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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석 진주삼현 여고 교장. 수필작가 '휴일 '

권남희 후정 2007. 7. 10. 15:14

 

오른쪽 첫번째 서있는 남성 최문석 수필가 (문경에서 )

 

 

휴 일


최  문  석


  휴일이다. 행사도 약속도 없는 완전한 휴일을 맞아 모처럼 내집 창가에 섰다. 창문을 여니 진양호가 한눈에 들어온다. 방석을 깔고 앉으면 나무 사이로 호수의 물빛이 새어나온다. 창가에 선 나무가 시야를 가린다고 베어버리길 권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오히려 나무 사이로 보는 물빛이 더 좋다며 살려두고 있다. 한때 윗 부분이 잘려져서 수난을 겪기도 했지만 이제 옆가지가 위로 올라 이젠 제법 제 모습을 갖추었다. 앉은 김에 참선을 해본다며 눈을 반쯤 뜨고 나뭇가지 사이의 물 속을 들여다본다. 호흡을 열 번을 세고 물 속에다 던져버리고 또 열 번을 세어서 던져 버리길 반복한다. 부처님의 아들인 라훌라 존자가 깨침을 얻었다고 하는 수식관이다. 마음이 가라앉는다. 평온하다.

  어느 순간 알지도 못하는 얼굴 하나가 불쑥 떠올라 마음을 흔들고 지나간다. 두서 없는 생각들이 연이어 떠오른다. 그만 눈을 감아 버리자 오히려 완전한 어둠이 편안하지만 차츰 졸립기 시작한다. 다시 눈을 뜨니 어느새 붉은 색의 꽤 큰 새 한 마리가 나뭇가지에 앉았다가 날아간다. 내게 무슨 말을 하려던 것일까. 이름이 무엇일까. 호흡과 일치하던 내 마음을 어느새 바깥 세계로 쉽게 내달아 달린다. 쪼그만 멧새 두 마리가 가지에 앉자마자 날아가 버리더니 이제는 한 떼가 날아와 앉아서 놀고 있다. 윗가지에서 아랫가지로 아랫가지에서 윗가지로 정신없이 오르내린다. 내 마음도 따라서 움직인다.  내 마음이 새가 된 것인가. 바쁘다. 잠시 후 모두 떠난 자리에 나뭇가지만 흔들거리고 있다.

  바람이 불었나보다. 바람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방금 새들이 앉아서 바쁘던 내 마음에는 바람이 들어있는 것 같다. 텅 비지가 않는다. 내 마음을 잡을 수도 없다. 그때 하얀 나비 한 마리가 땅쪽의 풀 속에서 천천히 날아오른다. 나비 따라 눈길이 머문 하늘가에는 산처럼 생겼던 구름이 멧돼지 모습으로 달리고 있다. 그만 벽에 걸린 시계가 보인다. 점심때가 되었다. 점심을 먹어야겠다고 일어서면서 생각하니 이번 휴일은 참 여러 벗들과 재미있게 놀았던 것 같다.


<약력>

․「월간문학」신인상 등단

․대표에세이회장․경남수필문학회장 역임

․진주 삼현여고 교장

․수필집 :「살아있는 오늘과 풀꽃의 미소」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