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남희의 독서일기

숲에 대한 책 -전영우 '나무와 숲이 있었네'

권남희 후정 2007. 7. 8. 11:24

 

권남희 수필가정리

나무와 숲이 있었네 - 글.사진 ( 전영우) 학고재 출판사


전영우 ( 1951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고려대 임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주립대에서 산림생물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국민대 산림자원학과 교수로 있으며, 숲의 소중함을 알 리가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숲과 문화>를 발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산린문화론> -1977국민대 출판부 - <숲과 한국문화-1999. 수문출판사>  (나무와 숲이 잇었네- 1999.학고재> 가 있으며  편저로 <소나무와 우리문화-1993.숲과 문화연구회> 공저로 <숲속의 문화 문화속의 숲-1997-열화당 > <아름다운 숲 찾아가기 1998,수문출판사 > 등이 있다.  그외 산림문화에 관한 논문을 다수 발표했다.


차례 

책을 펴내며

제 1부 나무와 숲이 있었네 ( 용계할배 은행나무/ 세금내는 부자 소나무 석송령 / 정이품 소나무의 벼슬살이 / 솔개마을의 당산 소나무 / 민초들의 신앙, 원주 성황림 / 신들이 노닐던 신라의 옛숲- 계림, 나정숲, 여근곡 숲 )

제 2부 서울의 숲 ( 조선 숲의 전형 , 창덕궁 후원 / 성속을 가르는 종묘와 참나무 숲 / 숲의 바다에 떠있는 바위 섬  , 윤오월의 인왕산 / 한국인의 정체성 상징하는 남산 / 역사의 숨결 간직한 아차산 / 음악 선유로 살찌는 우면산 / 어머니품처럼 푸군한 대모산

제 3부 한국의 숲 ( 녹색의 향연, 점봉산의 봄 / 선안사를 감싸안은 차나무와 편백숲/ 내설악의 여름 숲 / 이국적인 숲, 제주 비자림 / 산삼 키우던 가리왕산의 가을 / 우리 숲의 자존심, 광릉숲 / 팔만대장경 지키는 해인총림 / 거대한 추상화 , 오대산의 겨울 . 혈통좋은 소나무가 있는 곳, 안면도 / 우리 소나무의 원형, 소광리 금강 소나무

제 4부 세계의 숲 (  신림욕의 발상지, 일본 기소의 편백숲 / 인간이 만든 숲, 독일의 흑림 / 세상에서 가장 나이많은 나무, 브리스톨 콘 소나무 /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나무, 자이언트 세쿼이아 / 비에 젖은 이끼의 왕국 , 호 온대우림 / 사라져가는 열대우림과 전지구적 환경문제   

책을 펴내며

지난 몇 해 동안 해온 일 가운데  얼마 전 70여명의 여성문인들과 함께 했던 일을 새로운 경험이었다. 넓은 잎나무들이 연출하는 풋풋한 신록 속을 거닐다가 쉬는 틈을 이용해서 조용히 눈을 감고 숲의 소리를 들어보라고 했다. 그리고 앉은 자리에서 낙엽을 헤치고 흙을 한웅큼씩 쥐고 냄새를 맡아보라고 권했다. 이행사가 끝난 뒤 많은 분들이 나를 찾아왔다.

그들은 아주 진지하게 “맨발로 거닐던 숲길의 감촉이 초야의 감촉같았다”, “ 흙냄새를 맡자 눈물이 핑돌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 은밀한 고백에 나는 내심 기뻤다. 감수성이 예민한 문인들에게 우리 숲의 숨은 진가를 알리고,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부심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산림학을 배우고 가르치면서 가장 큰 자괴감은 일반 시민은 물론이고 지식인들조차 우리 숲을 잘못알고 있는데 나 또한 일조해왔다는 점이다. 왜 우리 숲에는 굽은 소나무와 쓸모없는 아까시나무만 있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우리 숲의 진가와 아름다움을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궁리 끝에 시작한 일이 비슷한 생각을 가진 동료들과 함께 두 달에 한번씩 <숲과 문화>를 펴내고 ‘아름다운 숲탐방’행사를 벌이는 것이었다. 시민의 눈높이에서 우리 숲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시작한 숲탐방 행사는 92년 3월 원주의 성황림을 시작으로 계속되고 있다.

산림학에서는 그 지역의 기후와 토질에 잘 맞아 자연의 힘으로 만들어진 숲을 ‘풍토성이 높은 숲’이라 고 한다. 이런 숲은 사람들이 쉽게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요소를 지니고 있어 그 속에 들어가면 안온함과 아름다움과 고향에 와 있는 듯한 편안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숲이 가진 안온함은 인간의 감성과 정서를 움직이고 , 숲의 아름다움은 정신을 곧추세워주며 숲이 가진 포근함은 고향의 포근함과 다르지않다.

리 주변에 숲만큼 다양한 표정을 가진 곳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며 숲은 새로운 경이로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먼저 봄 숲의 아름다움은 변화하는 색에서 찾을 수 있다. 온갖 나무가 제각각 다른 색조로 잎눈을 틔우는 봄 숲의 졍경은 자연이 그린 한 폭의 파스텔 그림이다. 여름 숲의 향연은 아까시나무 꽃에서 시작된다. 아까시꽃의 독특하고 진한 향기는 숲의 표정이 조금은 밋밋하고 단순하게 변했음을 넌지시 알려준다. 하지만 이때 눈여겨 보면 송화가루를 털어내는 솔숲이 내뿜는 송진 냄새와 , 전나무의 건강한 바늘잎에서 뿜어나오는 톡 쏘는 듯한 방향성 향기를 감지할 수 있다.  가을 숲의 표정은 다양한 미각에서 느낄 수 있다. 다래와 머루와 으름의 상큼한 맛, 도토리와 산밤의 떫은 맛, 여름 내내 숲이 키워낸 더덕과 도라지의 쌉싸름한  맛이 그것이다. 겨울 숲에서는 다양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낙엽밟는 소리, 솔숲을 가로지르는 바람소리. 서릿발을 밟을 때  나는 사각거리는 소리, 계곡의 얼음장 밑을 흐르는 물 소리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음악이 된다.

  수천년, 수만년을 거치면서 조금씩 달라지긴 했지만 , 이 땅에서 우리의 색과 향기와 맛과 소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은 숲뿐이다. 멀게는 송강이 감상했던 그 숲을 다누언이 다시 음미하고 영감을 얻었으며, 가깝게는 소월과 청록파 시인들의 시정이 묻어나는 곳이다. 이처럼 숲은 조상들의 영혼과 숨결을 간직하고 있는 커다란 그릇이다. 숲에 가는 일은 조상을 만나러 고향에 가는 것과 같다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숲찾아가는 일은 선인들과 대화하고 , 또 그들이 느꼈던 멋과 맛을 함께 나누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하 생략 -

1995년 5월 -인간과 자연의 합일 꿈꾸며 - 전영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