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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원 '송아지' 경희대 논술문제 에 출제된 자료

권남희 후정 2007. 7. 8. 11:32
 권남희수필가 자료(200학년도 경희대 출제 논술자료 ) 

황순원  [ 송아지 ]

1915년 평남 출생. 부친은 반일 운동으로 일경에 체포되기도 하다.7세에 평양으로 이사.

1930년 신문에 동요와 시발표시작하다.1932년 (18세)주요한으로부터 김해강, 모윤숙, 이응구 등 시단의 신인으로 소개되다.초기에는 시를 발표하다가 단편 작가로 -장편작가로 자기 문학

세계를 확대하다.첫시집 [목가]-아늑한 서정의 밑바닥에는 치밀하고 지적인 절제가

뒷받침하고 있다.

 

    송아지   (황순원 )

이 이야기는 6.25동란을 겪은 어느 시골 초등학교 어린이가 피난 때 자기 동무의 당한 이야기를 쓴 작문에 기초를 두고 있다.


돌이네가 송아지를 사온 것은 삼학년 봄방학 때였다. 아주 볼품 없는 송아지였다. 왕방울처럼 큰 눈에는 눈꼽이 끼고 엉덩이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볼기짝에는 똥딱지가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어디 이따위 송아지가 있어. 돌이는 아버지가 몇해를 두고 푼돈을 아껴모아 사온 송아지가 기껏 이런 것이었나싶어 적잖이 실망과 짜중이 났다.

그래도 한달간 콩깍지와 사초를 잘게 썰은 여물에 콩도 한줌씩 넣어 먹였더니 좀 송아지 꼴이 돼갔다. 그동안 돌이는  아침마다 송아지를 마당비로 쓸어주었다. 어머니가 외양간이나 안뜰에서 쓸면 장독에 날아든다고 하여 집뒤도토리 나무 밑으로 가 쓸어주곤 했다. 처음에는 너무에 고삐를 매고 쓰는데도 이리저이 날뛰던 것이 차차 익어져서 이제는 제법 의젓하게 서 있었다. 아마 비로 쓸어 줄 때의 시원한 맛을 아는 모양이었다. 이따금 큰 귀를 쫑긋 거리면서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고 있는 것이다. 똥딱지가 �끗이 떨어져 나간 볼기짝을 꼬리로 슬슬 치면서.

어느날 송아지의 코뚜레를 꿰어 주었다. 코뚜렛감은 벌써 아버지가 장만해둔 게 있었다. 노간주 나뭇가지를 잘라다 불에 고리처럼 휘어가지고 지붕위에 올려 말려서는 칼로 껍질을 벗기고 옹이를 다듬고하여 아주 매끈하게 다듬었던 것이다.

아버지가 옆집 아저씨와 함꼐 송아지를 데리고 방앗간으로 갔다. 거기서 뒷허리와 목을 방앗간 도리에다 잡아메고는 앞집 아저씨가 엄지 손가락과 둘째 손기락으로 송아지의 코를 그러쥐었다. 송아지는 큰 눈을 희번덕거릴 뿐 고갯짓도 못했다. 아버지가 신꼬챙이를 송아지 코로 가져 갔다. 코를 뚫을 참인 것이다. 돌이는 여기까지 보다가 그만 돌아서고 말았다. 매애매애하는 숭아지의 코맨 소리가 들렸다. 조금후 코뚜레 꿰는 일이 끝난 듯하여 돌아다보니 , 송아지 코에서 피가 흐르고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저것두 사람처럼 눈물을 다 흘리다니 !

집으로 돌아온 돌이는 떡갈잎으로 코피를 닦아주려 했다. 송아지가 겁을 먹고 눈 흰자위를 드러내며 고개를 내들렀다. 임마 널 좋게 해줄려고 그러는데 왜 이래. 저녁 � 여물은 어른들 몰래 콩을 몇줌  더 갖다 넣어 주었다.


뜯어먹을 만한 풀이 돋자 (돌이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대로 송아지를 데리고 방죽으로 나갔다가 저녁 �가 되어 돌아오곤 했다 )돌아오는 길에 언제나 방죽 밑으로 내려가 강물을 먹였다.

한번은 물을 먹여가지고 다시 방죽 위로 올라오니까 고삐가 팽팽해졌는데도 송아지가 자꾸만 앞서 가기에 코뚜레 꿴 코가 아플 것같아 고삐를 놓아 준 일이 있었다. 그랬더니 막 달려서 혼자 잡을 찾아가는 게 아닌가. 그로부터 돌이는 강물을 먹여가지고 방죽에 올라서서는 고삐를 놓하주고 집까지 달음박질 경주를 하곤 했다. 언제나 이 경주에서 돌이가 졌다. 동네치고 제일 높은 곳에 있는 집까지의 언덕배기를 송아지는 단숨에 껑충거리며 달려 올라가는 것이다.    

이럴 � 송아지 꼬리가 약간 뻗쳐 있는 것을 재미있다고 생각하며 돌이는 경주에 지고서도 만족해했다. 방죽 안쪽은 논밭이었다. 그 낟알잎을  송아지가 뜯어먹는 수가 있엇다. 그러면 돌이는 고삐를 바투 쥐고 송아지의 따귀를 �린다. 힘껏 때리는 시늉을 하지만 실제는 가볍게 툭 소리가 날 뿐이다. 임마, 그건 먹음 못써, 다시 그런 짓했단 알지? 이렇게 몇번 따귀를 맞고 타이름을 받고 나서도 송아지는 어쩌다 돌이가 한눈파는 틈을 타서 슬쩍 혀끝으로 낟알잎을 감아들이는 수가 있었다. 돌이는 여전히 시늉만인 센 따귀를 �리면서  뇌까리는 것이다.  

다시 또 그럴테야? 정말 ,

그런 지 얼마 후부터는 낟알잎을 안먹게 되었다. (고삐를 놓고 돌이는 방죽에 앉아 숙제를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때로는 누워 잠이 들기도 했다. 잠결에 목이 선뜻거려 눈을 뜨면 저녁 그늘이 내린 속에 송아지가 혀로 목을 핥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집에 가자는 듯. 방죽을 내려가 물을 먹이고는 언제나처럼 집까지 달음박질 경주.


그 무시무시한 6.25가 일어났다.

군데가 한차례 밀려내려왔다가 밀려 올라갔다. 그동안에 동네에서는 한 집이 비행기 폭격에 홀랑 날아가는 바람에 일가가 몰살을 당하고 돈에 사란하나는 포탄 파편에 맞아 다리 하나를 못쓰게 됐다. 그리고 군대들이 동네를 들를 적마다 곡식을 모아가고 닭과 개와 돼지를 잡아가고 소를 끌어갔다. 돌이네 집에 와서 송아지를 끌어가려 했다. 돌이가 송아지 목을 그러안고놔주지 않았다. 송아지와 함꼐 얼마를 질질 끌려갔다. 군인이 총부리를 들이댓다. 그래도 돌이는 송아지의 목을 끌어안은 채  떨어져나가지를 않았다. 지독한 옴이라고 하면서 군인은 그냥 가버렸다. 겨울철에 들어서자 북으로 올라갔던 군대가 다시 밀려 내려왔다. 그 뒤로 중공군구름처럼 몰려 내려온다는 풍문이 돌았다. 사실 북쪽에서 먼 천둥같은 폿소리가 들려왔다. 온 동네가 피난을 떠나기 시작했다. 곡식을 거둬가고 짐승을 끌어가는 것은 둘�치고 저번에 집과 사람이 한꺼번에 날아가버린 일과 다리 하나를 못쓰게 된 사람의 일이 남의 일과 같지가 않은 것이었다.


돌이네도 피난을 떠나야 했다. 떠나는 날 돌이는 아버지에게‘송아지도 데려가지?’했다.

아버지는 그냥 짐만 꾸릴 뿐이었다. 돌이가 재우쳐 물었다. 그제서야 아버지는 손만을 잠깐 멈추고 돌이는 돌아보지도 않고 ‘안된다. 강얼음이 얇아서  ...사람이나 겨우 밟구 건널까 한데 소야 되나.’ 하고 한숨을 짓는 것이다. 어제 누구넨가도 소가 미끄러지지않게끔 얼음위에 흙과 재를 놓고나서 종내 얼음이 엷어 사람만 피난간 일을 돌이도 알고 있었다. 할수 없었다. 돌이는 콩을 다뿍넣어 쑨 여물을 송아지에게 잔뜩 먹여가지고 예전과 같이 집뒤 도토리 나무 밑으로 가 마당비로 쓸어주고는 도로 외양간에 들여다매었다. 그리고 콩깍지를 몇아름이고 안아다주고 구유에는 물을 가득 부어 놓았다. 이걸 보고 있던 어머니가 ‘그렇게 해놔도  소용없다. 콩깍진 이제 밟게되면 못먹게 되구, 물두 얼면 못먹을 걸.’

문득 돌이는 무엇을 생각했는지 방으로 들어가 공책 뚜껑을 뜯더니 그 뒷면 한복판에다 연필에 침을 묻혀가며 큼직한 글씨로 이렇게 썼다. ‘이 송아지에게 콩깍지와 물을 주세요.’

떠날 채비를 다 하고 나나 아버지가 곰방대에 담배를 담으며 ‘이제 군대가 들어오면 대번에 잡아먹구말텐데...’

돌이는 다시 연필에 침을 묻혀가지고 좀더 큰 글씨로 한옆에 썼다. ‘군인 아저씨 꼭 부탁합니다.’ 그리고는 칡에 꿰어  송아지 목에 메어 달았다.                       

간단히 꾸린 짐을 아버지는 지고, 어머니는 이고 돌이는 조그만 보따리를 하나 지고 집을 나섰다. 나서기 전에 돌이는 송아지를 향해 말했다. 내 곧 데리러 올꼐. 응


방죽을 내려 강에 들어서며 돌이는 발로 얼음을 굴러보았다. 딱딱했다. 앞섰던 아버지가‘살살 걸어. 가운데루 갈수룩 살얼음이니까.’

강 한가운데는 어른의 한길이 넘는다. 어서 거기까지 꽝꽝 얼어 도로 와서 송아지를 데려갈수 있으면 오죽 좋을까하고 돌이는 생각했다. 

강을 반 남아 건넜을 즈음 돌이는 무심코 집쪽을 돌아다보앗다. 뜻밖에도 송아지가 외양간에서 나와 이쪽을 바라보고있는게 아닌가. 그리고 별안간 송아지가 버둥거리는 것 같더니 싸리 울타리를 뚫고 달려 나오는게  아닌가 . 고삐를 끊은 것이다.

송아지는 쏜살같이 언덕배기를 내려 이리 달려오는 것이었다. 먼발치로도 꼬리가 뻗쳐져있는 걸 알수 있었다. 야, 빠르다. 빠르다. 방죽을 지나 얼음판에 들어섰다. 요행 흙과 재를 깔아놓은 데로 달려오긴 하지만 저러다 미끄러져넘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나, 돌이는 송아지가 달려오는 쪽으로 마주 걸어나갔다. 뒤에서 어머니, 아버지의 돌이야, 돌이야, 하는 �진 목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그러나 그 귀에 들어오지 않는 듯 그냥 걸어나가는 돌이의 얼굴은 환희 웃고 있었다.

이제 조금만 더, 더 조금만 더. 송아지와 돌이가 만나는 순간이엇다. 우지직 얼음장이 깨져 들어갔다.한동안 송아지는 허우적거리며 헤엄을 치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얼음물 속에서 사지가 말을 안듣는 듯 그대로 얼음장 밑으로가라앉기 시작했다.그러한 송아지의 목을 돌이가 그러안고 있었다.


 ※ 황순원의 송아지는 고도의 정보화 사회와 함께  개인주의가 깊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에

   많은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그러한 맥락에서 2000학년도 경희대 논술에서는 송아지를 제시문으로 하여   ‘인성은 왜 중요한가’를 수험생 각자가 다각적인 내면세계를 통하여 서술하도록 하였다.    * 현재 청소년 정서의 밑바탕을 이루고 있는 것과 비교해보라.

≪ 단어풀이≫

* 사초   : 말라죽은 풀  * 여물 ; 마른 풀이나 짚을 잘게 썬 말이나 소의 먹이

* 노간주 : 향나무과에 딸린 늘 푸른 바늘 잎 큰 키나무 (이뇨제. 향료로 씀)

* 옹이   : 나무의 몸에 박힌 나무가지의 그루터기, 그것이 난 자리

           속뜻 -곤란이 겹쳐 생김을 가리키는 말 

* 바투   : 두 물체 사이가 썩 가깝게

* 구유   : 개, 말, 돼지, 소 따위의 가축들에게 먹이를 담아주는 그릇

 1. 『볼품없는 송아지』의 이미지를 서술하라.

2.돌이가 송아지에게 정성을 들인 부분을 묘사하라.

3. 코뚜레는 어떻게 하는가

4. 6.25 때 돌이가 송아지를 군대에 �앗기지 않은 까닭을 쓰라.

5.피난갈 � 돌이가 송아지를 위해 편지를 쓴 내용은 무엇인가.

6. 송아지는 어떻게 되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