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남편을 다른 여인에게 빼앗기고 가장 잔인한 복수를 자행애 질투와 복수의 화신이 된여자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메데이아다. 콜키스의 왕 아이에테스의 딸인 메데이아는 총명하고 열정적이며 강한 의지를 지닌 여인이었다. 마법을 부리는 능력까지 가졌지만 남자를 모르고 살아왔던 그녀는 이버지의 황금양털을 훔치러 들어온 이아손을 보고 첫눈에 반해버렷다. 이아손은 이올코스의 왕자였는데 의붓형제에게 빼앗긴 왕권을 되찾기 위해서는 아이에테스의 황금양털을 손에 넣어야만 햇다. 그는 많은 영웅들이 참여한 이르고 원정대를 이끌고 갖은 모험을 한 끝에 콜키스에 이르렀고 사랑의 화살이 가슴에 박힌 순간부터 메데이아는 오직 이아손만을 위해 살기로 마음 먹었다. 아버지를 베산하고 남동생을 죽이면서 도망을 하여 아이까지 낳고 이아손과 10년을 살았으나 코린토스의 왕이 이아손에게 사위가 되어달라고 한다. 이아손의 배신에 메데이아는 재혼상대인 코린토스의 공주를 독살하고 자신의 두이이도 죽여 혈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리스 남자 이아손에게 죽음보다 큰 고통을 주고만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사랑에 모든 것을 건 여인이 진정 무서운 존재임을 남성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 '미술과 범죄'162쪽 마지막 줄에서 발췌
권남희
죽음의 무게로 잠을 이루지 못 할 때가 있다. 타인의 죽음은 관념적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가족이거나 알고 지냈던 사람의 죽음은 상대와 함께 가졌던 정서적 유기체들이 수시로 찾아들기 때문에 견디기 힘이들다 . 이제 막 삶의 궤도에 올라선 30대의 그녀가 당한 뜻밖의 죽음은 내게 청천벽력일 수 밖에 없다. 한동안 그녀의 밝은 표정이 선명하게 떠올라 나는 반쯤 혼이 나간 사람이 되고 말았다. 그녀가 피살 당하기 불과 일주일 전 수업 도우미를 해준 장면이 자꾸 나를 따라다니며 내 신경세포를 건드렸다. 잠자리에서도 나는 눈을 감지 못하고 후둘후둘 떨며 내 자신을 추스리지 못했다.
‘나는 그녀에게 무엇이었을까?’ 이런 자괴감이 나를 괴롭혔다.
단지 나는 그녀가 믿고 맡긴 딸을 초등학생 1학년 때부터 4년동안 가르친 선생이었고
그녀는 가끔 찾아와 수업 도우미를 하는 중 토막대화를 나누곤 했던 사이였다. 그녀는 자기 아이들의 선생이 글을 쓴다는 사실에 더 호감을 보이며 즐거워했다.
등에 업고 다니던 아들이 자라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자 아들까지 덥석 맡겼던 그녀. 성격이 담백해서인지 군더더기가 없는 언행에 전폭적으로 교사를 신뢰하는 보기 드문 학부형이라 고마운 마음에 아이들에게 더 잘할 수 밖에 없었다.
장맛비가 연일 쏟아지는 목요일 가족들이 모두 나가고 없는 오전 시간을 골라 안방에서 잔인하게 그녀를 죽인 범인은 그녀의 남편이 사귀었던 내연녀라고 했다. 자신을 더 이상 만나주지 않자 앙심을 품고 있다가 살인을 저지르고 바로 그 날 내연녀는 미국으로 달아났다는 기사까지 신문에 실렸다. 해결의 실마리가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인터넷에서 기사를 다운받아 확인하며 나는 미국에 두 자녀와 남편까지 있다는 유학파 여자가 정신병을 잃고 있지않는 아닌 이상 그런 원한 맺힐 일을 벌일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가졌다.
아무리 남자에 집착한 여성이라지만, 질투심 때문에 영문도 모르는 두 아이의 어머니를 죽여버리다니. 나는 그녀의 죽음에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있다는 확신이 들어 경찰청에 메일을 보냈다.
주변에 목격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비가 오는 날을 고른 점, 게다가 피살당한 주부는 165센티미터쯤 되는 큰 키에 살집이 있는 체격인데 여성이 어떻게 고용된 킬러처럼 계획적으로 보이는 살인을 혼자 감쪽같이 해치웠을까 하는 대목이다. 주방에 있던 칼을 썼고 위급한 상황을 알리는 전화도 할 수 없도록 움직이지못하게 침대에 팔다리를 묶어두었다는 사실은 여자 혼자는 불가능한 일이다. 뿐더러 장소가 안방이었다는 것은 안면있는 사람이 방문을 했거나 또 다른 사람이 들이닥쳤을 가능성 , 전문 킬러의 짓이 틀림없지 않느냐는 내용이었다.
우연의 일치처럼 , 오래 전 내 딸 아이와 같은 학부형으로 알고 지내던 어머니가 똑같은 죽음을 당한 사건이 떠올랐다. 무엇으로 설명을 할 수 있을까. 그녀 역시 가족들이 모두 나간 오전 안방에서 잔인한 죽음을 당했고 첫 목격자 역시 그녀의 아들이었다. 아들에게 그 장면은 평생 씻겨지지 않는 상처로 남았을 수도 있다. 한 소년의 삶을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버렸다는 것을 알기나 할까. 그녀의 남편에게도 내연녀가 있어서 당시 그녀는 만날 때마다 늘 마음 상해하며 푸념하곤 했었다.
비가 내리면 나는 아직도 그녀가 떠오른다. ‘선생님 책을 읽어보니까 저랑 비슷한 데가 있어요’ 슬쩍 말을 던지던 그녀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그 때 그녀를 붙들고 동생처럼 다독여주며 속내평을 털어놓도록 들어주어야하지 않았을까, 뒤늦게 후회를 한다.
그녀의 억울한 죽음에 내가 더 분해하며 사실이 아니라 꿈속일 거라는 몽롱함에 빠져버리기도 한다. 참 괜찮았던 그녀를 위해 해 줄 일이라곤 아이들에게 잘해주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슬프게도 어머니가 피를 낭자하게 흘리고 죽어있는 광경을 처음 목격한 아들은그 후 어미 뗀 송아지처럼 풀 죽고 매무새도 나날이 흐트러진 채 겉돌면서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행동이 변해갔다.
그녀를 쏙 빼닮은 미인형의 딸은 생각이 깊어진 아이가 되어 글마다 깊은 사유의 흔적이 배어나고 있었다. 어머니의 죽음 후 몇 개월 더 다니던 아이들이 어머니와 살던 집을 떠나 전학을 간 후 나는 상실감에 빠지고 말았다. 그 후 나 역시 강의를 그만두고 그곳을 떠났지만 마음은 평생 그녀와 두 아이를 떠날 수 없을 것같다.
‘선생님은 저희 어머니같아요’ 어느날 내게 다가와 속삭인 그녀의 딸과 아들을 위해, 그녀를 위해 신께 기도한다.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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