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한국수필가협회 올해의 작가상 정희승 수상자
사단법인 한국수필가협회는 2010년 '올해의 작가상'을 제정했다. 회원들의 사기진작과 작품성향상을 위한 일환으로 '올해의 작가상'을 제정하여 시상한다. 2010년 1월호부터 2010년 12월 한구굿필에 발표된 수필작품중에서 1인을 선정하여 삼금과 상패를 수여한다 . 한국수필가협회 회원 중 등단 5년차에서 15년 차의 작가들이 수상 대상이다.
수상소감
정희승(dukechung@hanmail.net)
2010년 올해의 작가에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다소 놀랐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2009년에는 「컷이 있는 에세이」를 연재하느라 몹시 힘이 들었다. 정해진 원고 매수를 맞추어 글을 쓰고 컷을 그리는 게 결코 만만찮은 일이었다. 물론 글 내용도 계절을 고려해야 했다. 작년에 내 글이 매월 실렸으므로 올해는 의식적으로 원고를 보내지 않았다. 물론 작품집 출간과 관련하여 바쁘다는 이유도 있었다. 이번에 상은 올해 많은 기여를 해서라기보다는 이런 사정을 감안하여 격려 차원에서 주는 것으로 이해한다. 올해 좋은 작품을 내고도 상을 받지 못한 분들께 한편으로는 죄송한 마음도 든다.
상은 우선 영예로운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어깨에 지워주는 짐이기도 하다. 상을 받은 작가는 앞으로 그 상이 명예를 책임져야할 의무를 지닌다. 아무튼 수상자로서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수필문학 발전을 위하여 이런 상을 마련한 한국수필가협회와 저를 선정하여주신 심사위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정희승(dukechung@hanmail.net)한국수필가협회, 한국수필작가회 이사
작품집 : 『별자리못 전설』, 『꿈꾸는 사물들』
수 상 : 원종린문학상, 제1회 김만중문학상(소설)
주 소 : (우 407-060) 인천 계양구 작전동 580 현대아파트 201동 704호
전 화 : 010-2685-6514, 032-545-6514, dukechung@hanmail.net
돌
정희승
자연사박물관에 가면 공룡 알 화석을 볼 수 있다. 안내문에는 공룡이 낳은 알이 변해서 돌이 되었다는, 다소 믿기지 않는 내용이 쓰여 있다. 어떻게 알이 돌이 될 수 있단 말인가? 누구도 그 신비한 화학작용에 의심을 품지 않는 것 같다. 모두 입을 꼭 다물고 무심히 지나치는 것을 보면. 하긴 그런 내용이 교과서에까지 버젓이 실렸으니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상하게도 그렇게 곧이곧대로 잘 믿으면서 먼 옛날 백석생(白石生)이란 신선이 흰 돌을 삶아먹었다는 이야기를 믿는 데는 아주 인색하고 소심하다. 터무니없는 신화일 뿐이라고 일축해버린다.
왜 알이 돌이 되었다는 지질학자의 주장은 철석같이 믿으면서, 돌을 쪄먹었다거나 증사작반(蒸沙作飯)했다는 이야기는 한낱 허구에 불과하다고 단정해버리는 것일까? 진정 균형감각을 지닌 지성인의 태도인가? 심지어 한 점에서 우주가 탄생했다는 그런 허무맹랑한 이론도 기꺼이 수용하면서 말이다. 눈치를 챘겠지만,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과학이 지배하는 세상일수록 신화나 경전 내용을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다소 생뚱맞은 사람이다.
백석생이 어떻게 흰 돌을 삶아 먹었는지 상상하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다. 돌베개를 높이 베고 외솔 그림자를 덮고 달포쯤 푹 자고 일어나, 출출한 느낌이 들어 시동에게 넌지시 먹을 것을 준비하라고 일렀을 것이다. 동자는 달밑 고운 돌솥에다 흰 돌을 가들막하게 넣고, 감국 포기 밑에서 솟아오른 물을 길어다 잘박하게 붓고는 관솔불을 지폈겠지. 불이 괄지 않게 백우선을 살랑살랑 부치면, 푸른 연기가 솔 향을 품고 산허리를 감아 돌았으리라. 물론 동자는 자기 몫으로 흰 돌 몇 개를 밑불에 별도로 꼭꼭 묻어두었을 거고. 자랑 같지만 나도 찐 돌을 먹어본 적이 있다. 예전에 경기도 가평에 있는 아담한 사설천문대에 자주 갔는데, 밤이 이슥해지면 으레 주인이 소쿠리에 가득 담아 마당 평상 위에 내놓았다. 수십억 광년 떨어진 곳에도 반짝이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확인해버린 우린 할 말이 없었다. 그저 평상에 둘러앉아 나뭇가지로 그것을 묵묵히 찍어먹었을 뿐이다.
알다시피 흰 돌은 잘 익으면 겉이 갈라지며 튼다. 녹말 분이 포슬포슬 오른 것일수록 더 희끗희끗한데 그런 게 맛이 좋다. 쪼개보면 찰지지 않고 메져 쉽게 부서진다. 그래서 그렇게 뜨겁고 파근파근한 것을 먹을 때는 하하 불어가며 침을 잘 섞어서 넘겨야 얹히지 않는다. 급하게 먹다가 사레들려 가슴을 두드리며 물을 찾는 사람도 있었다. 백석생은 이천 살이 넘도록 살았다고 한다. 나는 구태여 그 진위를 따지고 싶지 않다. 별 너머 컴컴한 하늘에도 별이 존재하듯, 자명한 것만이 모두 진실이 아니기에.
올해의 작가상 심사평
2010년부터 시행하는 「올해의 작가상」은 한 해 동안 월간 한국수필에 발표된 수필작품 을 바탕으로 심사를 한다. 신인과 중진작가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등단 5년 이상으로 15년까지로 자격조건을 제한하였다. 좋은 작품임에도 조건에 부합하지 않아 탈락한 작품도 있었다.
예심을 거쳐 올라온 12편의 작품들 중에는 체험을 형상화하여 문학성을 갖춘 수필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작품이 많았다. 바람직한 현상이고 그러나 전체적으로 주제가 약한 것이 눈에 띄고 문장력의 미흡, 구성의 묘를 살리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다.
처음으로 뽑는 수상작품이어서 심사위원들이 장시간 토의를 하였다.
하재준의 「고요히 눈오는 밤에」는 고통을 통해서 하느님을 만날 수 있게 된 내용으로 감동적이지만 완성도가 부족한 점이 아쉬웠고 황경운의 「꿈」은 상상력을 앞세운 구성이 돋보였는데 잠속의 꿈과 희망적인 꿈의 경계가 모호한 점이 안타까웠다. 민강의 「부생공자망」은 보르헤스적 기법으로 접근하여 상상력을 보탰지만 완성도가 떨어졌다. 장경환의 「두 노인」,박종은 「두리반」,한인숙 「보이지 않는 시간 」등 모두 무난한 글이었지만 독창성이나 감동에서 약했다고 본다.
수상작 정희승의 「돌」은 일반 수필의 세계만이 아닌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는 독창성이 주제를 선명하게 부각시켜 문학성을 획득하였다. 당선작을 뽑는데 이견이 없었다.
심사위원장 유혜자. 심사위원 변해명. 최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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