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남희의 독서일기

뒷모습 -미셀투루니에-글 / 에두아르 부비에 사진

권남희 후정 2010. 1. 23. 16:37

뒷모습 

             미셸 투루니에 글 . 에두아르 부바 사진

                                현대문학 출판


 

미셸투루니에  (Michel Tournier )

 <방드르디> <마왕> 등의 신화적 소설, <짧은 글, 긴 침묵><예찬> < 흡혈귀의 비상> 등의 산문들로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생존하는 프랑스 최고의 작가. 아카데미 콩쿠르 종신회원. 박학하고 재치있고 삶의 근원적인 문제와 관련된 구상적 문체.<가면의 황혼> <캐나다 여행자 수첩> <열쇠와 자물쇠> 등 사진작가나 사진에 대한  글을 모은 책들도 선보였다.


에두아르 부바(Edouard Boubat1923-1999)

제 2차 세계대전 중 파리 에콜 에스티엔느에서 사진 요판술을 공부했고 사진술은 독학, 그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순간’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탁월한 능력은 타인들에 대한 관심에 역점을 둔 전후의 미술 성향과 조화를 이루었다. 생 제르맹 데 프레의 라윈 서점에서 첫 전시회 개최, 1947년에 코닥 상을 수상, 고급 예술지 <레알리테>와 오랫동안 협력, 1976년부터 독립작가로  활동. 1977년 사진축제 ‘아를르의 만남’을 기획 1984년에 사진 부문 국가 대상을 수상했다. 

김화영 

고려대학교  불문과 교수. 문학평론가.

<문학 상상력의 연구> <행복의 충격> <바람을 담는집 > <소설의 꽃과 뿌리> <시간의 파도로 지은 집 >등 10여권의 저서 이외에 쟝 그르니에, 파트릭 모디아노, 로제 그르니에, 로제 그르니에, 레몽 장, 크리스토프 바타이유 등 프랑스 주요 작가들을 한국에 처음 소개하였고 <알베르  카뮈 전집> 15권. <섬> 등 60여권의 역서를 내놓았다.   

        

발소리 

내가 죽으면 사람의 왕래가 잦고 활기찬

뜰안, 산책하는 사람들의 눈을 끄는 보기좋고 기발한

모자이크 장식 밑에 묻어주었으면 좋겠네. 내 배위에서

약사의 낯익은 실내화나 카드 점치는 여자의 슬리퍼

끄는 소리, 어린 소년들 맨발이 찰싹대는 소리, 줄넘기

돌차기  놀이하는 어린 계집아이들 신발 부딪는 소리를

나는 듣고싶네.

이 흙속에 몸을 감춘 죽은 이들은

아늑하여라, 흙이 그들을 감싸주고 그들의



신비를 말려주나니, 라고 시인*은 말하더라.

그러나 관 속의 침묵은 흑판과 같아서

어린 아이들의 맑은 목소리와

산 사람들의 발소리가 그 위에 와서 새겨지나니.

* 폴 발레리 (해변의 묘지)   

  


역자의 말

문득 걸음을  멈춘 존재의 뒷모습


미셸투루니에는 이제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프랑스 최고의 작가들 중 한 사람이다. 이미 고전이 된 그의 소설 <방 드르디, 태평양의 끝> <마왕> <황금 물방울> , 단편집 < 황야의 수탉>은 말할 것도 없고 산문집 <짧은 글, 긴 침묵> , <예찬>, <사상의 거울> 등의 산문집도 이미 우리 말로 번역 소개되어 있다. 따라서 그의 작품 세계를 고새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될 것이다. 박학하고 호기심많은  이 작가는 소설과 산문 이외에 사진에도 각별한 관심을 가져서 사진작가들의 작품집에 독특한 시각의 글을 붙여 여러 권의 책을 내놓은 바 있다. 사진작가 에두아르 부바와 더불어 여행한 기록인 <캐나다 여행수첩> 1974 , 을 시작으로 사진과 사진작가에 관한 글 <가면의 황혼>1992,  D.Appeit , E.Baitel. Cl Batho, 부바 등의 tkwlsdp 붙인 글 < 열쇠와 자물쇠> 1996, 그리고 여기에 번역한 <뒷모습>갈리마르 1993, 이 그것이다. 한편 그는 1987년 12월에서 1988년 2월까지 파리 시립미술관에서 여러 사진작가들의 작품들 가운데서 직접 골라 낸 사진들로 전시회를 열고 그 카탈로그로 <미셸투루니에의 이미져리>를 펴 낸 바 있다.

그러나 이런 사진집들은 한정판으로 출간 된 탓으로 일반 서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책들이 아니었다. 지난 봄, 파리 시청 옆의 거처에 두어 달 머무는 동안 나는 그 인근의 유서깊은 마레 거리를 자주 산책하곤 했다.  그 골목 안의 꽤 큰 중고서적상에 우연히 발길을 멈추었다가 문득 마주친 책이 바로 <됫모습>이었다. 제목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직접 펼쳐보게 된 것은 처음은 그 책을 나는  무슨 보물이나 마난ㄴ 듯 , 손에 넣는 즉시 근처의 볕좋은 카페 테라스에 앉아서 몇 번을 되풀이하여 읽으면서 부바의 아름다운 사진에 눈길을 포개어놓고 있었다. 사진과 글이 주는 매혹, 그리고 그 두 예술가에 대한 애착 때문에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로 무작정 무작정 미셸투루니에의  텍스트를 조금씩 번역하기 시작했다. ....... 생략 / 뒷모습은 정직하다. - 뒷모습은 단순 소박하다- 뒷모습은 골똘하다 - 뒷모습은 너그럽다 -  뒷모습을 보이는 사람은 나와 같은 대상을 바라보는 동지다- 뒷보습은 쓸쓸하다-  ...... 사진 속의 이 다양한 뒷모습을 들여다보고 있다가 다시 살아움직이는 삶의 앞모습을 만나면 즐겁다. 그러나 그 즐거움의 배경에 오래 지워지지 않는 뒷모습들이 더러 있다. 이것이 바로 미적 균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