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우 소설가 타계 2011년 4월 21.목
그는 죽음을 받아들였다.
2010년 문학의집.서울 소식지에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는 글을 발표했다. 마음이 아파 나는 그몸으로 소설쓰러 토지 문학관에 가 있는 김선생님에게 전화를 했다.
아주 담담하게 전화를 받는 그에게서 편안하게 정리를 하고 있다고 느꼈다. 김선생의 글 중에서 짤막하게 편집하여 미래수필문학회 포토에세이 전시를 하였다.
이상하다. 미래수필문학회 포토에세이 작품에 참여하신 소설가 이태원.오찬식. 유재용/ 박건호 시인 모두 돌아가셨다. (권남희 수필가. 월간 한국수필 편집주간 )
<아일랜드의 당나귀처럼>
내개 남은 길이 얼마나 될까? 문득 그 생각을 하면서 되돌아본다. 엊그제 같은데 지나온 길은 아득하고 그 아득함의 깊이만큼 후회의 그림자는 두텁기만하다.
남은 길을 어떻게 가야만 지금까지의 허방다리를 메울 수 있을까.
없을 것이다. 이제 남은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에 아무리 발광을 해도 허허롭게 비어있는 어둑한 허탕치기의 시간들을 밝은 빛으로 보충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미련한 당나귀처럼 살기로 마음먹었다. .......중략
가난하고 늙은 농부를 주인으로 만나 몇년간 열심히 농부를 도와 농사일을 거들었다....... 세월이 흘러서 농부도 당나귀도 모두 늙어 더 이상 일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 궁리 끝에 농부는 당나귀를 매장하고 자신도 죽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열심히 당나귀의 무덤을 팠다. 샘을 파듯 깊은 구덩이를 판 다음 안타깝지만 결정한 대로 시행키로 하고 나귀를 묶어서 줄에 달아 구덩이 아래로 조시믓럽게 내려 보내고 울먹이면서 구덩이에 흙을 메우기 시작했다. 한편 구덩이 아래에 있던 당나귀는 갑자기 자신의 몸위로 쏟아지는 흙더미를 받으며생각했다. 주인이 우물을 팠는데 안 나오니까 다시 메우려고 흙을 퍼봇는 것이며, 자신은 흙을 단단히 다지게 허기 위해서 구덩이 속으로 내려 보낸 것이라고 , 그래서 당나귀는 열심히 구덩이 속으로 쏟아지는 흙을 다져 밟았다고 한다. 밤새 울먹이며 흙을 퍼부었던 농부는 아침햇살을 받으며 지상으로 올라와 큰 소리로 웃는 당나귀의 웃는 웃음소리를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직은 죽을 때가 아니라고, 당나귀에게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고 힘을 얻은 농부는 죽는 날까지 다시 농사를 짓기로 결심했다. 15 년 전 소설에게 빚을 지은 중압감을 못 이겨 잘 다니던 신문사를 하루 아침에 그만두고 들어앉아 전업작가로 나섰었다.그러나 내게 허락된 삶과 문학은 절망의 구덩이 속으로 밀어넣고 감내하기 힘든 상황으로 몰아가는 것 뿐이었다. 지금도 머리. 어깨, 등위로 흙더미가 쏟아져 내리고 있다. 발목이 잠기고 머지 않아서 무릎이 잠기면 나는 그대로 생매장으로 죽음을 맞을 것이다. 그러나 그대로 끝낼 수는 없지않은가.
그래서 헐떡이며 쏟아지는 흙더미를 두 발로 다져 밟으며 견디고 있다. ....... 생략......
내가 가야 할 길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여전히 퍼붓는 흙더미를 비리비리한 어깨로 받을 망정 살려달고 애원하며 매달리지는 않을 것이다. 동화 속의 그 바보스러운 당나귀처럼 소설의 땅을 다져 밟으며 언젠가는 구덩이 밖으로 나올 것이다.
그 일을 생전에 할 수 없다면 죽어서라도 새로운 평가를 받는 작가로 남도록 소설을 다져 밟을 것이다. 그래서 질곡의 구덩이를 탈출하는 날 , 이렇게 말할 것이다,
족어서라도....
"히히히힣 ! 까꿍! 소설아!" (원문이 필요하신 분은 문학의집.서울 02-778-1026 으로 연락하시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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