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집
鄭 木 日수필가 한국문협부이사장. 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
나무는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집이다.
사방으로 가지를 뻗치면서 균형과 조화를 이룬다.
가지하나, 잎사귀 한 잎까지도 세밀한 조화의 미를 보여준다.
지상에서 가장 크게 자라는 나무 중의 하나인 메타쉐카이어의 모습은 좌우 균형을 이루는 이등변삼각형의 모습이다.
나무는 햇빛과 바람에 균형을 취할 수 있는 방법과 슬기를 하늘과 땅으로부터 배운다. 폭풍우에 나무가 기우뚱 기울어서 가엾어 보이지만, 어느새 균형을 갖추는 것을 본다. 지반과 방향과 무게를 조절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회복해 간다. 나무가 취하는 균형 감각은 자연스럽고 신통하다. 어느 나무이거나 균형과 조화를 취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집이요, 우주이기 때문이다.
나무가 완벽의 균형미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이를 뒷받침하는 뿌리와 한 자리에서 몇 백 년을 살아야 하는 삶의 지혜 때문일 것이다.
나무는 자신의 키만큼이나 생각의 뿌리도 깊으리라. 지상에서 보여주는 완벽의 조화미는 보이지 않는 뿌리와 연륜의 힘 덕분이다.
나무는 한 자리에서 일생동안 움직이지 않아 갑갑해 보이지만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살아 움직이는 시요, 그림이요, 음악이다. 제일 먼저 계절이 다가옴을 체감하고 깃발을 게양하여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알려준다.
스스로 어떻게 집을 짓는 법을 체득했을까. 해와 바람과 땅에 눈 맞추고 귀 기울여 삶의 순리와 이치를 터득해 냈을까.
나무는 자신 만을 위해서 집을 짓는 게 아니다. 새들에게도 품을 열어 집을 지을 공간을 내어준다. 곤충에게도 기꺼이 살 터전을 내어 놓는다. 꽃을 피워서 세상의 아름다움을 알려준다. 열매를 맺어 곤충과 새, 포유류 동물들에게 식량을 제공한다. 상수리나무는 가을이면 수많은 도토리를 떨어뜨려 새들과 동물들에게 겨울 양식으로 내준다.
나무는 일 년마다 어김없이 자신의 삶을 한 줄의 나이테에 기록한다. 일 년간씩 삶의 발견과 의미를 아로새겨 놓는다. 한 줄씩 그려나간 나이테의 무늬인 목리문(木理紋)은 나무의 일생을 집약하여 완성시킨 한 장의 아름다운 추상화이다. 이 속에 햇살의 온기, 비의 음향, 달빛의 말, 새들의 음악, 바람의 촉감이 깃들어 있다.
나도 나무처럼 한 채 집을 짓고 싶다. 목리문을 새기고 싶다. 어떤 경우일지라도 삶의 균형을 취하고 싶다. 언제나 하늘과 빛을 향한 초록의 집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