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필 10월호 권두대담
지금 여기( BE-DO-HAVE) 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는
긍정의 에너지 이현복 수필가
일시: 2012. 9. 21
장소: 한국수필가협회 편집실
대담: 정목일수필가( 본회 이사장)
정리: 권남희 월간 한국수필 편집주간
2012. 8.25 타슈켄트 호텔 세미나룸에서 주제발표를 마친 이현복 교수( 오른쪽 끝)
정목일 : 멀리서 가까이서 선생님을 뵐 때마다 느끼는 점이 있습니다. 과묵하면서 부드럽고 온화하신분이라는 점과 무슨 일이든 선을 넘지않는 절제력을 갖고 슬기롭게 생활하시는 점입니다. 어떤 생활철학이 있으신지요?
이현복: 생활철학이요. 불교신자로서 불교는 생활불교로 내세의 종교가 아니라 현세의 종교로 ‘지금 여기’에만 충실하는 겁니다. ‘지금 여기’에 충실하자. 지난날의 아쉬움과 내일의 대한 두려움으로 오늘을 낭비하지 말자는 삶의 방향이요, 생각하는 삶이 생활철학이 아닐까요.
간단히 말하면 BE-DO-HAVE의 의미를 생각하며 삽니다. ‘지금 여기’에서 나의 존재(BE)의 의미를 찾으며, 존재(BE)를 확인하며 주어진 일을 해야 한다는 DO의 자세로, 일을 하면 그 언젠가는 그 열매로 그 무엇을 이루어 가질 있을 것이란 HAVE의 신념으로 살고 있습니다.
이것이 삶의 철학이라면 철학이겠지요.
그 방향은 ‘지금 여기’에 함께 있는 그 누구에게도 편안하게 하지는 못할 만정 괴롭히거나 불안하게 하거나 더구나 지루하게 하지는 말자며 살고 있습니다. 그냥 하나의 꿈이겠지요.
정: 선생님의 수필집 《외로운 내 영혼아》에서 밝히기도 했지만 “ 문학책을 읽자!문학이 있는 아름다움을 ” 쓰셨는데 주로 어느 때 그런 발견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 처음 이런 생각을 한 때는 1967년 청량 중학교에 근무하면서 경희 대학원에 입학했을 때 조병화선생님이 “문학이 있는 삶은 아름답다. 멋진 사람이 되고 싶으면 문학작품을 읽어라,”라는 말이 의식에 박히면서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세속에 찌들지 않으면서 고독의 낭만을 사시는 조병화선생님을 보며, 어떤 형식에도 매이지 않고 학처럼 사시는 황순원선생님을 보면서 그래 문학이 있는 삶은 아름답고 멋지다고 생각하며 삽니다.
문학은 사람사는 이야기, 그래서 문학작품은 세속의 경전이란 말을 실감하며 삽니다. 오늘을 ‘풍요속에 빈곤이 아니라.“ ’풍요 속에 풍요‘의 삶이 문학의 삶입니다. 여기서 풍요란 정신적 풍요로 화제의 풍요로 정신적 성장이 아닐까 합니다. 왜 멋진 사람이 드믄 세상일까를 생각해 보곤 합니다.
정: 1970년대 적은 숫자의 수필문단과 21세기 팽창된 수필인구의 활동모습은 많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리를 부탁드립니다.
이: 수필문학에 뜻을 두고 수필집-특히 김진섭, 피천득님의 수필집-을 읽으면서 ‘수필은 바로 그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의 석사논문 지도교수였던 황순원 선생님의 말씀 “ 수필을 쓰는 사람들은 참 용기 있는 사람들이야, 어떻게 자신을 드러내며 자신을 벗길 수 있는지” 기억으로는 한편의 수필작품을 쓰지 않으신 분이 황선생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신념으로 오늘의 수필을 읽으면 모두는 아니지만 ‘글 따로 사람 따로’의 수필, ‘체와 척으로 자신을 미화 내지는 포장한 수필’이 있어서 수필이 매력없는 문학장르로 전락하지 않았나 합니다.
그레서 필자는 많은 작품을 못 씁니다. 만일 ‘글 따로 사람 따로’의 작품이라면 인격과 연결되지 않을런지요.?
정: 은퇴자들의 문학활동이 활발해고 있습니다. 장수사회의 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모두 행복을 추구하는 한 방편으로 정서활동을 원하는데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평가를 부탁드립니다.
이:우리 수필교실에서 만나는 회원님들은 외면상으로는 은퇴자입니다. 그런데 내면적으로는 평생 현역입니다. 산다는 것은 일하는 것이며 성장하는 겁니다. 성장한다는 것은 변하는 것이며 변한다는 것은 새로 태어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장수사회는 여생이 아니라 제2의 인생입니다. 작가! 그렇습니다. 뼈를 깎는, 피를 말리는 일 작품 창작의 삶, 배움의 공간에서 새로운 글동무를 만나면서 인간관계의 넓힘, 작품ㅇ을 매개로 한 대화의 나눔들...그 가운데 이웃에게 보내는 최대의 선물 영적성장을 통한 지평의 확대...이 점이 긍정적 미래지향의 삶이 아닐까 합니다.
문학교실은 크게는 장수사회에서 제2인생의 복지의 공간이란 것이 나의 신념입니다. 문단에서는 새로운 인식의 눈으로 제 2의 인생을 꿈꾸는 이들을 바라봐야 합니다.
정: 제 18회 한국수필가협회 우주베키스탄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하면서 느끼셨겠지만 한류바람이 한국문화에 대한 재평가를 하고 있다고 봅니다. 문학의 한류도 기대해보는데 해외 작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느낀 점과 한국작가들에게도 바라는 변화를 말씀해주시기바랍니다.
이:예술의 한 분야인 문학도 세계인의 공통언어의 하나입니다. 일일 생활권의 지구촌 시대에서 문학의 한류를 생각해 보면 우선 한국적인 토착성에서 벗어나 가장 한국적인 것을 작품화 하는 의식의 개혁입니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란 말입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은 정의 형상화, 물질적인 외향적이 아닌 육체적 사랑이 아닌 정이 아닐까 합니다. 그 예로 일본인들을 감동시킨 ‘겨울연가-육적 사랑이 아닌 정신적 사랑의 형상화. 미국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대통령의 초대까지 받았던 미식축구 선수 하인즈워드의 모자간의 끈끈한 정 등등- 더 나아가서 우리의 효사상의 형상화와 보급화가 아닐까 합니다.
정: 고 조경희 선생과의 인연에 얽힌 일화와 협회에 덕담을 주시기바랍니다.
이: 한국수필의 초창기 박사 지도교수였던 서정범선생님 조경희 선생님과 만남의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 인연으로 해서 한국수필 계평을 6년 썼습니다. 두 분 모두 가까이하기 어려운 분이어서 늘 곁을 지키기만 하였습니다.
이제 제 자리를 잡아서 명실공히 한국수필의 본령이 된 월간 <한국수필>의 발전 영원하기만을 기원합니다.
정: 선생님의 독특한 수필이론이나 수필쓰기가 있다면 말씀해주시기바랍니다.
이: 수필에 관한 관견 하나, 수필은 만인의 문학이며 생활문학입니다. 수필은 일상을 사랑하는 사람의 글입니다. 써지는데서 빛나고 만드는데서 시드는 글입니다. 신변의 넋두리 아닌 독특한 체험, 신변의 일을 의미화하여 독자에게 공감을 주는 글이 수필입니다.
정: 언제나 여유가 넘치고 건강하신 선생님의 모습에 아름다운 인생을 느낍니다.
수필과 함께여서 행복하리라 여기면서 감사인사 드립니다.
이현복 약력:
호 현산. 현재 경인교대 명예교수. 롯데문화센터 수필강의.
성남 출생. 서울사대 국어교육과 졸업. 경희대학교 문학석사. 문학박사학위. 경인교대 정년퇴임. 국정교과서 심의위원 역임
저서《인생과 수필 열네강좌》《수필문학논고》등 4권
수필집 《찻잔에 담은 인생》《담배연기 속에 》《언제나 푸르높은 》 《외로운 내 영혼아》등
수상: 국무총리 표창. 한국수필 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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