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남희 수필

잔아문학박물관 2013년 봄호 소식지 오정희 소설가 등

권남희 후정 2013. 4. 10. 15:38

 

 

2013. 봄호  잔아문학박물관 소식지수록원고 (  오정희 소설가. 오생근 문학평론가. 김수복 시인. 권남희 수필가. 김정임시인. 이충호 소설가. 이명진수필가 .

                                                            조성설 시인.   남궁연옥 시인 . 김용만 소설가  

 

개구리와 문학

권남희수필가

 

개구리는 누가 죽였는가?

이 봄, 글을 쓰다 봄 들녘을 폴짝거리던 개구리 뒷다리를 잡아채는 상상을 한다. 설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도 탄탄한 뒷다리근육으로 뛰어오르는 개구리와 결코 꿈을 포기하지 않는 문학은 많이 닮아있다. 개울물소리와 함께 개구리가 잠에서 깨는 모습의 영상뉴스가 사라졌고 겨울잠을 자다 천둥소리에 놀라 튀어나오는 개구리를 보았다는 소식을 듣지 못하니 봄날의 기다림이 무안하다.

지금 내가 사는 집 앞에는 산이 있고 그 산을 타고 내려오는 개울이 있어도 개구리를 못 본지 10년이 넘어가고 있다. 혹시 알을 낳으러 움직이는 개구리가 있을까, 동네 산책코스 탄천을 걸으며 살피기도 하지만 얼마를 걸어도 개구리는 커녕 토종으로 자리잡은 황소 개구리도 보이지 않는다. 만나지 못한 나의 개구리들은 추억 속에서 겨울잠을 자다 박제될 뿐이다. 언제 개구리의 근육질 다리를 잡아볼 수 있을지. 아예 보호동물로 분류되는 것일까.

동네문화센터에 문학반 강좌를 개설했지만 개구리 만나기 어려운 것처럼 문학 지망생도 만나기 어렵다. 인기강좌는 언제나 노래교실이다.

문학과 개구리가 실종되어도 아무렇지도 않은 시대다. 정신세계까지 깊이보다 가벼움을 추구하고 생활은 번잡해지니 청정동네 문학이 오지로 밀려나는 것이다. 문학은 동면을 깨고 나오는 개구리의 생명력같은 보물인데도........

내 문학의 뿌리가 밤하늘 별과 여름밤 왁자했던 개구리, 맹꽁이 소리였다면 억지인가.

화가 천경자는 초록의 배추색에서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기에 열심히 생명의 색을 그렸다. 어렸을 때 나 역시 개구리를 많이 보고 자랐기 때문인지 폴짝폴짝 뛰어오르는 개구리의 움직임을 따라 뛰어다니니 먹을 거리가 풍부하지않아도 생동감으로 충만했다.

내 욕심으로 죽게 만든 개구리의 작고 까만 몸이 떠오른다.

올챙이를 우연하게 얻었던 적이 있다. 올챙이를 개구리로 키워 본 경험이 없는 나는 수돗가 프라스틱 그릇에 물을 받아 길렀다. 수돗물이니 올챙이가 제대로 살 수 있을 지 걱정되어 수돗물을 받으면 여러 날씩 물을 두었다가 갈아주었다. 수초도 넣어주며 얼마를 지났을까, 어느 날 개구리 한 마리가 폴짝거리고 있었다. 너무 작은 몸은 진흙빛이고 윤기가 나지 않아 한 눈에도 잘 자란 개구리가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이 개구리를 어떻게 살릴까도 걱정이었다. 마당을 뒤져 지렁이나 벌레가 나오면 먹이로 넣어주었지만 먹이도 먹지못한 채 개구리는 끝내 죽었다. 새끼 손가락 한마디도 되지않는 채 까맣게 변해 있었다. 그 참혹함은 죄책감이 되어 오래 남았다. 뉴욕에서는 콘크리트 숲에서 서식하고 있는 개구리를 발견했다며 소란을 떨기도 했다. 도시에서 개구리가 무엇을 먹고 살아가는 것인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나 작가가 순전히 글만 써서 과연 몇이나 살아남을까에 대한 궁금증 그 수위는 같다고 하겠다.

나의 문학밭도 내가 죽인 개구리처럼 자연 발아적이지 못하고 남의 도움으로 이어가거나 인공의 힘으로 재배되고 있는 것 같아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물웅덩이 하나 만날 수 없는 도시는 전철역, 버스정류장, 24시 할인마트, 병원, 세탁소, 약국 건물, 대형 간판 등 어느 곳이든 곤충 한 마리도 발붙일 수 없는 인공 구조물이다.

사우나에서 내보내는 물로 채워진, 무늬만 개울인 곳에서 꿈을 꾼다. 하늘에서 미꾸라지 떨어지곤 하던 장마철을 기다려보는 것이다. 그 때만은 진짜 빗물이 개울을 신나게 흔들어 청소한 곳에 개구리가 돌아오는 상상이다.

환경오염으로 아무 것도 살아갈 수 없는 위기의 지구, 전 세계가 멸종위기의 생명을 문화재로 지정하고 있다. “지구는 6번째 대멸종 위기를 맞았다.”고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예언했는데 문학 또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올랐다는 사실에 어리둥절해진다. 최악의 경우 인간만이 살아남는 ‘고립기’의 지구와 문학이 같은 배를 탔다는 생각을 한다.

문학마을에 개구리처럼 팔딱거리는 젊음이 뛰어들기를 기다리는 일이나 .

개구리가 알을 낳으러 찾아오는 물웅덩이나 개울가 부활이 우주여행만큼 요원한 것일까.

 

 

 

 

권남희수필가 1987년 월간 문학 수필당선 .현재 월간 한국수필 편집주간

작품집 《육감&하이테크》 《그대삶의 붉은 포도밭》등 5권

22회 한국수필문학상 . 제 8회 한국문협작가상 등 한국문인협회 이사. 송파여성문학인회 회장. 한국여성문학인회 이사 외

덕성여대. MBC롯데 잠실과 강남점 수필강의 . stepany12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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