 권남희 한국수필 편집주간( REVUE PAR KWEON NAM HUI, REDACTRICE EN CHEF)
불어에서는 e 위에 악상테기가 있는데 한국 자판에는 그게 없으니 대문자로 표시
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두 분 영문 철자 확인해 주세요.
파리의 기온은 29도를 육박하는 여름날씨다. 베르베르씨와 만나기로 한 몽마르트 뒤쪽의 약속장소로 가는 길에는 파리의 유일한 포도밭을 지나는데 그 경치는 언제 봐도 색달랐다. 이 몽마르트 지역에는 파리에서 보기 드문 정원 딸린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베르베르씨가 알려준 번지 수에 도착해 초인종을 눌렀다. 흰 티셔츠 차림의 베르베르씨가 문을 열어준다. 사진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이다. 어제부터 이 집을 사무실로 쓰고 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인부들이 아직 내부공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거실을 통과해 집 뒤쪽에 자리한 자그마한 정원에 도착하니 활짝 펴진 장미며 작은 푸른 숲이 마치 어느 한적한 시골에 도착한 듯한 착각을 자아내게 했다. 베르베르씨에게 한국수필의 이철호 이사장과의 인터뷰를 시작하겠다고 서문을 열었다. (4월 25일 수요일. 파리 한경미 )
이철호 : 반갑습니다. 한국에 잘 알려진 베르베르씨와 언젠가는 꼭 한 번 만나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지상으로 만나게 된 점은 아쉽지만, 프랑스 천재작가로 떠오르게 한 ‘개미’ 를 읽으며 후기까지 써두었던 펜이라 여기면 괜찮겠지요. 근황을 먼저 들려주세요 .
배르베르 : 1주일 전에 개봉된 본인의 영화 “지구인은 우리의 친구”란 영화 선전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외계인의 눈에 의해 보여지는 지구인의 모습을 그린 영화인데, 제가 쓴 시나리오로 만들어진 영화로 현재 프랑스의 50개 극장에서 개봉되었습니다.
이철호 : 첫 번째 영화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영화를 만들게 되셨는지요?
사실 20년 전부터 영화를 만들고 싶어 했었습니다. 단편영화는 이미 몇 개 제작해본 경험이 있구요. 아직 개봉된 지 1주일 밖에 안돼 프랑스 관객의 반응을 뭐라 말하기가 힘든 단계이긴 한데 관객수가 서서히 늘어나고 있는 중입니다.
이철호 : 일곱 살 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한 타고난 글쟁이라고 하는데 그러한 문학적
소양을 갖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베르베르: 고독감에서 글쓰는 습관이 생겨났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항상 혼자였고 그래서 책을 많이 읽었죠. 하루는 너무 심심해서 글이나 한 번 써볼까 하고 글을 썼는데 아주 재미있더라구요. 또 제가 쓴 걸 친구들에게나 학교 선생님에게 보여주었더니 다들 재미있어 하더라구요. 그래서 계속 쓰게 된거죠.
이철호 : 주제 찾기나 글쓰는 게 어렵지는 않으셨나보지요?
저는 말하는 것처럼 글을 씁니다. 말하는게 어렵지 않으니 글쓰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해야 겠죠? 저는 누구에겐가 어떤 얘기를 들려주는 걸 아주 좋아합니다.
한경미 :얘기를 들려주는게 취미라면 그걸 글로 발표하거나 영화로 만들거나 같은 거겠네요?
베르베르: 그렇지요. 중요한 것은 얘기를 들려주자는 거니까요. 마치 어린애들이 쉬는 시간에 농담을 주고 받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형식이 어떻든 그건 상관 없어요.
이철호: 그러나 모든 이들이 얘기에 재주가 있는건 아니라고 보는데요. 어떤 이들은 얘기를 만들어내고 싶어도 상상력이 없어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베르베르씨의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 얘기겠네요?
베르베르: 그렇죠. 반면에 저는 스포츠에는 전혀 소질이 없습니다. 스포츠에 능숙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처럼 이야기에 능숙한 사람이 있듯이 각자가 지닌 장점이 다르다고나 할까요?
이철호 :. 베르베르 씨를 보면 여러 가지 길을 걸어온 저와 비슷합니다. 법학을 공부하고 다시 저널리즘을 공부한 다음 ‘멋진 신세계’작가 올더스 헉슬리와 H.G웰즈를 사숙하고 과학잡지에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작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
나 역시 국문학을 하고 다시 의학을 공부하여 의사의 길을 걸으며 의학잡지에 칼럼을 기고하고 작가활동을 하면서 소설집과 수필집을 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길을 돌아 글을 쓰는 길로 정착하는 것은 결국 작가의 소명의식 때문이지 않나요?
베르베르 : 그렇다고 할 수 있겠죠. 과학과 문학은 궁합이 잘 맞는 부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널리즘은 아이디어 개발에는 충분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항을 끝까지 연구하고 싶어도 항상 현실이라는 사항에 제약을 받거든요. 언젠가는 현실이라는 문턱을 넘어설 필요가 있는데 말이죠.
이철호 : 결국 베르베르씨에게 있어선 문학과 과학의 상관관계가 많다고 볼 수 있겠네요?
베르베르: 저의 문학과 과학간에 상관관계가 많은 거죠. 사랑이야기를 다룬 문학이라면 과학과 아무런 상관이 없죠. 제가 좋아하는 문학은 과학과 연관된 문학입니다. 과학이란 용어보다는 인식, 지식이라고 하는게 더 적절할 것 같네요.
이철호 : 문학에 입문하실 때 가장 어려웠던 일은 무엇입니까
기자들에게 저의 작품을 이해시키기가 가장 어려웠습니다. 기자들은 제 작품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프랑스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기자들이 과학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한경미: 베르베르씨가 과학을 문학에 도입한 첫 번째 작가신가요?
베르베르: 19세기에 이미 쥘 베른느가 있었죠. 현대로 따지면 첫 번째 작가는 아니지만 이런 류의 작가들이 프랑스에서는 거의 주목을 못받고 있는 형편입니다. 일반적으로 과학자들은 문학을 좋아하지 않고 또 문학가들도 과학을 좋아하지 않으니까요.
이철호 :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제가 알기론 프랑스 문학가 중에는 라블레, 셀린느 등 의사가 직업인 사람도 꽤 되는걸로 알고 있는데요?
베르베르: 그러나 그들은 자기 직업을 소설로 다루지는 않았죠. 의사소설가가 사랑이야기를 쓴다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 만약에 의학을 문학소재로 다룬다고 할 경우에 문제가 되는 거죠.
이철호: 기자들에게 이해를 받지 못했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요새도 기자들과 사이가
별로 안좋으신가요?
베르베르: 안좋아요. 기자들이 도통 내 책을 이해하려고 하질 않으니까요. 사실 제 책에 애착을 갖는 사람들은 아이들, 청소년, 교사, 일반 대중들이고 이들에 의해 제 책이 알려지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 책이 학교 교재로도 선택되고 있으니까요.
제가 보기엔 한국기자들은 이런 면에서 좀 더 개방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 책이 한국에서 더 많이 팔리고 있는게 아닌가 쉽구요. 프랑스에서는 과학과 문학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깊은 골이 나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역사도 아주 깊답니다. 쥘 베른느만 해도 기자들에게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으니까요. 서로 연관될 수 없다고 믿었던 과학과 문학을 연결시켰으니 당연하죠. 이건 아주 프랑스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구국가나 영국 등 앵글로 색슨 국가, 이태리, 스페인 같은 나라만 해도 그렇지는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철호 :한국도 소설과 과학이 사이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나라 중의 하나겠네요?
베르베르: 그렇지요. 그러나 제가 한국인이 아니어서 가능했는지도 모릅니다. 프랑스에서도 미국작가에 의해 쓴 과학소설은 번역이 되고 있거든요. 프랑스에서는 ‘아무도 자기 고향에서는 선구자가 될 수 없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철호 : 그건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베르베르씨는 쥘 베른느의 후예라고 생각하고 계신가요?
베르베르: 예.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프랑스 공상과학 소설가입니다.
이철호 : .장편소설 ‘뇌’ 나 ‘아버지들의 아버지’ 작품은 인류사회의 미래를 예측하고 있는데, 그 동기가 과학 잡지에 글을 기고하면서 입니까? 아니면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주제였습니까
베르베르: 둘 다라고 할 수 있겠죠. 저는 항상 미래에 대해 호기심이 많았습니다. 미래를 상상해 보는걸 아주 즐겼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제가 잡지사 (누벨 옵세르바퇴르)에서 과학란을 맡고 있을때 과학에 대해 보다 많은 지식을 접할 수 있었는데 그게 제 글쓰기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죠.
이철호 : . 프랑스에서는 현재 수필문학 작가들에 대한 평가가 어떠한지, 그리고 수필문학의 미래를 어떻게 내다보고 있는지 알려주기 바랍니다
베르베르: 한국의 수필은 아주 독특한 장르로 프랑스에는 없는 분야로 알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도 소설과 시가 아닌 모든 글을 에세라고 하기는 하는데 보통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심의있게 다루는 학술적인 장편 글로 한국에서 말하는 수필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주로 교수들과 과학자들에 의해 쓰여지는데 언론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언론에서 선전하는 에세이책을 보고 독자들이 책을 사기도 하는데 읽기 위해서는 아니고 그냥 서가에 꽂혀두기 위해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글이 조금 딱딱하기 때문이지요.
이철호: . 베르베르씨가 알고 있는 한국작가에 대해 알고 있으면 말씀해주시지요
베르베르: 이런 질문 한국인에게서 자주 받는데 불행하게도 없습니다. 한국문화가 아직 프랑스에 많이 알려진 게 아니어서 서점에 가서 일부러 찾지 않는 한 쉽게 구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이철호: 요새는 그래도 몇 년 전에 비해서는 한국문학이 활발하게 번역 출판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중국문학이나 일본문학에 비하면 훨씬 부족한 편이기는 하지만요. 한국영화도
요새 프랑스에서 꽤 많이 상영되고 있는데 어떤 한국영화를 보았는지요?
베르베르: ‘올드보이’를 아주 재미있게 봤습니다.
이철호 : 한국에서는 단편소설과 시가 아주 많이 읽히고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단편과 시가 거의 팔리지 않기로 유명한 것과는 반대이지요.
베르베르: 제 단편소설책인 ‘나무’가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개미’보다 더 많은 판매부수를 올렸거든요. 제 기억이 맞다면 한국에서 ‘나무’의 판매부수가 백오십만부라고 알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26만부가 팔린 것에 비하면 엄청난 숫자지요. 그런데 프랑스의 판매부수도 단편이라는걸 감안하면 많이 팔린 겁니다. 사실 제 출판업자는 이 소설책을 출간하고 싶지 않아 했어요. 프랑스에서는 단편이 안 팔리니까요. 오로지 저를 보고 출판해 준건데 의외로 많이 팔린거죠. 난 개인적으로 단편을 아주 좋아하는데 프랑스에서는 거의 어떤 출판사도 단편을 출판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게 문제죠. 난 하루에 단편 하나씩을 쓰고 있습니다.
이철호 : 그러세요? 어떤 식으로 쓰시나요?
베르베르: 우선 아이디어를 하나 선택합니다. 그리고는 끝 부분을 결정하죠. 이렇게 처음과 끝을 먼저 정해 놓고 그 안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나갑니다. 저는 1시간 안에 단편 하나를 쓴다는 규칙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철호: . 한국수필가협회에서는 ‘시민과 함께 하는 숲에서의 수필낭독회’행사를 일년에 4회 이상 하고 있습니다. 시낭송과 함께 파리에서의 ‘시낭송’은 뿌리가 깊다고 들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시화전 수업을 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교육과 문학의 함수관계를 어떻게 생각합니까
베르베르: 교육이 학생들에게 책을 가깝게 대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책의 세계를 발견할 수 있게 해준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이 없다면 시에 접할 수 있는 기회도 드물게 되겠죠.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주고 책을 가깝게 하고 즐겨 읽을 수 있게 해주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독서로 인해 젊은이들이 주체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배울 수 있으니까요.
이철호: 지금까지 가장 행복하고 보람 있었던 때는 언제였습니까
베르베르: 12년 전에 내 아들이 태어났을 때. (웃음)
아니면 작품을 쓸 때 느끼는 커다란 행복감. 특히 어느 부분의 글이 아주 잘 써지는걸 느낄 때 커다란 행복감을 느끼는데 그건 저 혼자만의 행복감이죠.
아니면 서점에 가서 많은 독자들 앞에서 강연을 할 때도 행복감을 느낍니다.
제가 서울에 갔을때 한 대형서점에서 강연을 했는데 얼마나 관중이 많았는지 경찰이 바리케이드까지 쳐야 할 정도였습니다. 아주 행복했죠.
한국을 방문했던 기억이 아주 좋게 남아 있습니다. 제가 현재 쓰고 있는 소설의 여주인공이 한국여자입니다. 이름이 이은비라고 합니다.
이철호 : 21세기 문학은 어떻게 변모한다고 생각합니까
베르베르: 영화의 영향을 받아서 훨씬 이미지가 많아지고 훨씬 속도가 빨라질거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저 같은 경우만 해도 소설을 쓸 경우에 나중에 영화화 될 때를 생각해서 문장을 가능한 한 많은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쪽으로 만듭니다. 그리고 21세기에는 책이 점점 더 전자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경미 :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종이로 된 책이 점점 사라지지 않을까요?
베르베르: 그렇지는 않을 것 같아요. 항상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테니까요.
이철호:문학으로 인류 통일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까
베르베르: 가능하다고 봐야겠지요. 문학은 사고를 전달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 사고는 정치인들에 의해 실생활에 적용이 된다고 할 수 있구요. 현재 세상은 계속 분열되고 있는데 건강한 사고와 용기있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 이 분열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모르지 않습니다. 한편에서는 여러 문화가 존재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맹신적인 종교가들이 있기 때문인데 이들은 문화와 책을 아주 싫어하니까요.
이철호: . 베르베르씨의 개미 작품에선 여러번 유토피아가 거론되는데요. 유토피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알려주세요.
베르베르: 우리가 오늘 살고있는 세계는 모순으로 가득 차있습니다. 모두들 뭔가를 두려워하고 있고 점점 이기주의자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죠. 한쪽에서는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있구요. 저는 유토피아를 선의를 가진 사람들이 서로 모이는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 책은 모두 유토피아를 구성하자는 목적으로 쓰여진 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유토피아가 이 세상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 만약 선의를 가진 20명의 사람들이 모여있다면 그게 바로 유토피아가 되는거죠. 제 독자들이 제게 있어선 유토피아 마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인터넷으로 교감하는 독자들의 모임이 이미 유토피아입니다.
이철호: . 베르베르씨는 기후의 온난화 현상 등 점점 파괴되는 기후문제에 민감하신 것 같은데 어떤 관점을 갖고 계시는지요? 과학과 기술이 인간을 결국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베르베르: 단기적으로 보아서는 그렇지 않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착하고 현명한 자들이 길게 봐서는 승리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경우만 봐도 남한과 북한에서 남한이 승리한다고 봅니다. 북한은 과거의 기억과 폭력으로 지탱되는 사회이므로 북한이 승리한다면 우스운 얘기가 되는거죠. 그러므로 한국의 통일은 남한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경우만 해도 지금 너무 경제적인 면만 강조되어 과거 유산이 마구잡이로 파괴되고 있고 착한 자들이 손해를 보고 있는 듯 하지만 언젠가는 그들이 승리할 거라고 믿습니다.
이철호 : ‘개미’에서 베르베르씨는 선천성과 후천성에 대한 언급을 하시는데 사회조직이라는 걸 주요 테마로 쓰고 계신 분으로써 이 선천성과 후천성이 사회조직에 어떤 작용을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베르베르: 아, 핵심을 찌르셨네요. 이 두 개가 서로 연관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개미를 관찰함으로써 우리 인간의 이 오래된 주제에 해답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개미세계에서는 가장 재능있는 개미들이 무성이기에 자기들의 지식이나 학식을 전달할 수가 없습니다. 선천성과 후천성에 대해 저는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는데 내 작품세계에서 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죠. 나는 다윈의 이론보다는 라마르크(1744-1829, 프랑스의 자연주의자)의 이론에 찬성하는 사람입니다. 누구는 우성인자를 타고 태어나고 누구는 반대로 열성인자를 타고 난다는 선천성 이론보다는 누구나 변할 수 있고 자기가 처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후천성을 믿는 편이죠.
이철호: . 지금까지 쓰신 소설 중에서 어느 작품에 가장 애착을 갖고 계신지요?
베르베르: ‘타나토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소설은 영적인 면을 주제로 하고 있는데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영적인 면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제가 가장 많은 야망을 갖고 쓴 책으로 ‘천사들의 제국’과 지금 제가 쓰고 있는 3부작을 낳게 해 준 책입니다. 점점 영적인 면을 중요시 하고 인생에서 철학적인 면을 숙고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이 책은 아주 필요한 책이라고 봅니다. 한국독자에게는 이 책이 다른 책에 비해 별로 알려지지 않은 듯 합니다.
이철호: 소설을 쓰실 때 하루를 어떻게 할애하시는지요?
베르베르: 저는 아침 8시에서 12시 반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소설을 씁니다. 그리고 오후 6시에서 7시까지는 단편 하나를 쓰고요. 공상 단편입니다. 그리고 오후 3시에서 6시까지는 기타 기사를 쓰거나 다른 일을 보구요. 그래서 제가 지금 인터뷰를 당하고 있는 거구요.
이철호 : 마지막으로 지금 준비하고 계시는 작품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지요.
베르베르: “천사들의 제국”의 후편이라 할 수 있는 3부작의 3부인 ‘신의 미스터리’ 책을 현재 집필 중에 있습니다. 제 1부인 ‘우리가 신이다’와 2부인 ‘신의 입김’이 이미 프랑스에서는 출간되었지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아직도 출판되고 있지 않아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아마도 한국 출판업자가 제 3부작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이 책들은 한 부가 600-7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장편이라 한 부 한 부 출판하는게 좋은데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네요. 현재 프랑스에서 출판된 1.2부는 개미를 웃도는 판매부수를 보이고 있습니다. 조만간 한국독자들과도 만나게 될 겁니다.
이철호:. 바쁘신 중에도 이렇게 귀중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베르베르: 한국독자들에게 제 안부 전해 주십시오.
베르베르Bernard Werber 약력 : 1961년 툴루즈 출생. 법학전공. 국립언론학교에서 저널리즘 전공.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과학잡지에 개미에 관한 평론을 발표해오다가 120여번의 개작을 거쳐 1993년 ‘개미’를 발표하여 프랑스 천재작가로 떠오름 .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여행의 책’ ‘아버지들의 아버지’ ‘뇌1.2’ ‘나무’외 다수
본 자료를 월간 한국수필 2007년 6월호 권두대담 으로 나갑니다
* 2007년 7월 25일 중앙일보 대담 -작가 정이현 ( 프랑스 파리 15구 테아트르 31번지 )
7월 9일 국내번역 출간된 신작 <파피용> 100만부 넘는 베스트셀러 다. 한국에 소개된 베르베르의 저서는 11권 이며
모두 500만부 넘게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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