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에토벤 소년
소년이 나를 바라본다. 안경을 낀 소년은 어디서 탔는지 자리가 없어서 서있다.
집으로 가는 길이 멀다보니 노약자가 타도 좌석버스 안 그 누구도 시내버스나 전철에서처럼 자리양보를 쉽게 하지 않는다.
마음에 걸리지만 자리를 내주고 서있을 여력이 없다. 하닛간 반쯤 걸리는 거리를 좁은 버스 안에서 흔들리면서 가기는 버겁다. 소년의 보호자가 어디 있나 둘러보는데 통통한 소년은 혼자인듯싶다. 소년이 왜 혼자 탓을까를 생각하느라 시간을 본다. 퇴근시간도 아닌 , 오후 8시가 조금 넘었다. 작은 키와 앳띤 얼굴이 초등학교 2학년에서 3학년이나 4학년쯤 돼보인다.
눈을 감고 있다가 판교를 지나서 소년을 본다. 역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눈치다.
'혼자탔니?' 물었다.
그렇다고 한다. 엄마 친구가 예술의 전당애서 양재역까지 와서 버스를 태워주었다고 설명을 한다. 예술의 전당에는 전시보러갔느냐고 물었다. '피아노를 치고 오는 길이라'고 한다 . 놀란 마음에 혼자서 예술의 전당까지 피아로 배우러 다니느냐고 다시 물었는데 '엄마랑 다니는데 오늘만 혼자 갔다'고 한다.
수지로 들어오면서 자라기 비고 소년도 앉게 되었다. 조금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소년은 다시 나에게로 몸을 돌리고 나를 바라본다.
아무래도 튀어보이는 머리 염색 때문인 것같다. 아주 밝은 갈색, 말이 갈색이지 노란 색에 가깝고 부분 탈색도 했다.
소년은 내가 누군인지 궁금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엎자리가 비자 얼른 내 곁으로 옮겨온다. '피아노 어디까지 치니?' '베에토벤요'
깜짝놀리서 몇학년이냐고 물었다. 4학년이란다. 하루에 얼마나 연습하느냐고 하니 3-4시간 연습을 한단다.
'유명한 연주자가 되겠구나 . 아줌마에게 사인하나 해줄래 ? 이 다음에 인터뷰가면 징표로 삼게, 날 몰라볼테니까'
사인도 능숙하다. 벌써 많이 했단다.
'아줌마는 글을 쓰고 있는데 나중에 보자' 명함을 주었다.
소년은 나보다 먼저 내렸다. 환하게 미소지으며 손을 흔든다.
숙제가 풀린 얼글이다.
세계적 음악가가 되기를 기도한다. 표영우
권남희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