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한국수필2

월간 한국수필 4월호 (창간 40년 맞다)

권남희 후정 2010. 4. 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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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차 향기

정 목 일(사단법인 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 )

 

봄은 ‘보다’라는 동사가 명사형으로 된 말이라고 한다.

‘봄’은 그 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을 만나게 됨을 말한다. 얼어붙었던 땅이 풀리고, 마른 가지에 물기가 돌고, 죽었던 나무 가지에서 움이 피어난다. 양지엔 풀들이 돋아나고 있다. 얼음 밑으로 물이 흐르고 삭막하고 황폐하던 세상은 어느새 온기가 돈다.

삼동(三冬)은 혹한과 바람과 추위 속에 몸을 움츠리고 견뎌내야 할 인고의 세월이다. 사람들은 어서 봄이 오길 고대하며 꽃이 피길 기다린다. 여인들은 봄 마중을 나간다. 양지 바른 산비탈이나 들판에 쑥, 냉이. 씀 바퀴 등이 돋아난다.

쑥!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흔한 풀이다. 단군신화에서부터 친근한 이름이다. 쑥과 마늘로서 곰이 사람으로 변하고, 우리 민족은 그 후손이 되었으니 쑥과는 생태적으로도 불가분의 관계이다.

봄이 오는 것을 산수유, 매화가 먼저 알리지만, 우리 밥상에 봄의 미각을 알리는 것은 쑥국이다. 언 땅을 비집고 솟아난 쑥에서 봄 향기가 물씬 풍겨나는 것을 느끼며 쑥의 생명력이 맛으로 다가온다. 쑥국을 먹으며 우리는 비로소 봄을 확인하고 봄맛을 느낀다.

아, 우리 강토에 제일 먼저 봄을 불러오는 것은 쑥이 아닌가. 추위와 얼음을 마다하지 않고 쑥쑥 솟아나는 풀이여! 쑥보다 더 기가 강한 생명체가 어디 있으랴. 쑥국을 한 그릇 비워내면 봄기운이 온몸에 퍼지며 활력을 얻는다.

쑥은 한국,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하며 양지 바른 풀밭에서 잘 자란다. 어린순은 떡을 해 먹거나 된장국이나 국을 끓여 먹는다. 약재로 사용할 때는 5월 단오에 채취하여 말린 것이 약효가 좋다. 복통, 토사, 지혈제로 쓰고, 냉으로 인한 생리불순이나 자궁출혈 등에 사용한다. 여름에 모깃불을 피워 모기를 쫓는 재료로도 사용하였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쑥은 그 맛이 쓰면서 매워 비, 신, 간 등에서 기혈을 순환시키며, 하복부가 차고 습한 것을 몰아내는 효능을 지니고 있다고 적혀있다.

비타민 A와 C의 보고인 쑥은 특히 환절기 식품 중 으뜸으로 손꼽힌다. 피부건조, 호흡기질환, 각종 알레르기성 증상, 위장병 등을 예방 및 치료하는데 쑥은 아주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쑥은 위장을 튼튼히 해서 식욕을 돋우고 천식에도 좋으며, 특히 쑥환은 식욕촉진과 함께 소화에 특효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명의별록"에는 쑥을 백병을 구한다고 극찬할 정도이고, "본초강목"에는 쑥은 속을 덥게 하고, 냉을 쫓으며, 습을 없애준다고 기록되어 있다.

특히나 여성에게 좋은 쑥은 칼슘, 철분 등이 많이 들어있는 훌륭한 알카리성 식품으로 산성체질이 되기 쉬운 우리 몸에 좋은 역할을 한다. 쑥은 몸을 따뜻하게 아래배가 차면서 아픈 경우, 자궁이 차서 불임의 경우, 임신 중 유산 기운이 있는 여성에 좋다고 한다.

현대의학으로도 확인된 쑥의 효능은 살균작용, 진통작용. 소염작용, 피를 맑게 하는 작용을 한다고 하였다.

건강을 위하고 향기를 즐기는 데 쑥차만한 차도 드물다. 쑥차를 만들려면 우선 양질의 어린 쑥을 구해야한다. 쑥을 캐는 일은 아주 즐거운 일이다. 가족 나들이로도 최상의 봄기운을 느낄 수 있다. 나물로 무쳐먹고, 튀겨 먹고, 국도 끓이고, 남으면 말려 가루도 만든다. 거기다가 차까지 만들 수 있다. 한 사람이 하루 내 뜯으면 어린 생쑥 2~3kg은 무난하다. 쑥차의 경우는 어릴수록 맛과 향이 좋다. 대개 3월말부터 4월 초순까지 채취한 쑥으로 차를 만들면 되리라.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산 속, 황토밭이고 소나무 밑에서 자란 쑥이면 더욱 좋다. 비온 뒤는 사흘 후 쯤이 돼야 좋다. 깨끗하고 믿을 수 있는 곳에서 채취한 어린 쑥을 준비한다.

채취한 쑥은 하나씩 잎을 펴서 나눈다. 먼지를 씻어낸다. 채취해 온 쑥이 깨끗해 보여도 10회 이상 씻어내야 한다. 생쑥 1kg으로 대략 100g의 쑥차를 만들 수 있다.

후라이판에 덧고 비비고 하는 과정을 아홉 번 거친다. 소쿠리에 한지를 깔고 그늘에 보름 동안 말린다. 쑥차 만들기 과정에 있어서 말리는 과정이 중요하다. 주변이 정갈하지 않으면 잡냄새가 묻히게 되므로 주변을 정돈해야 한다. 나무들 사이에 말리는 게 좋고 명상 음악을 틀어 놓아도 좋다. 쑥차를 만드는 핵심은 쑥의 독성을 제거하는 대신 향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는 점이다. 쑥은 국화과의 식물이기에 씁쓰레하면서도 끝머리엔 은은한 국화 향기를 머금고 있다는 게 매력이다.

쑥차는 다른 차에 비해 약효능이 뛰어날 뿐 아니라, 여성들에겐 미용 효과까지 있어서 환영받는 차다. 쑥차는 스물 번까지 우려내어도 은은한 향이 그대로 있을 정도여서 오래 마실 수 있다. 가장 손쉽게 만들 수 있고, 약효나 맛과 향기가 일품인 쑥차는 건강에도 탁월한 효과가 보장된다.

이웃에 쑥차를 만드는 이가 있어서 일 년에 몇 통씩 선물로 받아서 즐겨오고 있다. 쑥차를 마실수록 그 맛은 오래 전부터, 어쩌면 전생부터 맛들여온 것인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질 때가 있다.

생활차로서 맛과 향기가 우선이라 하겠다. 쑥차는 맛과 향기에 있어서도 일품이요, 건강과 약 효능까지를 챙길 수 있는 차여서 더욱 좋다. 언제나 우리에게 봄의 기운과 생명력을 전해주는 민족 체질상으로도 가장 맞는 차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