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고 보니 낭만이었네 !
백화점이라고는 신세계와 미도파, 코스모스가 전부였던 70년대와 80년대 쯤 나는 명동을 드나들었다.
학교다닐 때는 코스모스 백화점에 와서 구경하다 가는 게 전부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남편의 양복을 사주기 위해서 미도파에 근무하는 친구의 친구를 찾아가 할부 티켓을 얻곤 했다. 그야말로 NO 카드 사회였다. 전표처럼 할부티켓을 구할 수 있어야 그나마 할부로 무언가를 살 수 있었다.
명동성당까지 걸어서 통과하는 동안 크리스마스 트리가 보이지 않았다.
상점들의 약속이었을까. 그 흔한 트리가 없다. 전철역마다 , 아파트 입구마다 , 어지간한 가게 앞에 모두 장식된 트리가 이 곳에는 없다.
에이비시 대형 싱발가게 앞 대로에 걸리버나 신을만한 신발이 뜬금없이 놓여있다. 대뜸 찍을 수 밖에...
명동성당에도 트리는 없다. 오히려 그 없음이 명동성당답다는 생각을 한다. 다른 많은 곳에서 트리를 세우고 있다. 시청앞에 가면 대성당 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신세계 앞, 롯데 백화점 앞 전면은 수십만개의 새알전구로 밤을 밝힌다.
정작 트리를 세워야 할 성소는 쓸쓸히 성소인 채로 있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