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행사

권남희 수필교실 연합행사 에 부쳐 전수림 수필가 쓰다

권남희 후정 2013. 1. 1. 19:27

   2012. 12. 21. 금 오전 11시 문학의집.서울에서  리더스 에세이 연합행사에 부쳐 전수림 수필가  

   

우리들의 붉은 포도밭

 

 

지중해 시칠리아 에트나화산 부근에 포도가 가득 열린 모습을 생각한다. 에트나 화산주변의 포도나무는 뿌리가 2m까지 파고든다고 한다. 이유인즉, 부드러운 화산재 성분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그 덕인지 그곳의 포도나무는 어떤 병충해에도 끄떡없다고 한다. 좋은 와인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이 있겠지만, 그중 질 좋은 토양과 뜨거운 햇빛과 같은 근본적인 조건이 맞아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글을 쓰겠다는 사람들에게 그와 같은 성분을 갖은 열정적인 스승을 만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로 인해 인재들이 만들어지고, 그 인재들은 좋은 글을 대중들에게 내어 놓음으로써, 글 잘 쓰는 문인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권남희 수필가는 제자들에게 말한다. 희망, 꿈, 자신의 인생을 언제까지 꽉 막힌 창고에 가둬둘 것이냐고. 마치,「폰더씨의 위대한 하루」에 나오는 가브리엘 대천사의 말처럼 미처 이루지 못한 희망, 공상으로 끝낸 계획들이 가득 쌓인 창고를 보여주듯 말이다. 더불어 글 쓰는 사람으로의 인생을 개척할 수 있도록 끝없는 독려를 아끼지 않는다. 하루에 한 줄이라도 글 쓰는 일을 소홀히 하지 말라는 말은 일상이 되었다. 또 새로운 문체를 개발할 것을 주문하는가 하면, 글쓰기에도 틈새가 있음을 강조하고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틈새 찾기를 가르친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행복하게 글을 쓰라는 것이다.

오래전에 권남희 수필가가 쓴「청빈해서 아름답던 습작시대」를 읽고 가슴이 뭉클했던 적이 있다. 누구나 그런 혼돈의 시절이 있음에 공감하였다. 그 꿈을 가두지 않았기에 오늘날 많은 제자들을 배출하는 위치까지 올수 있었으리라.

가끔 생각한다. 내 스스로 글을 쓰고자 했으니 어느 스승에게 스며도 스몄겠지만, 어느 길로 가야 좋은 땅을 만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 않은가. 그 가운데 이곳에 뿌리 내리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그의 많은 글들을 읽으며 그가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무엇일까를 되짚어 보았다. 그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끊임없이 묻고 또 물었다. 가끔 글쓰기가 무의미하다고 느껴질 때, 죽기 전까지 붓을 놓지 않은 피카소를 생각한다고 했다. 그 역시 글 쓰는 일에 골몰하고 있음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 흔적을 따라가 보면 그녀는 행복한 글쓰기를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내가 만들지 않은 인생은 없다고 했다. 그렇더라도 길잡이가 되어 주는 사람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차이다. 글 쓰는 일도 누군가 끈질기게 끌어주는 사람 없이는 어렵고 힘든 일임을 안다. 수필이라는 문학의 바다에서 허우적댈 때마다 튼실한 밧줄을 던져주는 모습을 본다. 그 던져진 밧줄을 잡고 가다보면 그 끝에는 늘 권남희 수필가가 있었다. 그 밧줄을 놓지 않은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어린 포도나무에 불과하지만 양질의 토양에서 뜨거운 햇빛에 익히고, 적당한 온도에 발효시키다보면 언젠가는 자신의 이름을 단 명품와인이 되어 고가품으로 근사한 진열장에 진열되지 않을까. 우리 모두의 글이 그렇게 잘 숙성된 와인으로 세상 속으로 쏟아질 것을 기대해 본다.

다행히 요즘 에세이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무엇보다 읽기 쉽고 체험을 통한 인생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진솔한 삶의 흔적으로 세월이 거듭 될수록 수필의 그루터기는 대중들의 감성을 끈임 없이 자극할 것으로 믿는다.

 

2012년 12월 21일

 

리더스에세이 총회장 전수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