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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대통령도 주식투자에서 손해를 보았을까

권남희 후정 2007. 4. 13. 19:18

 1978년 12월 결혼예복 (명동에서 맞춤-제일모직 옷감)

 


주식시장의 남자들

                     권남희


그의 정신을 빼앗고 혼을 담보로 대박꿈을 버리지 못하게 붙들고 있는 기류는 무엇일까.

코스닥, 벤처열풍, 인터넷 사업, 카지노, 로또복권 .펀드 등... 이 사회의 부추김은 한 판 벌이고

있는 푸닥거리다.

세상 뿌리나 다를 바 없는 서민들 삶을 뒤바꿀 것같이 떠들썩한 기운은 머지않아  어떤 형태로든 혁명을 벌 일 눈치다. 틈만 나면 컴퓨터 앞에 앉아 유망종목을 발굴하고 미로같은 데이 트레이딩에 돈을 흘려넣으며 계산기를 두들겨대는 그는 시대의 농간에 휘둘리고 있는 희생자임에 틀림없어 마음이 아프다. 너무 깊이 빠져 들어간 그를 꺼내 오려면 우화에 나오는 ‘공주 구해내기’처럼 지옥을 건너고 뿔이 백 개쯤  달린 악마를 물리친 다음 수천 년 묵은 뱀을 속이는 지혜까지 써서 구해내야 할 것같다. 그는 가족과 상의도 없이 작은 아파트 한 채를 날리고 딸의 혼수 밑천이라고  생색을 냈던 땅을 담보로 주식투자를 한 것도 성에 차지 않았는지 집까지 은행에 맡기고 주식을 한다.  그는 십 수억의 돈을 잃은 자신에게는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한없는 연민을 보내며 너그럽다. 하지만 십만원대의 옷을 사달라고 쭈뼛거리는 아이에게는 분수 모르는 사치에 허영이라고 단호하게 결박짓는다.  속아서 잃은 돈만큼 지혜를 산다고 했지만 그만큼 잃었으면 지혜는 사지 않아도 될 것같다.

비상시에 자기 몰래 금쪽같이 쓰고 있다는 비자금도 만들줄 물랐던 아내에게  딴 주머니라는 동기부여를 하며 주식을 사고파는 남자.  이제 어디를 가건 , 크건, 작건 주식 신드롬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남자를 만난다. 그들은 직장 사무실에서 컴푸터 모니터 가득 주식시세를 띄워놓은 채 독대를 하고 있다.                

그들을 보며 노신의 소설 ‘아Q정전’의 주인공 아Q를 생각한다. 아큐는 중국이 근대화로 넘어가던 과도기의 희생자다. 아Q라는 이름도 상징이다. 왜냐하면 그 당시의 중국은 이름자에 영어 글자 하나 안들어가면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할만큼 개화에 열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뿌리도 없는 자신의 출생을 가지고 마을 사람들이 놀리는 게 싫어 근사한 족보를 꾸며낸다. 그것은 돈을 주고 사는 수완도 아닐 뿐더러  남의 집에 양자로 입적하는 합리적이고 절차적인 방법도 아니다. 그냥 마을의 유지와 가까운 친척이라고 거짓말을 떠들고 다닌다. 하지만 그 거짓말은 금방 들통이 나  오히려 마을 유지의 명예를 손상시킨 대가를    지불해야 했다. 가진 것도 없이 동네 사당에서 겨울을 나는 그는 벌금에 해당되는 여러가지를 마을 유지와 촌장에게 바치고 만다.  아큐의 삶은 늘 그렇다. 속이 뻔히 보이는 잔머리만 굴리다가 사람들에게 당하고 손해를 본다. 또한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아큐는 쓸데없는 자존심은 높아서 싸움에 질 때는 정신적인 승리법으로 자신의 비겁함을 합리화시킨다.


 마을에 혁명 기운이  불자 혁명이 무언지, 세상으로부터 왜 그런 기운이 닥치고있는지

알지 못한 채   덩달아 혁명한다고 날뛰고 다닌다. 마치 이번만은 자기도 세상으로부터 절대 소외당하지않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듯 마을로, 비구니만 사는 절로 뛰어 다니며 혁명을 해야 한다고 부추긴다.

그러나 혁명의  기운이 사라지고 다시 정부가 정립되자 혁명을 주도한 세력의 색출이 시작된다.


정작 혁명에 가담했던 마을 유지는 빠지고 아큐는 혼자 모든 죄를 뒤집어 쓴 채 총살을 당하고 만다.  우리는 아큐를 읽으면서 그의 어리석음과 번번이 당하는 창피와 손해를 비웃어주지만 그런 아큐는 우리의 모습이지 않을까.

 지금 우리가 의연하지 못한 채 휩쓸려야만 하는 여러가지 이상한 기류를 볼 때 우리 시대도 어쩔 수 없이 아큐같은 사람들로 꽉 차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

나스닥이 어쩐다고 코스닥이 떨고 미국 부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가 흔들리며 나라의 미래를 점쳐야하는 아큐들. 부시의 취임식 날 거청한 초청장을 받은 듯 미국으로 단숨에 날아간 우리나라 의원들을 보면  마치 아큐가 마을 유지의 친척이라고 거짓 자랑을 하며 우쭐해했던 모습과 영락없다. 부시와 악수 한 번 했다고 그의 족보가 달라질까. 기념사진 찍고 아큐처럼 거들먹거리면서  사무실에 걸어두는 어리석음을 본다. 

염색을 하지 않으면 완전한 백발인 , 주식 투자에  목숨 건 남자를 보면서 우리시대의 또 다른 아큐를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