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운 “ 님의 침묵 ” 미래사
1879년 충남 홍성에서 출생하여 향리에서 한학을 수학 한 후 불가에 입문하였다. 시집 <님의 침묵>을 간행하였으며 <유심唯心 >1918 을 창간 발행하였고 월간 불교(1931년)사장을 역임하였다. 3.1운동 당시 33인을 대표하여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피검, 3년 간의 옥고를 치르기도 하였으며 조선의 불교계 및 독립운동에 지대한 업적을 남겼다. 1944년 작고 후 대한민국 건국 공로훈장 서훈, <한용운 전집 >1973 , <한용운 시전집> 1989 이 진행되었다.
*일러두기( 1부는 시집 ‘님의 침묵’의 작품을 모두 실었고 , 2부는 한시漢詩에서 가려 뽑았다. - 표기법은 가급적 원문에 따랐다. 단, 원문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부분적으로 한자를 한글로, 맞춤법, 띄어쓰기, 외래어 등을 현대어로 고쳤다
1. 님의 침묵
-군말 / 님의 침묵 / 이별은 미의 창조 / 알 수 없어요 / 가지 마셔요 / 고적한 밤 / 나의 길 / 꿈 깨고서 / 예술가 / 이별 / 길이 막혀 / 자유貞操 / 하나가 되어 주셔요 / 나룻배와 행인
나의 노래 / 차라리 / 당신이 아니더면 / 잠없는 꿈 / 생명 / 사랑의 측량 / 진주 / 슬픔의 三味 의심하지 마셔요 / 당신은 / 행복 / 錯認 착인 /밤은 고요하고 / 비밀 / 사랑의 존재 / 꿈과 근심 / 포도주 / <?> / 비방 / 남의 손길 / 해당화 / 당신을 보았습니다 / 비 / 복종 / 참아주셔요
어느 것이 참이냐 / 情天恨悔 / 첫키스 / 선사의 설법 / 금강산 / 님의 얼굴 / 그를 보내며 / 심은 버들 / 낙원은 가시덤불에서 / 참말인가요 / 꽃이 먼저 알아 / 찬송 / 논개의 애인이 되어 그의 묘廟에 / 후회 / 사랑하는 까닭 / 당신의 편지 / 거짓 이별 / 꿈이라면 / 달을 보며 / 잠꼬대
桂月香에게 / 인과율 / 만족 / 눈물 / 반비례 / 어데라도 / 최초의 님 / 떠날 때의 님의 얼굴
두견새 / 타골의 시( GARDENISTO)를 읽고 / 나의 꿈 / 우는 때 / 繡의 비밀 / 사랑의 불 / ‘사랑’을 사랑하여요 / 버리지 아니하면 / 당신 가신 때 / 요술 / 당신의 마음 / 여름밤이 길어요
명상 / 칠석 / 생의 예술 / 꽃싸움 / 거문고 탈 때 / 쾌락 / 오셔요 / 고대 苦待 / 사랑의 끝판
독자에게
2부 한시
- 영호 화상에게 만나보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말함 / 선방의 뒷동산에 올라 / 피난 도중 비에 갇혀 머물면서 / 산가의 새벽 / 스스로 시벽을 웃음 / 눈 온 뒤에 한가히 읊음 / 천전 교수에게 화답함
출정 군인 아내의 슬픔 / 동경의 여관에서 매미소리를 듣고 / 맑은 읊음 / 안해주 / 황매천
정사년 십이월 삼일 밤 열시경 좌선중에 갑자기 바람이 불어 무슨 물건인가를 떨구는 소리를 듣고 , 의심하는 마음의 씻은 듯 풀렸다 . 이에 시 한 수를 지음 / 어느날 이웃방과 이야기하다가 간수에 게 들켜 두 손을 이분 동안 가볍게 묶이었다. 이에 즉석에서 읊음 / 병감의 후훤 / 회갑날의 즉흥
해설 -김지홍 / 연보 / 참고서지
해설 ( 김재홍 - 문학평론가 . 경희대 교수 )
이조 중엽 평생을 삼림에 묻혀 살면서 사람들의 凊意를 일으키고 언로를 바로 열고자 진력했던 남명 조 석은 (천석들이 종을 봐라! 거대한 방망이가 아니고는 때려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라는 유명한 시구를 남긴 적이 있다. 이 천석종의 비유는 만해를 생각 할 때 떠오르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혁혁한 독립투사이고 높은 경지의 개혁 승려이고 불후의 명작 <님의 침묵>의 시인으로서 만해는 근세사 초유의 입체적 성격을 지닌 천석종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만해는 작게 치면 작은 대로 소리가 나지만 크게 칠수록 산천대천 세계 큰소리로 울려 우리를 일깨우는 민족의 종, 역사의 종,
자유의 종으로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는 말이다.
만해문학의 특징은 바로 불교사상과 독립사상이 탁월하게 예술적으로 결합된데서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 자유와 평등사상, 민족사상과 민중사상으로 요약되는 만해의 불교적 세계관과 독립사상은 만해문학의 뼈대이지 피와 살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만해문학은 불교사상과 독립사상, 문학사상이 삼위일체를 이룬다는 점이 특징이라는 뜻이다.
1926년에 간행된 <님의 침묵>은 이별하는 데서 시작되어 만남으로 끝나는 극적 구조성을 지닌 한 편의 연작시로 볼 수 잇다. 곧 시집 <님의 침묵>은 시 전편이 이별- 갈등- 희망- 만남이라는 그조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소멸- 갈등- 생성이라는 변증법적 지양을 목표로 하는 극복과 생성의 시편들이라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만해의 시편들이 단순한 이별의 시라고 진단하는 견해는 수정돼야 한다.
이별은 만해 시 전체의 대전제로서 생성에 이르는 방법적인 원리이며 사랑을 완성하는 자율적인 법칙인 것이다. 님을 이별한 시대는 바로 침묵의 시대. 상실의 시대인 것이며 따라서 언젠가 맞이하게 되는 만남의 시간은 바로 참된 낙원회복의 시대, 광복의 시대가 되는 것이다. 이 점에서 만해의 시는 기다림의 시 또는 희망의 시로 이름 부를 수 있다.
다음으로는 만해 시의 도처에 깔려있는 부정적 세계관이다. 즉 < 못한다. 아니한다, 없다,. 말라 >등의 부정적 종지법이 상당수에 달한다. 이와같은 부정적 사유와 비극적 세계인식은 만해가 당대사회를 모순의 시대로 파악하는 데서 비롯된 보인다. 만해는 일제의 강점에 의한 식민지 지배가 근본적으로 모순 된 것이며 이에 대한 타파와 극복만이 정상적인 질서를 회복하는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만해의 일관된 일제에의 저항과 투쟁정신은 그대로 시를 통한 부정적 세계관으로 상징화 된다.
이별이 더 큰 만남을 성취하기 위한 방법적 원리였던 것과 같이 부정은 참다운 긍정을 이룩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전제조건이었던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저항시로서의 만해 시의 참된 면모가 드러나는 것이다. 또 하나 <님의 침묵>의 특징은 신성과 세속의 갈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점이다. <님의 침묵>의 전편을 통독하면 많은 시구가 대중가요와 같은 느낌을 준다. <나의 노래는 세속의 노래구조와는 조금도 맞지않습니다>와 같이 신성지향을 갈망하면서도 본능적이며 인간적인 정감이 시의 밑바탕에 깔려 있으며 그것이 직설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또한 <님의 침묵>에는 숱한 충청도 방언과 토속어가 세련되지 않은 표현으로 평범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향토적 정감의 방언 및 토속어 애용과 서민적은 시어의 활용은 <님의 침묵>의 민중정신을 잘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세석적인 정감의 진솔성이 불러일으키는 인간적 설득력과 함께 세속적인 사랑을 표촐하면서도 세속사의 진부함에 떨어지지 않으며, 목소리 높여 민중정신을 강조하지도 않는 , 바로 이 지점에 참된 민중시로서의 만해 시의 진가가 드러나는 것이다.
여기에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님의 침묵>에서 사랑을 호소하는 주체는 여성으로서 나타나 있으며 시적 분위기 또한 여성적인 정감으로 가득차 있다는 점이다. 여성주체는 물론 여성운이 활용되고 여성적 상관물들이 등장하며 여성적 한과 매저키즘적 성향이 주조를 이루는 것이다. 이러한 여성주의는 불교의 관음사상 또는 인도의 여성사상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지만 그보다는 한국의 시가의 전통에서 연원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옳을 듯하다. 왜냐하면 고려가요는 물론 많은 시조, 한시, 가사, 민요 등의 저변을 이루는 것이 여성적인 분위기와 주체 그리고 이와 상통하는 한과 눈물의 애상적 정서로 되어 있다는 점에서 한 근거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송강이 왕권으로부터 소외를 극복하기 위해 여성주의의 ‘사미인곡’을 쓴 것처럼 만해도 님이 침묵하는 시대애 잃어버린 조국과 민족에 대한 회복의 소망을 역설화한 여성주위적 방법으로 형상화 한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만해 시의 여성주의는 정감적인 호소력을 유발하기 위한 표면적 기법일 뿐 그 내면에는 저항과 극복정신이 잠재해있음을 알 수 있다. 여성주의적인 부드러움과 애한의 정조는 실상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정신적 웅전방식일 뿐 내면에 흐르는 선비정신으로서의 저항정신 및 극복정신과 조화되어 한국문학의 총체적 구조를 형성하는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만해 시의 극복시로서의 면모가 선면히 드러나는 것이다.
더하여 만해시는 은유와 역설 등 시의 방법과 산문적인 개방을 지향한 자유시로서의 형태를 완성시킴으로써 현대시적 특성을 지니게 된다.이 점에서 만해 시는 타고르 등 외래시의 영향을 지적할 수 있겠으나 그보다는 전통시에 그 정신과 방법상의 맥락을 게승하고 있다. 실상 만해 시는 신문학사 초기의 각종 문예사조의 범람 등 서구지향의 홍수속에서 전통적인 시정신의 심화와 확대를 통해서 창조적 게승을 성취한 것이다. 탁월한 만해 시의 은유와 역설 역시 서구의 것만이 아니라 전통시에서 연원한 것이 확실한 것이라는 좀에서 만해시는 민족 주체성을 시적으로 탁월하게 형상화한 민족시로서의 성격을 지닌다 . 이처럼 만해의 문학은 험남한 역사를 살아가는 예지와 용기를 가르쳐주며 , 현실적인 생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신념과 희망을 불러일으켜준다는 점에서 참된 의미를 갖는다. 또한 그의 문학이 한국문학에 있어 가장 부족한 요소인 종교적 명상의 진지함과 형이상학적 깊이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역사와 현실상황에 치열하게 부딪치면서도 물러나 정관하고 투시하는 구도자적 삶 속에서 만해 시가 견지한 미적 거리와 형이상학적 주제의 진지함은 한국 문학의 원숙을 위해 참으로 값진 교훈이라 하겠다. 일관성있는 행동에 따른 실천의지와 저항정신을 깊이있는 불교사상으로 이끌어올리면서 끊임없이 변모하고 스스로 뛰어넘은 만해의 예술혼은 우리가 되살려야 할 소중한 정신사적 자산이 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만해의 시정신과 미학은 어려운 시대일수록 풍란화 매운 향내로써 더욱 그 빛과 향기를 더해갈 것이 확실하다 .
-맺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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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싸움
당신은 두견화를 심으실 때에 , <꽃이 피거든 꽃싸움자>고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꽃은 피어서 시들어가는데, 당신은 옛 맹세를 잊으시고 아니 오십니까.
나는 한 손에 붉은 꽃수염을 가지고 한 손에 흰 꽃 수염을 가지고 , 꽃싸움을 하여서 이기는 것은 당신이라고 하고 지는 것은 내가 됩니다 . 그러나 정말로 당신을 만나서 꽃싸움을 하게 되면 , 나는 붉은 꽃수염을 가지고 당신은 흰꽃수염을 가지게 합니다.
그러면 당신은 나에게 번번이 지십니다.
그것은 내가 이기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나에게 지기를 기뻐하는 까닭입니다.
번번이 이긴 나는 당신에게 우승의 상을 달라고 조르겄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빙긋이 웃으며 , 나의 뺨에 입맞추겄습니다.
꽃인 피어서 시들어가는데 , 당신은 옛 맹세를 잊으시고 아니 오십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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