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한국수필

월간 한국수필 5월호 특집 이달의 합평작품

권남희 후정 2014. 5. 6. 10:35

월간한국수필 5월호 수록 특집 2 이달의 작품 합평 좌담형식

한국수필 4월호 합평작품

월간 한국수필에서는 매달 발표된 수필 중에서 개성있거나 문제의식을 던지는 수필을 선정하여 본회에서 추천한 3분과 합평좌담회를 가지고 토의를 거친 다음 발췌 정리하여 수록하고 있습니다. 글이 한 편 발표되면 3가지 형태의 의도가 탄생합니다. 작가의 의도, 독자의 의도, 그리고 작품 스스로 갖는 의도입니다. 매호마다 선별기준이 달라지는 것을 감안하시고 다양한 읽기를 통해 타산지석의 묘를 얻기 부탁드립니다. 합평에 선정된 작품이 모든 면에서 완성도를 갖추었다고 볼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이번 호에는 재외작가 작품도 읽어주시기 부탁드립니다.

합평작품: 1. 안영환 <부평초>  2. 문희봉< 다섯가지 끈을 가지고 살 수 있다면>  3. 소병임재외작가 < 어떤 여행>

합평위원 (홍억선 : 수필세계 편집인 )

(김영월 : 한국수필작가회 회장)

(안병옥 : 한국수필가협회 이사)

진행 (권남희 월간한국수필 편집주간 )

권남희 편집주간

: 선별한 이유를 근거로 다양한 각도로 원고를 평해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수필쓰기에서 비유와 은유의 역할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감상을 부탁드립니다.

김영월: 안영환의 <부평초>는 작가의 직업상 해외 근무를 떠돌면서 안정되지 못한 삶을 연못에 둥둥 떠다니는 식물인 부평초에 비유했다. 한 번도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보지 못하고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살아 온 운명을 부평초에 빗대어 은유적으로 자신의 회한을 잘 드러낸 수작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너무 비관적 견해가 마음에 걸린다. 작가는 가능하면 독자들에게 긍정적인 인생관을 심어주는 메시지가 더 중요하듯 보인다. 문희봉의<다섯 가지 끈을 가지고 살 수 있다면>은 사람과 끈의 관계를 아주 쉽고 재미있게 비유하여 바람직한 삶의 태도를 이끌어 냈다. 첫째 매끈한 사람이 되는 것, 둘째 발끈하는 사람이 되는 것, 셋째 화끈하게 사는 것, 넷째 질끈하게 사는 것, 다섯째 따끈하게 사는 것으로 전개하여 아주 교훈적인 내용을 담아냈다. 다만 독자들에게 다소 부담감을 줄 수밖에 부분도 있지 않나 여겨진다.

홍억선: 소병임의 <어떤 여행>은 비유나 은유는 역하지만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서정 수필이다. 떨어져 살고 있는 남매의 정이 듬뿍 담겨 있어 전통 수필로서의 가독성이 높겠다고 여겨진다. 이질적인 문화에 성공적으로 적응해온 동생 부부, 그러나 자식의 결혼 앞에서 결국 한국의 전통 정서에 기울어지는 마음이 담담히 읽혀진다.

문희봉의 <다섯 가지 끈을 가지고 살 수 있다면>은 ‘이런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삶의 자세와 가치를 끈으로 비유했다. 우선 화소가 병렬식 구조로 나열되어 있어 독자의 눈을 편안하게 한다. 이 글의 중심 화소는 미끈한 사람, 오기 있는 사람, 화끈한 사람, 용서할 줄 아는 사람, 따뜻한 사람 등 다섯 가지다.또한, 제목 속의 ‘끈’은 본문에서 유추된 핵심어 아니기에 글 전체를지 배하는 낱말은 아닌 것 같다.

안영환의 <부평초(浮萍草>는 주제의식이 분명한 글이다. 인간의 숙명 또는 굴레를 생각하게 하여 짠하게 독자의 공감을 넓히는 글이다. 작가는 선창가를 떠도는 술집여인과 공사판을 전전하는 노동자와 같은 부평초 인생이 되지 않고자 노력하였고, 그 결과 2류 정도의 인생을 살았다고 자부한다. 직업 때문에 세계를 누벼온 자신을 사회 관습에 거리낌 없이 자유분방하게 생활을 하는 보헤미안에 견주기도 했다.

하지만 저수지와 무논에 갇혀 세속의 철책을 넘어서지 못하는 부평초의 군집을 보면서 비로소 자신의 삶이 문명이 만들어낸 관습과 규율이라는 거대한 감옥 속에서의 절규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작가의 연륜 깊은 체험과 그 고백이 진정성 있게 다가오는 글이다. 사유 깊은 작가의 시선이 인간과 자연의 삶을 대비적으로 의미화 함으로써 글의 격을 높아졌다는 평가도 해 본다.

다만 작품 속에 인용한 세르반테스의 삶이 의지할 곳 없는 부평초와 적합한 상관관계를 가지느냐 하는 문제는 논의가 필요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오히려 글의 선명성에 있어서는 삭제하는 것이 가하지 않을까 싶다.

안병옥: 문희봉 <다섯 가지 끈을 가지고 살 수 있다면>은 작가의 인생관을 엿볼 수 있는 글이다. 끈은 다섯 가지의 덕목을 상징하고 있겠지만 본문에서는 제목과의 연관성을 찾을 수 없었다. 첫 단락에 다른 의미로 언급된 끈은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고, 다른 단락과 유기적으로 얽힘이 없는 도입부는 본문과 동떨어져 있는 느낌이다. 다섯 개의 중심문을 적절한 비유로 끈과 연계시켰더라면 의미가 모호해진 제목도 살아나고, 문학적인 향기도 더해질 것이다. 감정도 발효 과정을 거치면 더 아름다워진다.

권: 상상력과 허구는 다릅니다. 수필쓰기에서 상상력도 필요하지만 많은 수필가들이 허구라 착각하여 상상력도입을 거부하며 사실 그대로쓰기만 합니다. 독신으로 살았던 찰스램의 <꿈속의 아이들>은 가정을 이루고사는 자신과 아이들을 상상하며 쓴 수필입니다.

김:수필 쓰기에서 사실(체험)만을 고집할 수 없고 문학성을 얻기 위해선 상상력도 절대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수필 문학의 발전을 위해 허구가 아닌 상상력의 도입은 작가의 역량이고 창의력 함양에 꼭 필요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홍: 첨언해 본다면 글의 형식에 관한 검토가 필요하다. 소병임의 <어떤 여행> 글은 2단 구성이다. 문제는 전반부가 동생의 편지를 그대로 인용했다는 수록했다는 점이다. 수필에서는 전편을 서간 형식으로 다루어도 문제 될 것은 없다. 다만 작가의 글이 아닌 타인의 편지글을 절반이나 직접 인용했다는 점은 매우 위험하게 볼 수 있겠다. 상상력없이 글의 내용이 지극히 평범하고 개별적이라는 것이 눈에 걸린다.

안: 손 편지를 받는 설렘이 눈길을 끈 <어떤 여행>은 서로를 챙겨주는 남매의 각별한 정은 느껴지지만, 이국에서 삶의 회한을 담은 동생의 편지는 지극히 개인적이라 독자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오히려 동생의 편지는 주제와 연관시켜 간단히 언급하고, 남편의 병간호로 지친 작가가 심신을 달래기 위해 붉은 벽돌 안에서 탈출을 꿈꿔 본다는 부분을 잘 살려 자신이 꿈꾸는 여행을 상상으로 묘사해 넣었더라면 더 생동감 있는 글이 되지 않았을까? 일상에서 탈출을 꿈꾸는 독자도 잠시 일탈에 빠지며 동참하기도 할 것이다. 진정성을 바탕에 둔 상상은 수필 문학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도 있다.

권: 수필의 취약점이 물흐르듯 쓰는 구성에 있고 전개에서 강약이 없다는 것입니다. 독자들을 배려하는 글쓰기에서의 분석을 부탁드립니다

: 문희봉의 <다섯가지 끈을 가지고 살 수 있다면 >은 구성면에서 다섯가지 끈에 관련된 형용사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문장을 전개한 점이 돋보인다. 소병임의 <어떤 여행>은 구성면에서 단순히 남동생의 편지 내용을 통하여 작가의 어려운 처지와 여행에 대한 긍정적 메시지를 전달코자 했으나 아무래도 매끄럽지 못한 인상이다.

홍: 수필은 문단으로 의미를 전달하는데 문단은 주제적 진술 문장과 보조적 진술 문장을 구성된다. <다섯 가지 끈을 가지고 살 수 있다면>이 글은 위에서 밝힌 중심 화소가 각 문단의 주제적 진술로 첫 문장을 장식하고 그 뒤에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적 진술이 결합되어 있다. 그러니까 구체적 사례의 진술이 주제 문장을 뒷받침해야 그 문단은 유효한 설득력을 가지게 된다. 3문단 물감 한 방울의 예, 5문단 다산 정약용의 과골삼천, 6문단의 어느 회사의 사훈과 ‘화끈한 삶’, 등은 주제 문장을 인과적으로 뒷받침하는가 하는 검토의 여지가 남는다.

안: <어떤 여행>의 첫 문장 ‘괜스레 마음이 어수선하다.’는 무심한 듯 감정을 툭 던지며 독자를 불러 세웠지만, 글 전체의 흐름은 물론 바로 이어지는 문장과의 개연성도 없어 독자는 선뜻 작가의 감정을 따라나서기 어렵다. 첫 단락 특히, 첫 문장은 독자를 자신의 글로 인도하는 마력을 지녀야 한다. 그리고 동생의 편지글로 지면의 절반가량을 채운 것은 구성도 산만할 뿐 아니라 주제마저도 모호하게 만들었다. 사적인 감정에 갇혀 글쓴이의 정서에 동참하고픈 독자를 배려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부평초>는 사회적 소임을 다하고 제 자리에 돌아온 사람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을 회한처럼 토로하고 있다. 일류일까 이류일까 삼류일까? 누구나 한번쯤 자신을 대입해 돌아볼 수 있게 한 것만으로도 인상적이다.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온 것 같지만 실은 마음대로 살아본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다가 떠날 것 같은 허망함의 씁쓸한 느낌이 마음 깊이 와 닿는다. 부평초에 관한 긴 설명과 에피소드는 글 전체에 흐르는 애잔한 정서를 방해하는 듯 했으나 곳곳에 자신에게 독자에게 되물어 보는 표현 방식으로 느슨해지려는 문장에 변화와 탄력을 주었다. 단순한 표현기법이지만 야속한 세월에 맞서려는 장년의 노기(怒氣)가 강하게 전해졌다.

권: 합평작품을 읽은 총평도 부탁드립니다.

김: <부평초>는 수초를 통한 소재가 허무한 인생을 비유하는 기법이 돋보였고 <다섯가지 끈으로 산다면>은 독특한 비유로 공감을 얻는데 비교적 성공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어떤 여행은 이민자의 자녀 교육과 결혼이 갖는 고충사항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서술했으면 독자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아쉬움이 있다.

:수필은 자기 표출의 기능이 있기는 하나 다중의 공감을 매체로 하여 재미와 깨우침이라는 일반화의 원리가 효용성으로 작동한다. 수필은 재미를 앞세워 다중에게 널리 영향을 미치는 교술 문학이다.

: 발표된 글은 온전히 독자의 몫이다. 독자는 재미와 감동 또는 잔잔한 깨달음이 있어야 글 속에 빠져든다. 궁금증과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는 글은 외면 받는다. 세 편 모두 경험과 연륜을 느낄 수 있는 삶의 지혜를 담고 있지만 독자의 눈길을 끄는 흡인력 없는 밋밋함이 아쉽다. 수필가 윤오영은 좋은 수필을 읽고 난 느낌을 ‘그들의 가슴에는 항상 벅찬 무엇인가가 충만해 있다. 이 충만한 물결이 넘쳐흘러 글이 된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소리를 낸다. 이 소리가 울려 글이 된다.’고 했다. 소재에 대한 깊은 응시와 통찰은 작가의 기본이다. 거기에 독자에게 재미? 감동? 깨달음? 무엇으로 다가갈 것인지 반드시 생각해야한다. 독자 없는 작가는 없다.

*합평위원자격은 누구나 있다고 봅니다. 원로에게만 이 코너가 개방된 것은 아닙니다. 협회에서 충분히 검토하고 한정된 위원을 선정해야하는 이유로 원로수필가 .중진수필가, 신인으로 다양성을 근간으로 균형을 맞추었습니다. 합평위원에 뜻이 있으신 수필가는 편집부에 연락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