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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문학의 윤리성과 예술성
권남희
2007년 4월 28일 한국수필가협회 국내세미나 발표자료
1. 수필문학의 우물 안 윤리의식이 문학성을 퇴보시킨다.
종교적 혁명에 버금가는 혁명이 정보화 시대에 일어나고 있다. 미래에 대해 사유하며
내다보는 혜안이 필요한 시대에서 작가는 더욱 자기 검열을 요구받는 상황이다. 전자지능(디지털도구)을 가진 독자들을 향해 남이 한소리 똑같이 반복하는 지루한 작가(도덕교과서를 옮겨놓은 듯한 글 / 인터넷 정보를 베낀 것 같은 천편일률적 여행기 등 ) ,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 작가는 도태되고 만다. 태고 적부터 인간의 모든 일상은 예술의 원천이었다. 때문에 문학적 품성을 지닌 사람들은 일상에서 부단한 모순과 충돌하면서 자신의 내면세계를 성찰하고 감성으로 知覺하며 예술적 주제를 잡아내는데 뛰어난 면모를 보여준다. 그러한 문학성들이 개인의 기질에 따라 시나 소설 .수필. 희곡 등으로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수필문학에서의 윤리성은 다른 장르와 비교해 볼 때 표현에 있어서 지극히 제한적이고 경험을 통한 인식의 세계도 대부분 현실에서 한걸음 물러난 관조의 자세나 권선징악이나 양심의 가책 정도에 머물러 있다. (참고 문헌 한국수필 2006년 7.8월호부터 2007년 4월호 까지 )
사람들은 어렸을 때 이미 옛날 이야기를 듣거나 독서활동을 하면서 자기인식의 세계로 그것들을 판단한 다음 정리해두고 있다. 8살 무렵이면 인간은 선과 악의 카테고리에 자신을 포함시키며 구분을 하여 처세술을 익힌다. 그렇기 때문에 문학도 이러한 카테고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수필문학도 엄연히 인간정신의 소산물이기에 내면을 우물에 가두어놓고 글을 쓰기에는 세상은 너무 넓어지고 활짝 열렸다.
문학적 미감은 개인적으로 모두 다르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이 속한 국가나 사회가 추구하는 공통의 선을 보편적 윤리로 따라야 한다. 따라서 폐쇄적인 사회일수록 예술에 녹아있는 윤리의식도 흑백논리에 국한되어 있다. ( 군사정권시대 / 북한예술의 획일성 등 ) ‘공통의 선’을 향한 추구와 개인의 경험이 가미된 내적 복잡성을 예술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통찰력도 중요하다.
현대 한국의 수필 문학세계가 추구하는 공통의 선은 크게 몇 가지로 함축되며 다양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효도와 자식사랑, 자연을 찬미하는 문학 . 우정, 절대적 사랑, 원만한 처세술 . 등으로 국한되고 있어 이 또한 공통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 해야겠다. .
수필문학에서 장엄하고 위대한 것이나 공포감, 크고 강렬한 것 등을 표현하는 숭고함이나 비극적 모순충돌을 말하는 비극미감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 착함에 대한 미의 범주 몇 가지와 악함을 겪으면서 역설적으로 받아들이는 윤리성이 문학성에 작용할 뿐이다. 위대한 인간은 윤리적으로도 착하고 숭고한 인간이다 . 예를 들어 무산계급의 혁명투쟁, 농민봉기. 노동운동이 그러하다. 김소운의‘외투’수필과 고골리의 단편 소설 ‘외투’ 는 ‘외투’는 사회적 배경이나 소재가 같지만 장르의 성격상 전혀 다른 작가적 윤리의식이 드러나 있다.
고골리의 단편소설 ‘외투’는 소관리 아까끼아까끼에베치의 비참한 처지를 동정하면서 짜르 반동 통치를 폭로하고 있다. 비극미학의 범주에서 구분하자면 고리끼의 ‘ 외투’는 약소하고 아름답고 착한 사회적 역량이 약한 시민이 강대하고 추악한 세력과의 모순 투쟁에서 당하게 되는 실패와 고난 및 희생을 말하고 있다. 김소운의 ‘외투’는 청마 유치환을 거리에서 만났지만 서로 외투 한 벌 없이 살아가야 하는 모습을 발견한 , 서민에 대한 막연한 연민이 그 바탕을 이루고 있다. 작가의 도덕관이 낭만주의에 그 원천을 둔 ( 월터 페이터의 심미적 도덕관 ) ‘타인에 대한 연민’ 인 것이다. (월터 페이터의 ‘마리우스의 독백’ 수필 에 잘 드러나 있다)
2. 장식된 거짓말이 수필문학의 윤리성은 아니다.
-날조된 시를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괴테
공통의 선을 추구하는 공동사회에서 작가가 가장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프라이버시를 지킨다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는 대부분 수필 작가들이 고민하는 문제이다.
아직도 수필장르의 특성상 조심스러워하며 객관성을 잃지 않으려 얼마나 노심초사하는가. ‘M.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쓰기에서 맴돌며 한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발표되는 작품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작가는,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신을 평가할 때는 자기 의견보다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더 의식하는 모순 속에서 글을 쓰고 있다.
수필문학도 어느 정도 용감해야 한다. 대담하고 타인의 비난에 노출되는 위험도 감수하는 글쓰기를 하지 않으면 너무 뻔한 글쓰기에서 성장을 멈추고 만다. 그리고 다른 작가들이 발표한 수필에 탑을 쌓듯 보태기를 더 할 뿐이다. 모든 문학작품이 그러하지만 수필 또한 시대를 반영해야 한다. 문학은 인간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 또한 문학을 하는 동기는 얼마든지 있기에 그 무의식의 본질을 밝히기 위해 더 깊게 사유하며 고민해야 한다.
수필문학이 자기고백이나 성찰이라는 틀에 갇혀 보여주기 위한 글쓰기나 어떤 패턴적 글쓰기로 일관한다면 ( 지구촌 작가가 노래하는 어머니의 숭고한 희생정신 /가난은 수치가 아니다. 불편 할 뿐이다./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보아야 하는 효심 /스승이야기/ 불효를 노래함 / 여행예찬 /건강관리 / 등 ) 다람쥐 쳇바퀴식의 문학성은 침체를 불러온다.( 파주 출판단지에서는 하루동안 단두대에서 처형되는 반품서적이 30만권 이상이고 서울대생 10% 이상이 문학작품을 읽을 필요를 못 느낀다는 통계자료가 일간지 기사로 소개됨 )
또한 수필문학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 도덕률을 앞세운 타인의 매도이다.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해서거나 윤리적 잣대를 악용한다면 이 또한 비생산적 문학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양심의 가책이나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개인 수필쓰기를 위해서 꼭 필요하지만 악언이 입에서 나오지 않으면 분언忿言도 몸에 닥치지 않는다.-예기-는 말도 잊지 말아야 한다. 늘 진심을 다해 독자와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사회적 신뢰를 구축해주는 덕목을 쌓는 작가가 될 것이다.
크게 성공하려면 크게 모험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터부시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생각과 이해와 도전도 수필문학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동성애. 죽음. 살인. )
괴테는 시대를 꿰뚫어보고 시대에 맞춰 활동하는 자만이 시를 쓸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3. 수필문학에 내재된 윤리의식은 승화되고 세련되어져야 한다
-세계 3대 고백록 ‘톨스토이’ ‘ 아우구스티노’ ‘루소’를 능가하는 고백록의 절실성-
언젠가 아래의 내용을 ‘부모가 집을 나갔으면 찾았을까’ 이런 냉소적 시각으로 비판하면서 쓴 글을 읽었다. (애완견 부고란이 신문에 만들어지고 잃어버린 개를 찾는 광고전단에 ‘찾아주시는 분에게 500만원 희사하겠음’ 이런 광고가 버젓이 붙어있는 세상은 말세라는 생각마저 든다. )
이제 절대성이 무너지는 사회( 생명공학의 발달, 직업의 분화. 가족구조의 변화 등)에서 도덕적 관념과 작가적 사명감 때문에 일방적으로 매도할 수는 없지 않을까 한다.
관습적인 감수성은 내성을 쌓아 개인의 감수성을 퇴행시킨다 ( 잡초를 매도하는 표현/ 결혼과 이혼에 대한 편견 / 매화꽃 예찬 / 흰눈에 대한 묘사/ 환경오염 / 가난한 날의 행복 / 늑대에 대한 인식/ 부성애/ 모성애/ 대낮 강남의 고급식당가에 가보라. 여편네들로 가득차 있다 / 백수는 불행 / )
작가는 자신이 쓴 글에 당연하게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한 편을 완성하기 위해 들인 시간과 정신 노동을 생각하면 모든 작품은 소중하다. 그러나 자기 작품이 자신을 기만하고 있지는 않는지 돌아볼 필요는 있다. 정신의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것이 문학의 본질이기에 루소는 고백록에서 자신의 치부라 할 수 있는 일 - 다섯이나 되는 자식을 고아원에 갖다 준 일, 불쌍한 하녀에게 도둑의 죄를 씌운 일 등- 들을 모두 써 두었다고 본다.
인간의 운명에 복종하기보다 운명의 쇠사슬을 끊어버리려는 강한 욕구가 글쓰기의 숙명이지 않을까 한다.
문학인들은 아마추어 심리학자의 기능을 다해왔기에 문인이 사회에 직간접적으로 끼치는 영향도 크다고 해야겠다.
문학은 특성상 ‘카타르시스’(아리스토텔레스)이며 ’문학이 독자에게 감동을 준 다음 황홀감을 느끼게한다는 숭고론( 롱기누스) 과 독자에게 더욱 강한 감동을 주어 덕으로 이끌 수 있는 능력이 있기에 도덕 철학가나 역사가와 구별되고 그들보다 높은 지위에 있다(필립시드니 경) ( 정신분석과 문학비평-김열규 외 지음 102-3쪽 )
문학은 6감 같은 것이다. 인간의 오감 외에 미감을 자극하는, 작가의 다각적이고 풍부한 메시지는 중요하다. 인간은 분명 문학을 통해 자신의 생활을 현재보다 낫게 이끌어가려는 의지를 꿈꾼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어떤 현상들이든지 문학 작품 안에서 평가하고 미의 법칙성을 정립하기도 한다. 슬픔이나 악함, 전쟁, 배신, 죽음 등을 문학 작품을 통해 경험하면서 역설적으로 착한 것, 아름다운 것 , 좋은 품성들을 추구하고 미적 능력을 배양하고 미의 창조적 기능을 배가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서양에서는 일찍이 희랍의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이 심미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강조했다.“우리는 재간있는 예술가들에게 자연의 아름다운 면을 묘사케하여 우리의 청년들로 하여금 풍요하고 따사로운 곳에서 사는 듯이 그렇게 주위의 모든 것이 건강하고 유익하고 매일 보고듣는 것이 아름다운 작품들이어서 수려한 경지에서 시원한 공기를 마시듯이 그것들의 좋은 영향을 받아 어려서부터 시나브로적으로 미적 애호를 키우면서 미를 정신에 승화시키는 습관을 키우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플라톤의 이상국가( 318쪽 )
지성적거나 고백적이고 착함의 덕목을 강요하는 수필문학의 예술성을 다양하게 구축하기 위해서는 ‘미감’에 대한 인식을 넓힐 필요가 있다
괴테 어록은 늘 분명하게 규정짓기를 소망하는 분들에게 소개 해 드립니다 .
- 즉 진실은 늘 생산적이고 진실한 마음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반면에 거짓은 그 자체가 썩어가는 부분이 살아있는 부분의 치유력마저도 저해하고 있는 것이다. / 진리는 횃불이다. 그러나 그것은 무서운 횃불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화상을 입을까봐 두려워 눈을 가늘게 뜬 채 그 곁을 그냥 지나쳐 버린다.-진리편- / 우리들 시인은 여자와도 같다. 여자는 아이를 낳았을 때 다시는 남자 곁에 가지 않으리라 맹세한다. 그러면서도 어느덧 임신하고 있다. -문학과 비평- - 괴테 어록 -
참고문헌 1. 괴테어록(괴테 지음)시학사
2. 미학에의 초대 ( 임범송.김해룡) 이웃출판
3. 예술창조의 심리학 ( 안톤에렌츠바이크 ) 창지사
5. 정신분석과 문학비평 ( 김열규 외 ) 고려원
4, 한국수필 2006년 7.8월호부터 2007년 4월호까지 개인작품참조
권남희 약력 : 1987년 월간문학 수필 당선.
한국수필 편집주간. 한국여성문학인회 이사. 송파문인협회 자문위원. 송파여성문학인회 회장
한국문인협회회원. 송파수필작가회 초대회장, 미래수필문학회 고문.
대표에세이 문학회 감사.
강의 : MBC 아카데미 롯데잠실및 강남 . 서울시교사연수회 . 덕성여대평생교육원 수필강의
작품집 ‘미시족’ ‘어머니의 남자’ ‘시간의 빙 혼자 남다’ <그대삶의 붉은 포도밭>< 육감& 하이테크> 등 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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