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용

정목일 수필가 -문파문학 여름호 대담

권남희 후정 2007. 6. 22. 17:04
 

 

2007년 10월  어느날 서울역 오고가다 우연히 마주친 날 정목일 수필가 (권남희 촬영)

 

 <문파 문학여름호 >   수필가 정목일에게 길을 묻는다  

  2007년 5월 17일 오후

인사동 ‘귀천’ 찻집에서 먼저 기다리는 정목일 선배님이 편안하게 느껴진다. 스스럼없는 이유는  개인적으로 대표에세이 선후배로   20여년을 함께 한 시간  때문이지 않을까. (1989년 미국세미나 여행 같이 다님) 정목일 수필가에게는 종합문예지 관문을  통해 등단한 수필작가 1호라는 칭호가 늘 따라다닌다. 75년 월간문학 수필 1호 등단에 이어 76년 현대문학 수필도 등단  1호다.  ‘ 처음처럼’이라는 상품이름도 있지만 선생님에게 맞는 별명을 짓는다면  ‘처음처럼’이 맞겠다. 월간문학 출신 수필모임인 대표에세이 초대회장. 현대문학수필작가회 초대회장.  경남수필문학회 창립과  인터넷에서 발간하는 'E-수필지'까지  국내에서는 최초다 .  선생님을 뵈면 이제 또 무엇을 처음처럼 시작할까 궁금해진다.      

 

가슴에  논개를 묻어둔 남자 정목일 수필가   

진행 : 지연희 문파 문학 발행인  

인터뷰: 수필가 권남희(수필가. 월간 한국수필 편집주간 ) 

본글은 정목일 수필가가  질문에 답형식으로 글을 보내주신 내용을 평문으로 재 정리하였습니다 . 지연희 발행인과 정목일 수필가님께 감사드립니다     

선생님을 대할 때마다  ‘태생’대해서 수없이 생각해 왔었다. 물같은 구석이 있으면서 쉽지 않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몇 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고 흔들리지 않는  그의 정서적 배경에 남강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도 불과 얼마 전이다. 남강 근처에서 태어나 남강과 진주성을 자신의 얼굴 들여다보듯 보면서 성장 한 곳이기에 ‘남강은 마음의 탯줄이다’라고 그의 글에서도 밝혔다. 그의 첫 수필집도 ‘ 남강 부근의 겨울 나무’이다 . 그의 마음에는 늘 남강이 흐르고 더 깊은 곳에는 왜장을 끌어안고 강물 속으로 뛰어든 논개가    살고 있다.    비로소 그의 태생이 손에 잡힌다.       

차를 주문하기 전인데도   가장 궁금한 ,  ‘정목일 수필가의 문학세계’와 ‘ 영향을 준 작가’에 대해 물었다.  수필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높지 않았던  1975년 ‘월간문학’ 1976년 ‘현대문학’을 통해 수필 부문 최초의 등단 자가 되었지만,  수필 이론이나 정의에 대해서도 잘 몰라 답답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당시에 수필에 대한 편견과 푸대접이 심해 수필을 계속 쓸 것인가, 소설로 전향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혼돈을 겪기도 했지만 수필문단의  공식적인 첫 데뷔자라는 점 때문에 관심과 발표 기회를 비교적 많이 가질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영향을 받은 작가는 없고  피천득 선생의 작품을 좋아하여 스승으로 알고 그 분의 아름답고 완벽한 문장을 배우고자 했다.

선생님은  작품세계에 대해 자신이 언급하는 것은 쑥스러운 일이라고 하면서 30여 년간 발표한  작품들을 살펴나갔다.  첫째가 한국 정서와 한국미에 대한 재발견과 계승정신이고 , 둘째 명상적인 수필의 전개, 셋째 테마수필의 전개, 넷째 실험 수필의 시도 등이라고 한다.

 한국정서와 한국미에 대한 계승과 재발견은 거의 모든 작품에서 나타나는 주제로 평생의 탐구 작업임을 강조한다. 선생님은 어릴 적에 미술품 수집가이셨던 부친의 영향이 컸다고 회상한다. 명상수필이 좋은 수필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한국 문화 속에 ‘고요’ ‘영원’의 마음과 사상을 찾아보고자 했다.  명 수필 1~2편을  남겨 놓는 것으로 족하는 수필가가 되기를 원치 않고  비록 명 수필을 쓰지 못할망정 일생을 통해 ‘한국정서의 재발견과 계승’에 심혈을 기울인 한 수필가로 기억되길 바라는 것이다 . 그래서 ‘한국의 영혼’ ‘한국의 춤’ ‘달빛’  등 테마수필을 써왔지 않나  돌아본다. 내 나름대로 ‘바람’ ‘이발’ ‘전철을 타고’ ‘껌’ 등 실험 수필도 선보였다.

한국의 영혼’(1990년 )에는 한국의 원시신앙부터  민속놀이. 건축 , 예슬 등 78가지의 주제로 한국을 대표하는 수필작품이 실려있습니다. 다른 시도를 해 본 적이 있나요?

 아직까지 한 번도 한국을 대표하는 수필가 중의 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고 다만 수필문단에 처음 데뷔라는 절차를 거쳐서 작품 활동을 한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언제나 신인의 자세로 작품을 쓰자는 다짐을 하곤 했다. 일반적으로 ‘서정수필가’라는 고정관념을 가진 독자들이 많습니다만, ‘기행수필’ ‘테마수필’ ‘시적 수필’ 등을 발표하고 책을 내었으며, 컬럼집 ‘인민광장의 월츠’를 낸 바도 있다. 앞으로도 기행수필집을 낼 생각이다.      

우리가 보는 선생님은  1980년대부터 수필문학의 중심에 있어왔다고 판단되기에  책임감에 대해서 여쭈었다.  뜻밖에도 선생님은 지방에 거주하면서 소외와 단절 속에 있었다고 답한다. 다만 70년대 중반에 수필문학의 중흥 조짐이 일기 시작하고, 신인으로 첫 출발한 상태이기에 ‘월간문학’출신의 수필가들과 뜻을 맞춰 우리나라 처음으로 등단 수필가만으로 구성된 ‘대표에세이’를 구성하였고, ‘현대문학’지에 추천을 받은 수필가들로 ‘현대문학수필작가회’를 결성하여 활동하였다. 거주지인  경남 진주를 중심으로 ‘경남수필문학회’를 결성하기도 하였는데, 내게  고무적인 계기를 주었던 것은 ‘수필문우회’ 창립 회원으로 활동하면서다.  원로 및 유명 수필가들의 작품과 삶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이 큰 복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방에 있었던 까닭으로 자주 참석하지 못하였던 아쉬움은 남아있다. 동인활동을 전개하면서 변방과 고립무원의 환경에서 벗어나고자 했고, 작품 쓰기에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견지해 왔을 뿐인데 중심적 대상으로 보아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이번까지 두 번에 걸쳐 ‘한국문협 수필분과회장’의 직무를 맡아 수필문단에 많은 책임감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문인협회에 가입된 수필가만도 2천 2백여 명에 이르며, 현재 시인 다음의 수효를 차지하고 있으나, 수필에 대한 편견과 푸대접은 여전히 남아 있다. 앞으로 수필에 대한 위상 제고와 함께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노력할 것이다 또한 ‘수필의 날’(7월 15일) 행사를 범 수필 문단적으로 개최하여 수필문단의 단합과 권익옹호를 도모할 생각이다.

 발행인으로 돼 있는 ‘선수필’과    ‘e-수필’의 취지와 방향에 대해 말을 꺼내자 선생님은

 현재 17종에 이르는 (계간이상) 수필전문잡지에서 배출하는 (종합 문예지 포함) 연 5백 명 이상의 수필가 양산 체재를 지적했다.  수필의 양적 평창에 비해 질적 향상이 안 되고 있는 게 수필문단의 고민이며 평가이기에  백 편의 수필보다 한 편의 좋은 수필이 아쉬운 때라고 한다. ‘선수필’은  발표된 작품을 재평가하고  선별하여 제공함으로써 수필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자는 취지와   독자들에게 좋은 수필을 읽는 재미를 제공하고 독자를 확보하자는 의미가 크다.   ‘e-수필’은 우리나라 최초의 인터넷 수필잡지이며. 인터넷을 통해 수필창작을 하는 수필가들의 공동 발표 광장이다. 종이책과는 달리,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며, 세계 어느 곳에서든지 손쉽게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고 수요자인 독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자신이 필요할 시간에 무료로 아무런 제약 없이 좋은 수필을 대할 수 있어 좋다고 본다.. 인터넷은 쌍 방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작품을 발표할 수 있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그러나 예산의 부족, 전문 인력의 미확보 등 어려움이 많다. ‘e-수필’은  현대문학수필작가회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이관희 수필가의 희생적인 노력에 힘입어 계간 체계로 나오고 있다.

 수필문학의 르네상스라고 볼 수 있기에  앞으로 수필문학의 방향에 대해 선생님께 마무리를 부탁해본다. 수필풍요를 구가하고 있다는 데 대해선 공감하지만  수필의 질에 대해선 반성의 소지가 많다고 일침을 놓는다. 독자들에게 환영받는 수필가의 출현과 작품이 나와야 하고  수필의 질적인 성숙과 발전이 있어야 한다는 선생님의 의견에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전문적인 수필, 실험적인 수필, 테마 수필, 논리 수필, 명상 수필 등 개성적인 작품들이 많이 나와야 하며 수필 영역의 개척과 확대가 필요합니다. 우리 수필가들의 수필작품 중에서 베스트셀러가 나와야 한다는 것은 모두의 바램이다.. 수필이 아무나 쓸 수 있는 대수롭지 않는 문학 장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더욱 노력해야 한다. 문장수련은 곧 인격함양을 비롯한 인생수련이기에 삶이 훌륭하지 않으면 훌륭한 수필을 쓸 수 없으며 인격에서 향기가 나지 않으면 문장에서 향기가 나지 않는다.   수필의 풍요라는 긍정적인 면만 �지 말고, 거품을 거둬! 내고 내실을 다져나가야 한다. 수필잡지들도 1인 1편씩의 편집체제를 유지하는 등 대동소이한 방식에서 벗어나 독자적이고 차별적인 모습을 보여야 하며, 수필평론의 활성화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서평, 월평의 주례사적인 인상비평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작가연구, 작품연구를 펼쳐야 한다. 수필의 질적 향상을 위해선 무엇보다 수필가 개개인의 문학적인 존재 방식의 모색과 함께 인생적인 성숙과 깨달음을 통한 좋은 수필의 창작이 수반돼야 합니다.


수필쓰기 저서 10여권과 수필집 10여권을 내신 선생님은 끝까지 조심스러운 태도를 잃지않는다. “ 여러 가지 부족한 사람이 수필문단에 대한 여러 질문에 답하는 입장이지만, 이는 오로지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견해에 불과하다는 점을 함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라고 끝을 맺어 참석한 지연희 발행인.시인을 웃게 했다.   진주까지 가야하는데도 여비대신   꽃바구니를 드렸다. ‘이거 너무 눈에 띄는 거 아이가?’ 씩 웃으며 꽃바구니를 들고 인사동 골목을 빠져 나가시는 선생님에게서 면치레를 모르는   ‘태생’을 늦봄날에 서서 다시 확인한다 .      


정목일 약력  : 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장.  창원대 겸임교수. 대표에세이 초대회장역임.

               수필집. ‘한국의 영혼’ 대금‘ 외 10여권 .   

   한국의 영혼 (정목일 지음 )이제 누구도 근대 한국의 소재를 다룬 수필을 쓸 수가  없다!  

작품목차 소개 ( 제 1장  원시신앙 - 정화수/ 부적/ 점/ 서낭당 / 도깨비 / 장승/ 비/ 토우/ 삼신/ 태몽/ 전설/ 민담 )

제2장 한국여인의 소망, 한 ( 은장도/ 인두/ 치마저고리/ 베갯모/ 모시/ 동경/ 매듭/자수/ 다듬이/ 반짇고리/ 장독대/ 분함 )

제3장 불교와 겨례의 마음 ( 범종/ 관등/ 놀이/ 팔만대장경/탑파/ 석굴암 본존상 )

제 4장 생활의 여유와 지혜 ( 부채/돗자리/ 담뱃대/ 장신구/ 칼 / 신발/ 소반/ 화로/ 한지/ 병풍/ 표주박/ 다도/ 속담/ 등/ 도장/ 반닫이/ 떡살/ 토기/ 붕어자물쇠)

제 5장 민속놀이, 전통가락의 멋과 흥취( 춤/ 오광대/ 탈/ 농악/ 판소리/ 가야금/ 장구/ 강강수월래 / 투우/연/ 징/ 씨름 )

제 6장 건축과 예술에의 슬기 ( 문방사우 / 묵화/ 연적/ 벼루/ 관모/ 금관/ 목공예 / 첨성대/ 정자/ 성/ 한옥/ 단청/ 와당/ 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