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한국수필

5월에 해야할 일(월간 한국수필 5월호 정목일 이사장 발행인 에세이)

권남희 후정 2012. 5. 3. 11:25

 

                      

발행인 정목일이사장 . 편집주간 권남희 .사무국장 서원순 .기획실장 이철희/ 편집차장 김의배 .사진기자김수진.윤중일 미디어 담당 박원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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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한국수필 5월호 발행인 에세이

 

  5월의 나무

鄭 木 日(사단법인 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 한국문협부이사장)  

 

 

5월 햇살 속에 팔을 활짝 벌린 나무이고 싶다. 한 그루 때죽나무거나 버드나무가 되고 싶다. 사방으로 가지를 뻗어 하늘을 향해 치솟고 싶다. 나는 더 이상 자라지 않게 성장이 멈춰버린지 몇 해이던가. 다시금 발꿈치를 올리고 키를 재보고 싶다. 얼굴에 가득 웃음을 띠고 환한 햇살과 포옹하고 싶다.

가지마다 잎을 피워내 푸르무레, 푸르스레, 푸릇푸릇, 푸르딩딩……. 햇살은 사계의 모습을 그려내는 위대한 화가이다. 햇빛이 아니고선 어떤 잎이든 꽃이든 피워낼 수가 없다. 새움은 고통과 인내 속에서 견뎌낸 세월의 선물이다. 새움은 침묵이 피워낸 부활의 말이다. 어둠에서 솟아오른 꿈 망울이다.

 

5월엔 여드름이 나고 어깨가 벌어지는 청년처럼 성장하는 나무가 되어 환한 햇살을 맞고 싶다. 뿌리에서 높은 가지의 잎들까지 햇살의 깃발이 되고 싶다.

‘봄’은 겨우내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됨을 말한다. 침묵과 고독 속에 묻혀있던 나무들이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 풀꽃들이 피어나는 경이와 신비를 목격하는 것이 봄이다. 봄은 새로운 탄생의 기적을 알려준다.

 

5월은 봄의 절정이다. 햇살, 하늘, 바람, 기온, 물… 어느 하나 신비롭지 않은 게 없다. 나는 한 그루 나무가 되어 꿈과 성장을 주는 햇살의 노래를 듣고 싶다. 봄 햇살은 만물에게 생명의 숨결을 불어 넣는다. 땅속에 묻힌 씨앗들을 깨워내고 존재의 모습을 찾게 만든다.

 

5월엔 숲으로 들판으로 나가 보고 싶다. 아무리 바쁘다고 할지라도 천지조화의 새 기운으로 변하는 자연의 모습을 보아야 한다. 나무들이 뾰쪽뾰쪽 피워낸 초록 잎새 위로 눈부시고 향기로운 향유를 바르고 있다. 5월엔 나무들이 어떻게 자신을 치장하여 봄맞이를 하고 있는가. 세상을 찬미하고 있는가. 미풍은 왜 휘파람을 불고 가는지 알고 싶다.

 

나이에 상관없이 어린 나무들보다 나이 많은 나무들이 더 깊고 풍부한 색깔들을 뿜어낸다. 백년, 이백년 넘는 노거수(老巨樹)의 늠름하고도 두터운 초록 빛깔엔 어린 나무들이 따를 수 없는 체험의 세월과 지혜가 보인다.

 

5월엔 신록에 빠져든다. 이보다 경이로운 모습은 없으리라. 사람이 나무들의 삶처럼 계절마다 새로움을 구가할 순 없지만, 봄철이면 초록 잎새를 피워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은 축복이요 기적이 아닐 수 없다. 5월이면 나도 가지마다 방울방울 잎눈을 틔어 새 잎을 피워내고 싶다. 육체적으로 늙어 가는 것을 막을 수 없을 테지만, 마음의 초록 잎을 피워내고 싶다. 5월이면 식물처럼 다시 시작하고 싶어진다.

 

5월엔 푸른 생각과 말을 쏟아내고 싶다. 살아있음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세상을 찬미하고 싶다. 5월이 와도 나와는 상관없이 지내온 세월이 있었다. 지치서 무덤덤해서 자연과 계절을 잊은 때가 많았다. 세상을 온통 초록으로 바꿔버리는 천지조화의 기적만큼 놀라운 경이와 신비는 없으리라. 죽은 듯한 생물들을 일시에 부활시키는 것만큼 위대한 힘은 없으리라.

 

5월엔 한 그루 나무가 되고 싶다. 찬란한 햇살 속에 생명력을 하늘로 치솟는 초록빛 나무! 나도 새들의 노래와 훈풍을 맞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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