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한의과 대학을 세운 리더십으로 문학사를 정립하는
한의사 변정환 수필가
대담 : 정목일 이사장
일시 : 2012년 2월 17일
장소 : 한국수필 편집실
정리 : 권남희 편집주간
왼쪽 정목일 이사장 / 오른쪽 변정환 한의사( 대구한의과 대학 총장 역임)
정목일 :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시는 한의사로 ‘신침(神鍼)’ 칭호를 듣기도 쉽지 않겠지요. 공자 앞에서 문자 쓰는 것처럼 건강 묻기도 조심스러운데 대장간에 칼이 없는 것처럼 혹여 건강에 신경 쓸 시간이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활동하시기는 어떠신지요?
변정환 : 벌써 여든이란 세월이지만 나이를 의식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자랑할 건 아니지만 제 건강지수가 30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음식 습성은 소식(素食)을 평생 해오고 있으며, 육류는 먹지 않고 채식위줍니다. 그리고 하루 한 끼 또는 두 끼의 식사로 적게 먹어도 피곤하지 않고 지장이 없습니다.
제가 평생 지켜온 건강비법은 태을진인의 철금문인데 사람의 원기를 올바르게 보존하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집니다.
첫째, 말을 적게 하여 몸 안의 기를 기르고 둘째, 색욕을 삼가 정액과 기를 기르며
셋째, 맛있는 음식이라도 많이 먹지 않아 혈기를 기르고 넷째, 진액을 삼켜 장부에 기를 기르고 다섯째, 노여움을 삼가 하여 간장의 기운을 기르고
여섯째, 근심 걱정을 적게 하여 마음의 기를 기르는 일입니다.
정: 문학에도 뜻이 높아 좋은 글도 많이 쓰고 계십니다. 학창시절의 독서력이 궁금한데 애독했던 문학책을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변: 사실 부끄럽습니다. 집안이 가난하여 초등학교를 나와 중학교 진학을 못하고 겨우 고등공민학교 졸업은 했으나 자격이 없어 다시 시험을 보아 스무 살에 고등학생이 된 만학도에다 교과서조차 살 형편이 못되어 고학으로 대학까지 다니다 보니 문학책 뿐 아니라 다른 책도 읽을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일찍이 한학자이신 조부님 밑에서 한문공부와 남의 문중 서당에 빌붙어 한학을 공부한 덕택에 사서삼경을 다 읽고 시를 읊으며 ‘당시정해’, ‘연주시’등 한시(漢詩)공부로 전국한시연구원 이사장을 20여년 역임했습니다. 제가 등단한 수필도 ‘두보의 시와 동아줄’이 아닙니까. 사실 빌려서 본 문학책들은 여러분이 다 읽은 책들이라 별로 소개할 것이 없군요. ‘삼국지’, ‘성리학’에 심취했으며 주로 동양 고전을 탐독하였습니다.
정: 선생님은 EBS-TV ‘직업의 세계·일인자’에 출연하여 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꿈을 심어주었습니다. 전 한국정신문화원 이선근 원장은 우리나라 전통의학사에서 명의로 허준-이제마를 꼽으며 선생님에 대해서도 칭송을 했지요. 선생님과는 어떤 인연이 있는지, 인연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하는 만남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봄이 되니 차후 계획도 듣고 싶습니다.
변: 이선근 박사가 살아 계실 때 늘 제게 ‘전통의학인 한의학의 3번 타자’라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허준 선생이나 이제마 선생이 명의이고 존경의 대상이지만 제가 설립한 세계최초의 한방종합병원과 한의사 양성을 위한 대구한의대 설립 때문에 그런 말씀을 한 것 같습니다. 명저인 ‘동의보감’도 벌써 400년 전이라 그간의 환경과 체질의 변형에 따라 병명도 달라지고 처방도 많이 달라져있고, 달라져 가고 있습니다.
이젠 국내의 병이 곧 세계의 병이듯 글로벌시대, 세계화를 위한 일에 힘쓰고자 합니다. 현재 집필중인 ‘21세기 동의보감’은 영문판으로 출판할 계획으로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정: 수필가이신 선생은 세계 최초로 한방종합병원을 설립하고 또 한의대학교를 세워 후학들을 양성하여 모든 이들이게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수필 문학인들에게도 뜻을 세워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귀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변: 저는 수필가도 먼저 건강을 보살펴야 한다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예를 들어, 봄철에는 온상에서 재배된 것이 아닌 자연적으로 산야에 생산되는 봄나물이나 싱싱한 채소를 많이 잡수시면 면역력이 강해지고 생명력이 솟구칩니다. 늘 자연의 순리에 따라 인생살이에서 뜻을 크게 세워야 한다고 봅니다.
흔히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인생의 꽃이라 할 수필의 아름다운 꽃을 크게 피워 주시기 바랍니다. 또, 남이 개발 못하는 일에 전념하여 그 일이 다른 이에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기쁨이 되게 하십시다.
정: 여행을 다닐 때도 침통과 주역책 한권을 꼭 가지고 다니신다고 들었습니다. 지난 해는 주역을 번역하여 출판하셨는데 주역 내용을 읽다보면 심오한 학문의 경지도 놀랍지만 수필 작품 같다는 느낌을 받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변: 그렇습니다. 주역은 기본적으로 우주의 삼라만상이 발생하고 소멸하는 이치와 복잡하게 전개되는 양상을 음· 양의 조화로, 나아가 그 우주자연의 원리에 근거하여 인간도 소우주로 본 것이 아닙니까.
이처럼 자연의 원리에 근거하여 인간의 원리를 세우려는 삶의 현상 가운데 대우주의 법칙성을 보는 것과 같이 수필 역시 우리의 생활경험, 자연의 변화 그리고 사회현상에 대한 새로운 발견 등은 영원한 수필 소재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수필이야 말로 주역과 공통점이 많다고 봅니다. 그런데 주역이 철학적으로 난해하고 형이상학으로 설명되어야만 하는 구절이 많은 것처럼, 수필 또한 좋은 이치나 소재가 있다해도 표현능력 즉, 해석에 따라 달라진다고 볼 때 수필의 생명력도 거기에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계속 좋은 작품을 많이 읽고 써보고 더 공부해야죠.
주역이 망원경이라면 수필은 현미경이라고도 하겠지요.
정: 이제 한국수필가협회와 인연을 맺었으니 애정 어린 충고와 관심도 부탁드립니다.
변: 먼저 정목일 이사장께서 ‘한국수필 신인상’으로 작가의 이름을 주시고, 부이사장의 직분으로 일을 맡겨주시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여러 가지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통권 204호까지 월간 ‘한국수필’이 발간되어 온 것은 큰 보람이고, 수필 동호인의 자부심이라 하겠습니다.
한국수필가협회 사무실이 셋방살이를 면할 수 있었던 일도 회원의 일치된 염원으로 그 힘이 뭉쳐졌으니 곧 단독 사옥도 이루어 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제 세계는 ‘한류 풍’이 불어 들뜨고 있습니다. 우리의 춤, 노래, 음식이 주를 이루는데 언젠가 우리의 수필문학이 한국고유의 소재로 세계인에게 감동을 주는 명수필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변정환(卞廷煥)
1932년 경북 청도 이서 출생
약력:
대구한의과 대학 설립, 초대 이사장. 대구한의대학교 5대 총장
대구한의대학교 명예총장(현)제한한의원 원장(현)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및 대학원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보건학 박사
경희대학교 대학원 한의학 박사.제한한방병원 개원(병원장, 학술원장)
사단법인 대자연사랑실천운동 이사장. (사)한국수필가협회 부이사장(현)
수상:
대통령 국민포장 수상. 대통령 표창(새마을 협동장) 수상
5·16 민족상(사회부문) 본상 수상. 국제라이온스 한국사자 대상 수상외
한국수필 신인상 수상
주요저서:
수필집 「한의의 맥박」「맥」「아직은 쉼표를 찍을 수 없다」
「오늘도 삼성산 돌층계를 오르며」 「일흔, 새벽」「길」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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