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한국수필

2014년 월간 한국수필 4월호 수록 내가읽은 감동수필 필사 코너 전수림수필가

권남희 후정 2014. 4. 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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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감동수필 필사코너 (2014년 월간 한국수필 4월호 수록권남희 편집주간   )

 

[작품에 대한 작가의 소감]

 

재즈(Jazz)가 흐르는 밤

전수림수필가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굴었더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어둑해져오는 창밖은 ‘술이나 한잔 할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아니 정확하게는 혼자인 것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누구를 불러낼까. 궁리 끝에 평소 나라면 깜빡 죽어준다고 너스레를 떨던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선약이 있다며 보기 좋게 딱지를 놓는다. 그런 날은 친구 불러내는 일은 그만 둬야한다. 이상하게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면 끝까지 어긋나는 묘한 징크스가 있기 때문이다.

가벼운 옷 차람에 모자를 푹 눌러썼다. 나는 아파트 골목을 빠져나와 휘황한 불빛들 사이를 건들거리며 걸었다. 이사 온 지 오래지 않아 아직은 낯선 곳이다. 음식점마다 술집마다 시끌시끌한 곳에 혼자 비집고 들어갈 용기는 없고, 그저 이 가라앉은 기분을 적당히 낭만이라는 것으로 포장해 줄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이럴 땐 언제든 찾아 가도 좋을 단골집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걷는데, 어디선가 굵직한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끌리듯 노랫소리를 따라갔다. 기웃거리며 찾아간 곳은 열 평 남짓한 바(BAR)였다. 문을 열기 전에 심호흡을 한번 하고 익숙한 듯 포장을 하며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서니 어두운 조명이 낮게 깔려있다. 촛불이 놓인 작은 테이블로 안내되었다. 주인이 다가오고 나는 혼자라고 먼저 얘기했다. 혼자서 여러 명의 테이블을 차지할 수 없으니까. 그건 좁은 가게 안에서 상당히 미안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자리에 앉아 돌아보니 정통 재즈 바는 아니었다.

주인은 재즈(Jazz)들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노래는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 뿐이었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대부분의 노래는 그냥 어디서 들었음직한 노래들이었다.

“재즈의 아인쉬타인, 미국의 음악의 처음이자 끝, 또는 재즈의 황재”라는 찬사를 들은 루이 암스트롱의 목소리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이상하게 나도 언제부터 그를 알게 되었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언제 어디서든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면 “아! 루이 암스트롱이네…!” 한다. 우리나라에는 1930년에 들어왔고, 1990년대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덕분에 이제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재즈란 단어는 그리 낯설지 않다. 재즈의 본고장은 미국 남부 뉴올리언스다. 아프리카 음악과 유럽음악을 혼합하여 탄생된 음악장르다. 음악전문가라면 모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재즈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을까. 나 역시 재즈(Jazz)란 즉흥성을 띈 음악이라는 정도지 뭐라 딱히 정의 내릴 수는 없다. 다만, 재즈가 탄생하게 된 배경을 보면 그 속에 흐르는 감정과 가치관은 흑인들의 것이지 싶을 뿐이다.

 

어느 누군가가 “재즈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는 음악”이라 했다. 재즈를 들으며 내가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뭔지 모를 것이 물처럼 넘실댐이었다. 음악에 취한 것인지, 밤에 취한 것인지 모르지만 충분히 좋은 밤이다. 재즈를 좀 더 들어 보고 싶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된다니 좋지 아니한가!

 

밤거리를 행복한 마음으로 어슬렁거리고, 그다지 관심 밖이었던 재즈음악도 듣고, 밤이 깊어 가는 줄도 모르고 울려 퍼지는 우리나라 음악에 심취할 수 있어 좋다. 세상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루이 암스트롱의 노래와 연주를 듣고 가슴 따뜻해 하고, 감미로움에 빠질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 특유의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은 최고의 뮤지션이었다고 또 다른 세상에서 행복하지 않을까.

 

약력

 

* 한국수필가협회 이사, 한국여성문학인회 사무차장, 미래수필문학회장 역임

* 제31회 한국수필문학상, 인산기행수필문학상, 후정문학상, 경기문학상 수상

* 수필집:『비오는 날 세차하는 여자』아직도 거부할 수 없는 남자』

『엄마를 사고 싶다』『떠남』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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