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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결에 수굿수굿 > 대표에세이 문학회 5매수필집 제 31호
아래는 책제목이 된 5매 수필입니다.
바람결에 수긋수긋
권남희수필가( 사단법인 한국수필가협회 편집주간 ) stepany1218@hanmail.net
민들레 한포기의 마음도 못 읽어 언제 그가 잎새를 흔들다 꽃을 피웠는지,
터진 씨앗은 어느 사이 간들바람타고 몰래 날아가 버릴 궁리를 했는지 종일토록 지켜보아도 보이지 않아 도무지 캄캄한 그 때,
나는 누군가의 꿈이라도 품어줄 온기는 갖고 있었던 것일까.
봄바람 조짐이 시작되는 습지 어디, 각시붓꽃 허리쯤, 컴컴한 숲속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곳에는 진즉부터 산바람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봄의 말들은 꼭 사랑의 싹을 품은 씨앗처럼 조심스럽기만 하여 켜켜이 지층을 만들었다가 눈 깜빡 할 사이 천지를 흔들고 말았다. 일러주지 않아도 보들녹진한 바람결에 쑥덕쑥덕 사랑은 덩굴지고
바람 떠난 그 언저리마다 짝을 맺었다는 美談들이 몽글어졌다.
봄꽃 만나고 가는 바람이 된다면 가볍게 스치고도 천하의 꽃향기를 품을 수 있겠지.
그 꺾고 싶은 마음 바람은 알아차리고 뒷덜미를 잡아채어 다른 곳으로 떠나고 말겠지.
봄길. 봄 마을, 봄 동산, 봄 바다 오두막집 마당에도 바람이 지나간 듯 온통 너그러운 풍경이다.
어릴 적 기억 속 보리밭에 일던 봄바람도 꼭 그런 모습이었다.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소들소들 비영비영했던 풍경은 쓰러졌다 일어나 출렁거리고 마을은 파랗게 살아났다.
그렇게 생색내지 않아도, 오래도록 노래하지 않아도
바람결에 수긋수긋 , 바람결에 얼굴 붉히고
바람 지나간 그 자리는 봄의 것들이 활짝 마음을 열고 말아 나를 부끄럽게 한다.
언제 나는 사랑 풍성한 봄바람으로 풀 한 포기 밟지 않은 채 지천에서 고개 드는 봄꽃들을 춤추게 할까.
작가메모( 이글의 모티브는 서정주시인의 '연꽃만나고가는 바람같이'와 귀농사진작가의 인터뷰( 민들레 한포기를 찍기위해 하루종일 관찰한다는 내용)
를 기사를 읽고 나서였습니다.)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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