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기념회

전수림이 쓴 권남희 수필가에 대해 (2011년 11월 25일 교보문고 분당점 사인행사에서)

권남희 후정 2011. 12. 18. 11:13

2011년 11월 25일 금 11시부터 권남희 제 5수필집 <육감 & 하이테크> 교보문고 분당점 사인행사  (사진자료는 나중에)

 

 

 

                                                          문학의 나무를 심는 작가 권남희

 

전 수 림(구리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장. 한국수필가협회 운영이사)  

 

몽골사막에 나무를 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막에 나무를 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했지만, 1년에 35만평씩 10년을 가꾸니 마침내 숲이 생기고, 그 숲에서 과실까지 얻어 주민의 소득원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권남희 작가가 문학이란 나무를 심기 시작했을 때, 곁에서 본 바로는 그런 사막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 황량한 곳에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고, 온갖 정성을 다하였습니다. 이제 그 씨앗들이 싹을 틔우고 자라, 어느덧 조금씩이나마 문학이라는 세상에서 그들만의 그늘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권남희 작가는 그렇게 문학의 나무를 심고, 나는 문학의 나무로 심겨지는 관계로 만났습니다.

 

권남희 작가는 삶 자체가 수필입니다. 농부의 딸로 태어나 중견작가가 되기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수필문학지의 편집인이 되기까지, 안 되는 일이란 없는 진취적, 만능탤런트 기질을 가지고 있어 함께 있으면 유쾌하고, 미래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강직한 멘토 기질이 다분한 작가입니다. 그 자질로 길러낸 제자들에게 끊임없이 자양분을 공급하는 이 시대를 앞서가는 하이테크 작가입니다.

 

스스로 앞서가기를 주저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고, 자신의 삼십대를 바람 든 무로 표현할 만큼 가감 없고, 허위의 글을 쓰지 않아야 하며, 그렇고 그런 글을 쓰지 말아야하는 압박감에 시달리면서도, 그 압박을 즐길 줄 알았습니다. 또한 대단한 노력가답게 제5집「육감 & 하이테크」의 표지 글씨를 천 번을 넘게 연습하여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삽 한 자루로 집안을 일으키신 아버지처럼 그는 ‘수필’이라는 도구를 통해 삶을 일구었습니다. 삶의 핵심을 관통하는 능력에서 그리움이 스멀스멀 묻어나는 서정적 감성까지 종횡무진 전천후일 뿐 아니라, 개성이 톡톡 튀는 옷을 입고 거시기를 외쳐도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사랑을 안식처로 삼지 말라고 말하면서도 사랑은 새의 깃털처럼 하늘하늘 사라지는 안타까움이라 말하는 로맨티스트이기도 합니다.

 

권남희 작가는 음식을 맛깔나게 뚝딱 만들어 내는 재주가 있는데, 그것과 걸맞게 수필을 김밥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김밥을 먹기는 얼마나 간편한가. 그러나 김밥 만들기는 먹기처럼 간단하지 않다. 다른 요리를 준비해야 하는 과정과 다를 바 없이 복잡하고 잔손질이 많이 간다. 수필쓰기도 김밥 만들기와 같다.(중략) 아무리 신변잡기의 글을 쓴다 해도 소재정하는 일부터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는 내용전개, 그리고 신선함을 주어야 하는 글 솜씨, 삶에 대한 통찰력 보여주기, 여러 번 다듬어야 하는 작업은 어느 장르의 글쓰기나 다를 바 없이 심혈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라고 했습니다.

 

수필이 가야할 방향을 뚜렷하게 제시할 수 있었던 것은 책사기를 밥 먹기보다 더 즐기기 때문이 아닌가싶습니다. 책 고르는 안목도 뛰어나 지식을 유지하는 노하우가 되고, 더불어 편집인으로 수많은 작가들의 작품을 다루면서도 아무리 오래전에 읽었던 글이라 할지라도 누구의 글이며, 어떤 내용이었는지를 기억하는 뛰어난 중년의 뇌를 자랑합니다.

뛰어난 관찰력을 가지고 있음은 곳곳에서 그 위상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세상은 하나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목숨과 바꿀만한 끈을 갖는 일이 그토록 어려운 일이냐고 외치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인연의 끈을 소중히 여기는 작가로. 세상은 넓고 글 쓸 거리는 넘쳐난다고 외치는 작가로. 감히, 체구는 작지만 큰 작가의 기질로 질 좋은 글을 쓰는 작은 거인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전수림 수필가 (한국여성문학인회 사무차장 )  사인회 진행을 맡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