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용

한분순 시조시인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장) 인터뷰 문파문학 겨울호 2012.

권남희 후정 2012. 12. 22. 19:25

 

문학을 생각깊은 연인삼고 문단의 다정한 공기가 되어 꿈타래를 풀고있는

한분순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장 ( 시조시인. 소설가 )

양띠 시조시인 한분순선생은 자그마한 체구에 얼핏 여린 소녀같아보이지만 내년이면 문인 43년의 길로 접어드는 거장이다. 시집『손톱에 달이 뜬다』와 시화집『언젠가의 연애편지 』두 권을 출간하고 국제펜클럽 제 1회 송은 시조문학상을 수상하는 한분순 시조시인을 만나러 운현궁 돌담길을 걸어간다. 햇살은 한가롭고 선생의 시구‘하루쯤 사랑에 놀아나도 괜찮다’가 문득 떠오른다. 겨울이 오는 길목에서 선생은 몇 년 전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장 취임사에서 했던 말처럼 ‘주머니에 가득한 햇살’을 꺼내고 있나보다.

일시: 2012. 11. 22.목 오후 3시

장소: 운니동 한국여성문학인회 사무실

대담: 권남희 수필가(월간 한국수필 편집주간 )

한국여성문학인회 운니동 사무실은 책과 문학자료, 역대 회장단 사진액자가 걸려있어 분위기부터 매혹적인 작가의 집인 채로 문학적 정취가 넘쳤다. 창조와 고독의 집에서 회장님이 직접 타주시는 커피 한 잔은 문학사에 남을 에피소드로 그 맛은 더욱 구수하다.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장부터 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회장을 거쳐 한국문협부이사장까지 두루 거치다보니 작가들을 대하는 마음씀씀이는 작은 키를 넘어서 우뚝 솟고 넉넉하다. 조금 늦은 지연희수필가. 시인( 문파문학 발행인)에게도 커피를 직접 타주신다. 문단의 대선배이면서도 소탈하고 권위의식이 없어 사랑이 넘친다.

선생은 “여성문학인회 문턱을 낮추었더니 젊고 실력있는 후배들이 많이 입회했다. 기쁜일이다.”며 미소를 짓는다. 여성문학인회 입회기준은 까다롭고 문턱은 국내 문단에서 가장 높았다 할 수 있다. 등단 10년이 넘어야 하고 작품집 두 권을 낸 다음 이사회에서 심사를 받아야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어찌보면 후배들에게는 걸림돌이 될 뻔했던 장치들을 걷어낸 선생이 가장 먼저 한 일이 후배작가 영입이었다.

작가에게는 문학을 하게 된 배경이 이미 어릴 때 숙명처럼 만들어진다고 본다. 선생이 보여준 흑백사진 한 장에는 단발머리 여중생이 전교생이 보는 조회 시간에 교장선생님에게 상장을 받는 모습이 담겨있다. 보성여중 3학년 때 전국 중학생이 참가한 제 1회 이승만 대통령 탄신기념 백일장에서 시부문 장원을 한 것이다. 그 영광이 선생을 작가의 세계로 이끌줄이야! 경무대 초대를 받아 프란체스카여사도 만나고 영부인이 영접을 하여 내부구경은 물론 뒤뜰 구경까지 한 그 날은 평생 잊지못할 사건이었으리라. 백일장 장원은 신문에 소개가 되어 그 후로는 교지의 단골 작가로 활동하고 줄곧 글을 쓰는 학생으로 만들었다.

어렸을 때 일이라 자료를 제대로 간직하지 못했는데 얼마 전 서울신문사 사장을 지냈던 신우식선생이 전화를 걸어왔다고 한다. “서울신문사 자료실에 들렀다가에 굉장한 자료를 찾아냈는데 팩스로 보내주겠다.”

선생은 최근 트위터에 45자인 시조로 안부인사를 묻는 것도 좋지않겠냐는 글을 올렸는데 20대에 시조를 선택한 이유를 여쭈었다. 선생은 독학으로 문학공부를 하여 <문장>지에 ‘봉선화’ 시조로 등단한 김상옥에게도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시인 유치환에게 5천통의 편지를 받았던 이영도 시조 시인에게도 아낌을 받았는데 그분들은 교회 전도사였다. 시조에 호감을 가진 이유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시조가 운율도 맞고 자유형태라해도 리듬있는 정서에 호감을 가졌는데 시를 먼저 데뷔하고 시조를 공부했다. 서울신문에 응모를 했는데 한 번에 당선되어 놀랐다. 26살이었다. 왜냐하면 10년동안 응모해도 최종심에만 오르고 당선되지못하는 동창도 있었기 때문에 운도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여자들은 힘들었다. 70년 초 당시 분위기가 여자들은 결혼하면 글을 쓰지 못한다는 이유로 남자들을 권장했다. 신춘문예 당선 후 인터뷰도 많아졌는데 김지하의 시 <오적>을 실어서 폐간된<사상계>, 주부생활, 이어령선생이 계시던 문학사상 등이었다.

당시 여성동아에는 박완서선생님이 40세가 넘어 소설에 당선되었는데 주부에 최고령이라는 기사가 대대적으로 나왔다. 이러한 굴곡을 거쳐 장수사회로 진입하는 현재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하면서 원로같이 보이는 신인 문학인이 많아진 게 현실이다. 지금은 문학세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 젊은 층이라해도 40대 이상이다. 신춘문예 심사도 하시는 선생은 젊은 층이 사라지고있는 문단에 걱정반 기대반의 의견을 보탠다.

“신춘문예도 그렇고 문학에 20-30대가 드물어요. 40대가 젊은 층이 되었어요. 문학소녀소년기도 없고 문학청년기가 사라진 이유는 많겠지만 입시준비가 첫 번째 이유이고 다음은 대학에 합격해도 곧바로 취업준비를 해야하는 부담감 때문이라 하겠지요. 여성들은 결혼하고 아이들을 키운 다음에 문학공부를 다시시작하고 남성들은 퇴직후 자기 시간을 비로소 갖게 되면서 문학에 입문하는 경우가 많아졌지요. 치열함 대신 고급 취미생활로 안주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도 합니다. ”

문단의 위계질서가 없어졌다는 것을 가끔 느끼는데 20대 등단의 선생은 최고참인데 70대 신인들에게 커피를 타다드릴 때라고 한다. 좋은 의미로 민주화 시대이고 문학잡지별 동아리모임으로 만족하는 것도 이유 중의 하나라고 본다.

박완서 소설가는 현재 나이에 0.7을 곱하는 숫자가 진짜 나이라고 했다. 맞는 논리이다. 지금 40대를 대하면 외모나 정신연령, 신체가 20대같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나이 들어가면서 글을 쓴다는 일은 좋은 현상이다. 정체성을 찾을 수 있고 자기 치유적인 면이 강하기에 글쓰기를 권장하지만 패기와 신선감이 약하다는 평은 피해갈 수 없다. .

언론계에서 오래도록 일을 한 선생은 인맥이 넓다하겠다.

서울신문. 세계일보 등 주로 인쇄매체에서 일하다보니 문화계와 문인들을 많이 접촉했다. 지면에 문인들 칼럼난도 만들어보고 여성지Queen을 창간했고 스포츠 투데이 편집국장을 하면서 문인들을 거의 알고 지내며 신임을 쌓았다고 할 수 있다. 보람을 느꼈던 일은 25시 작가 게오르규가 한국에 왔을 때 한국문학(이문구 소설가 편집장)의 객원기자를 했는데 김동리 소설가와 인터뷰자리에서 기록을 하기도 했다.

한류바람을 타고 시조가 오히려 한국문학을 알리기에 적합하지 않을까 기대를 했다. 선생의 표정이 밝아진다. 그동안 한국은 문학소비국가였는데 이제 문학도 수출할 때이며 시조가 적합하다고 운을 떼었다. 일본 하이쿠와 완전히 다르고 중국아류도 아닌, 시조가 독자적으로 브랜드가 될 것이라며 기뻐하신다.

시조 사랑 못지않게 한국여성문학인회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신 선생에게 80년대-90년대에 비해 침체된 여성문학인회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지 질문을 했다.

문학단체가 친목단체도 좋지만 우리나라에서 3번째로 큰 단체가 한국여성문학인회라고 알고 있다.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한국본부 다음 여성문학인회인데 1965년 창립한 단체를 법인등록도 하지 않은 채 지원도 받지 않겠다는 것은 모순이다. 한국여성문학인회 대표전집 100권짜리를 만들고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아직은 임의단체라 낮춰보고 세금공제를 받지못하는 기업이나 정부지원이 없는 상황이지만 작고문인행사도 지원을 받아 완성하고싶어하신다.

아직도 문학은 현재진행형 연인이라는 선생의 속내를 엿보고 싶어 선생의 시 한편을 적는다.

언젠가의 연애편지

다정한 고백속의 / 옛 짝사랑은 /바스락/ 꽃무늬/

날 것의 마음을 / 글에/ 굴려/ 넘치는 /치장

여태껏 들키지 않은 속내/ 모레쯤엔 부쳐야지. 한분순시집 『손톱에 달이 뜬다』에서

 

 

                                   왼쪽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장 한분순 시조시인.  권남희 한국수필가협회 편집주간

한분순 시조시인.소설가

현재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장. 충북 음성 출생(1943) .서라벌예술대학 졸업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1970)한국시조시인협회 수석 부회장 역임

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 회장. 한국시조시인협회 수석부회장. 한국소설가협회 이사. 한국여성문학인회 이사.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윤리위원

조선일보, 서울신문 신춘문예 심사위원. 중앙일보 중앙시조대상 및 제20회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심사위원. 《시와세계》제2회 이상시 문학상 심사위원. 이호우 이영도 시조문학상 심사위원장. 한국방송대상 심사위원

《소설문학》편집국장 겸 출판편집국 주간, 서울신문 출판편집국 퀸 편집부장·출판편집국 국장, 세계일보 편집국 문화부장 겸 부국장, 스포츠투데이신문 편집국(문화)국장 역임

한국시조문학상, 정운시조문학상, 한국시조시인협회상, 가람시조문학상, 한국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외

시조집『실내악을 위한 주제』,『서울 한낮』,『소녀』등

장편소설『흑장미』산문집『한줄기 사랑으로 네 가슴에』,『어느 날 문득 사랑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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