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남희 수필가정리
삶과 죽음에 대하여
지두크리슈나무르티 지음 . 정순희 옮김(고요아침출판)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 1895년 인도에서 태어나 13살 나이에 신지학神智學 협회에 들어가게 된 크리슈나무르티는 어린 시절부터 명상적인 성향을 보였다. 협회는 그를 ‘세계의 스승’이 될 길을 닦을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협회의 지도자로 선택했다. 이후 곧 그는 강력하고 타협하지 않으며 어느 종교나 학파에도 속하지 않는 교사로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의 말과 저술들은 어느 특정한 종교와도 연결되지 않았으며 동양도 서양도 아닌 전세계를 위한 것이었다. 크리슈나무르티는 매시아적인 이미지를 단호하게 거부하고 1929년 자기 주위에 형성되어 있던 크고 부유한 기관들을 극적으로 해체하면서 ‘길없는 대지’라는 진리를 선언했다. 그것은 형식화된 종교나 철학, 교파로서는 접근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는 전세계에 걸쳐 많은 청중들을 불러 모았으나, 그 어떤 권력이나 지위를 바라지도 않았고 제자 또한 두지 않았으며 항상 개인 대 개인으로 가르침을 폈다.
1986년 9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전 세계를 다니면서 60년 동안 독자적인 강연과 집필을 계속했다. 개인의 의식이 변화함으로써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수 있으며 늘 열린 상태가 되어야만 한다고 지적한 그의 사상 속에 담긴 메시지는 오늘의 현대인들에게 각별한 의미로 남아있다.
차례
저자의 말
머리말
1. 처음부터 끝까지 삶과 죽음은 하나다 / 2. 모든 구별이 사라진 길
3. 죽음은 모르는 것 / 4. 그대는 어제의 그대가 아니다
5. 그날과 함께 죽고 새로운 날을 맞아라 / 6. 죽음에 대한 두려움
7. 낡은 옷을 모두 벗어버리고 / 8. 삶을 이해하면 죽음이 보인다
9. 그 침묵의 빛 속에서 / 10. 내일이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11. 비로 쓸어버릴 듯 그렇게 / 12. 흐름에서 빠져 나와라
13.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 14. 살아있는 동안에, 한순간에
15. 삶과 죽음의 여행길에서 / 16. 슬픔의 끝 / 17. 강은 강으로, 산은 산으로
18. 나무에서 나뭇잎이 떨어지듯이 / 19. 죽음과 더불어 살라
20. 삶의 전체성 / 21. 탐스럽게 활짝 피어낫다가는 죽는 꽃처럼
22. 절정에서의 죽음 / 23.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과 함께
옮긴이의 말
262쪽부터 - 절정에서의 죽음
지두크리슈나무르티 (명상가)
따뜻한 날이었고 그곳엔 그늘이 많았으며, 바위들은 한결같이 빛나고 있었다. 살랑거리는 바람에 금방이라도 파르르 떨 것같은 포플러 나무와는 달리 , 짙은 색의 소나무들은 이파리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서쪽에서 된바람이 불어와 계곡을 휩쓸고 지나갔다. 바위들은 마치 살아서 구름을 뒤�는 것 같았고, 구름은 바위의 형태와 곡선에 따라 모양을 바꿔가며 바위를 붙잡고 있는 것 같았다. 구름이 바위 주위를 맴돌며 흘러가는 것을 보니, 무엇이 바위이고 무엇이 구름인지 분간조차 어려웠다. 그리고 나무들은 구름과 함께 걷고 잇엇다. 계곡 전체가 움직이고 있는 듯했고 숲과 그 너머로 올라가는 좁은 오솔길은 휘어지며 살아움직이고 있는 듯했다. 반짝이는 초원에는 수줍은 꽃들이 여기저기 숨어서 피어 있었다. 바위들은 너무 많은 색깔을 띠고 있어서 한 가지 색깔로 밖에는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오늘 아침 이 바위들은 조용히 각양각색의 모습과 크기로 서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모든 것에, 바람에, 비에, 그리고 폭발적으로 중대하는 인간의 욕구에 아주 무관심했다, 그것들은 지나간 모든 시간 동안 거기에 있었다. 눈부신 아침이었다. 어디든 태양이 눈부시게 비춰주었고 나뭇잎은 저마다 살랑거리고 있었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아름다운 시골 풍경을 충분히 볼 수 있을 만큼 드라이브하기엔 안성맞춤인 아침이었다. 죽음으로 새로워진 아침이었다. 쇠약해지고 병들고 사고로 인한 죽음이 아니라 , 창조하기 위해 파괴한 죽음으로 자기 중심적인 존재를 보호하기 위해 두뇌가 편집한 모든 것들을 죽음이 쓸어가지 않는다면 창조란 없다. 이전에는 죽음이 연속성의 새로운 한 형태였으며, 죽음은 연속성과 함께 연상되었다. 죽음과 함께 새로운 존재, 새로운 경험, 새로운 숨결, 새로운 삶이 하나 찾아왔다.
낡은 것은 끝나고 새로운 것이 태어났으며, 그 새로운 것은 또 다른 새로운 것에게 한 번 더 자리를 내 주었다. 죽음은 새로운 상태, 새로운 발명, 어떤 새로운 방식의 삶을 위한 수단이었다. 그것은 두려운 변화였으나 바로 그 변화가 신선한 희망을 가져왔다.
그러나 지금 죽음은 새로운 그 무엇, 새로운 지평, 새로운 생명력을 가져오지 않았다. 그것은 죽음, 절대죽음이며 최종적인 죽음이다. 그러고 나면 거기엔, 아무 것도 과거도 미래도 없다. 아무 것도, 아무 것도 탄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절망도 없고 찾으려 애쓰는 것도 없다.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완전한 죽음이 있어, 거기에는 없는 심연에서 바라보고 있다. 죽음은 낡은 것도 없고, 새로운 것도 없이 거기에 있다. 그것이 미소도 눈물도 없는 죽음이다. 그것은 어떤 실체를 감추거나 숨기고 있는 가면이 아니다. 실체는 죽음이며 감출 필요가 전혀 없다. 죽음은 모든 것을 쓸어갔고 아무 것도 남기지 않았다. 이 아무 것도 없음이 잎사귀의 춤이고, 그 아이의 외치는 소리다.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니라며 따라서 거기에는 아무 것도 없어야 한다. 계속되는 쇠퇴이고 기계며 습관이고 야망이다. 거기에는 부패가 있지만 죽음에는 없다. 죽음은 전적인 무無 다. 그것은 거기에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없는 곳에 삶이 있고,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이 아무 것도 없음 안에 창조가 있다. 절대 죽음 없이는 창조도 없다.
'권남희의 독서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숲에 대한 책 -전영우 '나무와 숲이 있었네' (0) | 2007.07.08 |
---|---|
수레바퀴 아래서- 헤르만 헤세 (독서지도자료 ) (0) | 2007.07.08 |
마을숲이 사라져간다- 책소개 (0) | 2007.07.07 |
헨리데이빗 소로우 '자연과 더불어 사는 즐거움' '시민 불복종'두권 (0) | 2007.07.07 |
사마천의 사기 -김병총 소설가 (논술지도에 좋다 ) (0) | 2007.07.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