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숲이 사라져간다- 책소개

 

 

권남희 수필가정리

마을 숲 - 김학범, 장동수 공저 (열화당 ) 1994년 초판발행. 15,000원

책머리 

제 1장 마을 숲의 이해

1. 마을 숲이란 무엇인가 (개념과 정의 / 마을 숲의 분포 / 규모와 구성 )

2. 마을 숲의 형성배경 ( 미을 숲의 기원 / 고대 서양의 마을 숲/ 한국마을 숲의 형성 배경 3. 마을 숲의 지명 ( 마을 숲지명의 의미 / 마을 숲 지명 유형 )

제 2장 마을 숲의 문화

1. 마을 숲 문화의 해석 ( 문화의 개념과 해석 / 마을 숲의 문화 해석방법 )

2. 마을 숲의 문화 (토착신앙/ 풍수 / 유교 )

제 3장 마을 숲의 경관과 이용

1. 경관의 개념과 해석

2. 마을 숲의 경관 유형

3. 경관 유형별 마을 숲( 동구숲 / 동산숲 / 하천숲/ 마을 주변숲 / 해안숲 )

4. 마을 숲의 이용

제 4장 결론

Abstract  / 지역별 마을 숲 목록  

183페이지부터 187까지   제 4장 결론-

마을 숲은 산야에 있는 원생의 자연숲과는 달리 인공적으로 조성된 고녹 숲으로 , 조성될 초기부터 어떤 목적이나 의미적 배경을 갖는 숲이다. 그러므로 한국 마을 숲은 한국문화와 깊게 관련되어 있는  역사적 산물로서 마을 사람들의 사회, 문화적 활동이 일어나는 마을 공원이라고  볼 수 있고  사람들에게 ‘고향의 숲‘ 이라는 이미지를  주는 추억의 장소이다.

마을 숲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이므로  , 숲에 관한 기초자료조차 정리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연구가 시작되었다. 따라서 이 책은 우선 마을 숲의 개념, 물리적 구조 , 지명, 역사적 배경 등을  알아 본 다음  , 마을 숲이 지닌 내용적 의미와 외관적 유형의 사례를 검토하고 마지막으로 마을 숲은 어떻게 이용되고 잇는가를 개괄적으로 살핀 것에 불과하다.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최근까지의 답사 결과 한국 마을 숲은 전국에 걸쳐 400여 개소가 현존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도 중에서는 경상도가 129개소로 가장 많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마을 숲은 강원, 경북의 영동 해안과 경북 북부지역, 전남 남해안 지역, 소백산맥의 지리산 주변, 충청도 서부 지역 등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다.  이같은 분포는 개발 정도 , 입지적 특성, 사회 문화적 배경 등에  영향받은 결과로 보인다. .

둘째 마을 숲은 규모가 대체로 300평에서 10,000평에 이르는 정도인데 소나무와 느티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소나무 숲은 풍수적 배경이나 유교적 배경을 갖는 경우가 많고, 느티나무 숲은 토착신앙적 배경을 갖는 사례가 많다.          

수종에 따른 특징으로는 자생종이 식재되거나 군식되어 하층이 거의 없는 단층림을 이루는 점을 둘 수 있다. 그래서 숲 내부나 주변에는 공원 시설이나 놀이시설이 함께 설치되기도 한다.

셋째 , 고대 서양의 마을 숲은 주로 서양인들의 수렵과 유목생활을 배경으로 해서 출현한 수렵원에서 형성된 반면, 한국의  마을 숲은 한국인들의 농경과 정착 생활 기반으로 형성된 점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한국 마을 숲의 형성배경은 크게 역사, 문화적 배경, 경관적 배경, 이용, 기능적 배경 등을 들을 수 있다. 

한국 마을 숲의 역사. 문화적 배경은 고대 원시 사회의 토착신앙, 고려 이후의 풍수, 조선의 유교 등으로 구성됨을 알 수 있다. 토착 신앙을 배경으로 형성된 마을 숲은 오랜 역사를 갖는 경향이 있다. 그 대표적 예로는 단군신화의 신단수와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 기록된 소도를 들 수 있다. 토착신앙적 배경을 갖는 마을 숲들은 영험적 의미를 지니거나 신앙적 대상이므로 , 영험과 신앙을 암시하는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풍수적 배경을 갖는 마을 숲은 둘러싸인 아늑한 형국을 이루고자 하는 풍수적 길지관과 관련되어 출현하는데 대표적 사례로 수구막이를 들 수 있다.  풍수는 유교와 관련되어 기존 마을 숲의 일반적인 조성시기인 조선시대 중엽에 있어 마을 숲 조성의 배경이 된다.  한편 유교적 배경을 갖는 마을 숲은 은일사상에 젖은 조선시대 사대부나 낙향한 선비들의 원림생활의 근거였다.

경관적 배경에서 출현한 마을 숲은 풍수의 둘러싸인, 경관, 즉 위요경관을 이루고자 하는 한국인의 심성과 결부되어 나타나는데, 동구, 동산, 호안, 해안 등의 입지에 따라 다양한 경관 내용을 갖는다.

이용, 기능적 배경을 갖는 마을 숲으로는 봉산,천택, 후자 등을 들 수 있다. 봉산은 국가적 목적에서 벌목이 금지된 산으로  , 금산이라고도 하며 오늘날의 그린벨트와 유사한데, 과거에는 국가가 이 봉산에 나무를 보식하고 관리했다.  따라서 예전에  봉산으로 지정됐던 산이나 그 주변에는 현재도 숲들이 잔존하고 있다.  봉산이 산에 대한 관리라면, 천택은 농리 목적의 수자원 관리를  위한 지침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표적 사례는  저수지 제방 숲과 호안에 조성된  숲을 들 수 있다.                

그리고 후자란 주요 도로 변이나 津의  주변에 조성된 이정표의 일종인데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설치되었다.  이 후자 주변에는 숲이 조성되어 교통의 요충지에 위치한 숲의 형성 배경을 잘 설명해준다. 

넷째, 마을 숲의 지명은  다양한 문화적 , 상징적 내용을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마을 숲 지명을 정리한 결과 마을 숲의 지명은 장소적 유형, 역사, 문화적 유형,  이용,기능적 유형, 그리고 이들이 혼합된 유형 등으로  유형화 할 수 있다.  이러한 지명 유형 등을 검토한 결과 오래 전에 명명된 지명에는 역사적, 문화적 유형이나 장소적 유형이 많았고 , 바교적 최근에  붙은 지명들에서는 이용,기능적 유형, 경관적 유형이 강조됨을 일 수 있었다.  이런 사례들에서 마을 숲은 과거의 종교적 경외의 대상에서 점차 휴식과 자연 감상의 장소나 공원과 같은 공공 이용 장소로 부각되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다섯 째, 마을 숲을 문화적 관점으로 고찰하고자 한 것은 마을 숲과 토착신앙, 풍수, 유교 등이 맺는 관계를 살피기 위한 것으로  , 이들은 마을 숲의 보존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잇음이 확인되었다.

토착신앙적 마을 숲은 조성과 관련된 숲, 영험과 관련된 숲, 그 밖의 토착신앙적 숲 등으로 구분되었다. 풍수적 마을 숲은 비보, 엽승 등을 목적으로 출현한 사례들이 많았다. 비보림에는 그 자체가 형국을 형성하여 비보하는 마을 숲과 주변 지형의 불완전한 형국을 비보하는 마을 숲이 있었고, 엽승림은 대상에 따라서 防害, 방암, 방산, 방살 등의 형태로 나타났다.

유교적 마을 숲은 유학자들이 자연경관을 감상하고 시를 짓는 장소로 활용되었다.

또 유교적 마을 숲은 조상들의 역사 유적이 잇는 신성한  장소나 정원 공간, 그리고 씨족 중심의 신분적 위상이나 위엄을 나타내는  상징적 공간이기도 했다. 결국 풍수적 의미는 숲의 외연적 배경을 통제하고 , 토착신앙의 의미와 유교적 의미는 숲의 내용적 배경을 구성하는 요소로서 , 전자가 거시적 성격을 갖는데 반해 후자는 미시적 성격을 갖는다.

마을 숲의 문화란, 물리적 실체보다 마을 숲에 내재하고 있는 의미를 중시하는 개념이다. 즉 ‘마을 앞에 수대樹帶 를 친다’는 것은 바람을 가두는 것이 아니다. ‘수구를 막는다’는 말 역시 댐을 막아 물을 고이게  하는 물리적 효과가 아니라 그런 느낌이 들도록 하여 심리적 효과를 얻는 것을 뜻한다. 이와 같은 심리적 효과로 인해 의미가 형성되고 이 의미들이 모여 마을 숲의 문화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

여섯째 , 마을 숲의 경관 유형은 , 동구에 입지한 동구숲, 호안에 입지한 하천숲, 산 위에 입지한 동산숲 , 들과 관련된 마을 주변숲, 해안에 입지한 해안숲으로 구분되었다.

동구숲은 골맥이숲, 수구막이숲, 수대 등과 같이 빈 공간을 메우는 듯한 경관 유형이다. 동구숲은 마을의 가장 중요한 장소에 장승, 솟대, 서낭, 제각, 비 등 다양한 장식 요소들과 함께 조성되어 마을의 신분적 위상을 상징하기도 한다. 동산 숲은 마을 주변의 가까운 동산에 조성된 숲으로 높은 지역에 입지하기 때문에 숲내에 산신제당이 있는 경우가 많고 다른 유형의 숲들보다 가시성이 높다. 동구숲과 동산숲은 대표적인 고향숲으로 사람들에게 인상깊은 숲이다.  하천숲은 주로 하천변의 제방위에 조성된 숲으로 , 주로 수해방지의 목적을 갖는데, 물과 숲이 어우러져 휴양지나 관광지의 중심이 되는 유형이다. 마을 주면 숲은 숲 주변의 산, 들, 물과 같은 자연경관들과 특별한 관련없이 자연곡선적으로 들을 가로지르거나, 마을을 둘러친  울타리처럼 보이는 숲 유형으로  , 주로 비보적 배경을 갖는다. 해안숲은 마을 앞 해안을 따라  길게 선형으로 조성된 숲으로 방풍 목적의 숲들이 대부분을 이루는 유형이다.

일곱째, 마을 숲은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공원이나 기타 이용의 장으로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음이 밝혀졌다. 특히 마을숲은 대부분 마을 경관의 중심에 위치함으로써 마을 사람들과 함께 존재해온 마을 공동의 열린 공간으로서 한국적 원형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마을 숲은 최근 반세기 동안 변화와 시련, 가치관의  갑작스러운 타락 등으로 인해 급격하게 소멸하고 있다. 더욱이 도시의 마을 숲은 아파트, 공장. 쇼핑센터 등 거대 규모의 개발로 자취조차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나마 현재 도시 주변에 잔존하고 있는 마을 숲들도 곧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는데  , 이들이야말로 한국의  마지막 남은 전통적인 도시 녹지들이다.

이처럼 마을 숲이 점점 훼손되는 것은 전통문화 의식이 약화되어 가는 데 근본원인이 있다. 예전에는 마을 숲의 건강이 마을 사람들의 건강과 마을의 번영을 상징했다. 곧 마을 숲은 재앙으로부터 마을 사람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운명을 주관하기도 하며 그들에게 희망찬  미래를 약속하기도 하는 믿음의 대상이자 마을 사람들의 생활과 더불어 존재하면서 그들의 삶을 대변해온 역사, 문화적 상징물이었던 것이다.  그러기에 마을 숲이 자연재해, 고사, 인위적 파괴 등으로  변형, 훼손되면 즉시 이를 보완했으며, 마을 숲은 수령을 초월해 신성한 대상으로 보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마을 숲은 물론 보존돼야하지만 , 그러려면 우선 마을 숲에 담긴 의미와 행위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이는 현대 환경에서 잊혀진 ‘영기’를 찾기 위한 것으로 , 영기란, 무미건조하고 획일적 의미로 가득찬 현대공간을 역사의 풍부한 의미와 연결하는 열쇠가 되는 것이다. 다음은 마을 숲 보존을 위한 몇가지 제안이다.

첫때, 마을숲에 대해서 국가 차원의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 전국에 1,000여 개가 남아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마을 숲을 광범위하게 조사해야 하고, 조경, 임업, 민속,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가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마을 숲의 역사, 문화적 의미를 포함한  전통문화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도록 꾸준한 교육과 계도가 있어야 한다.

셋째 , 마을 숲과 관계된 국토개발 차원의 모든 계획은 마을 숲의 전통적 요소들을 어떻게 보존하고 계승하며 나아가 전통문화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를 고려하며 추진해야 한다.

넷째 , 마을숲이 보존되기 위해서는 농촌의 공동화나 과소화현상같은 사회 구조적 모순이 개선돼야 한다.

 이 책에서는 여러 제한적 요인들로 인해 중요한 내용들이 폭넓게 탐구되지 못했다. 예를 들면 마을 숲의 실측을 통한 정확한 규모파악, 정밀한 조사에 의한  마을 숲의 생태학적 연구, 마을 숲에서 일어나는 의례와 행위들에 대한 참여 관찰적 연구들이 향후 계속 진행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마을숲은 워낙 방대한 내용과 규모를 지니고 있어 한 권의 책으로 모든 것을 종합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번 연구는 현재까지 보고되지 않은 마을 숲을 개괄적으로나마 정리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이 책에서 탐구된 마을 숲의 의미와  가치들은 역사적 공간과 문화의 현대적 계승이라는 관점에서 녹지 혹은 공원 계획의 한 지침으로서 어떤 가능성을 시사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또한 향후에 계속 될  마을 숲 연구에 있어서도  하나의 지침을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