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도 꽃 박람회에 전시된 장독대(촬영과 포토샵/ 글 정리 권남희 수필가 )
어머니의 장독대에는 학독도 있었고 깨진 항아리에는 아버지가 심어놓은 꽃들도 있었다.
어머니는 항아리에 가끔 돈도 감추어두었다. 고추장, 된장도 훔쳐가는 사회였으니 장독은 아주 가정살림의 규모를 나타내주는 곳이고 주부가 얼마나 부지런하고 저알한가를 알게해주는 곳이었다. 늘 닦고 해가나면 뚜껑을 열어 빛을 들게하고 비가 오면 곧바로 덮어야 했기 때문이다. 미련한 남편은 장독을 깨뜨려 아내에게 화풀이하기도 했다.
나의 결혼생활에서 장독대는 존재하지 않았고 거의 필요를 느끼지 못했으니 중요하지 않았다 .
물론 시어머니나 친정 어머니에게 간장, 고추장과 된장을 가져다 먹고 김치만 겨우 담가먹고 살았으니
장독대를 없어도 잘 살았다.
친정 어머니와 시어머니에게는 두 세 사람이 들어가고도 남는 아주 큰 독부터 주전자 모양의 독, 등
이 있었다. 친정어머니는 봄날이면 일년을 위한 장농사를 짓느라 메주콩을 쑤어 메주를 민들고 간장을 담고 다리고 고추장을 만들었다. 지금 나는 고추장도 . 된장도 간장도 만들줄 모르니 딸을 결혼시키면 김치 말고는 모두 사먹어야 한다고 해야 하나?
이 모든 것을 아무 말 없이 해마다 만들어 부쳐주신 어머니에게 감사할 뿐이다.
독이나 항아리는 없고 김치냉장고와 냉장고만 있는 지금 주부들의 살림살이를 생각한다.
냉동고에 한국인 부인 몰래 비자금도 감추어두면서 Free Talking 주제를 '돈은 어디다 감추나?' 이렇게 잡고 공부했던 미국인 선생이 생각난다. 그는 아직도 비자금을 냉동고에 감추고 있을까.
장독대는 여자들의 공간이고 무언가 간직하고 모아두는 곳이기도 했다.
장독대의 꽃이 그리움을 담아 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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