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한국수필

월간한국수필 4월호 수록 합평 좌담회

권남희 후정 2014. 3. 31. 16:01

  2014년 4월호 수록

특집 2 이달의 작품 합평 좌담형식

 

월간 한국수필 3월호 합평작품

월간 한국수필에서는 매달 발표된 수필 중에서 개성있거나 문제의식을 던지는 수필을 선정하여 본회에서 추천한 3분과 합평좌담회를 가지고 토의를 거친 다음 발췌 정리하여 수록하고 있습니다. 글이 한 편 발표되면 3가지 형태의 의도가 탄생합니다. 작가의 의도, 독자의 의도, 그리고 작품 스스로 갖는 의도입니다. 매호마다 선별기준이 달라지는 것을 감안하시고 다양한 읽기를 통해 타산지석의 묘를 얻기 부탁드립니다. 합평에 선정된 작품이 모든 면에서 완성도를 갖추었다고 볼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월간 한국수필 3월호 합평작품

옥화재 해질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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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대 빈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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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경 바닥재 3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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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평위원

신용철 (경희대 명예교수) 김학 ( 전복대 평생교육원 교수)

윤태근 (운현수필 회장)

진행: 권남희편집주간 (사, 한국수필가협회)

권남희 : 합평작품을 선별한 이유를 근거로 다양한 각도로 원고를 평해주셨으리라 믿습니다. 한 작품 속에 몇 개의 소주제를 나누어서 써나가는 형식은 일종의OMNIBUS) 몇 개의 독립된 짧은 이야기를 모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든 영화나 연극의 한 형식에서 출발) 쉬운 듯 보이지만 자칫 뻔한 글로 보일 우려도 있습니다. 감상을 부탁드립니다.

김학: 박세경의 <바닥짐 삼제(三題)>는 모래주머니, 앞자리, 금붙이 등 세 가지 소주제로 나누어서 꾸민 옴니버스 수필이다. 서두 첫 문장이 간결하고 짧아서 호감이 간다. 또 여느 수필과 달리 새로운 스타일의 수필이어서 눈길을 끈다. 명절 때 차례 상에 올린 산적(散炙)처럼 맛깔스런 수필이다. 돛단배의 중심을 잡아 주는 모래주머니, 언제나 교회 앞자리를 지키며 교회의 중심을 잡아주는 원로 성도들, 경제난 때 장롱속의 금붙이를 내놓아 흔들리는 나라의 중심을 잡아 준 국민 등 세 가지 화소를 묶어서 한 편의 수필을 엮었다. 세 가지 화소를 묶어 옴니버스 수필을 구성할 때는 세 가지 이야기의 길이가 비슷해야 좋은데 그렇지 않아 아쉽다.

윤: 박세경의 <바닥짐 삼제>는 오랜만에 대하는 옴니버스(omnibus) 형식의 작품이다. 작품성 여부에 앞서 수필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작가의 노력을 치하한다. 내용은 형식을, 형식은 내용을 구속한다. 형식과 내용은 동전의 안팎과 같이 상호 보완적인 관계다. 즉 그 형식에 담을 수박에 없는 그런 내용이었느냐는 인과관계 있어야 한다. 1제인 ‘모래주머니’와 2제 ‘앞자리’, 3제 ‘금붙이’를 병렬관계로 설정한 것이 최선이었을까? 1제는 ‘바닥짐’이라는 원관념 소재의 이야기이며, 2제와 3제는 이를 형상화하기 위한 보조관념 소재 이야기다. 결국 2,3제는 1제의 종속관계가 된다. <바닥제 삼제>는 옴니버스형식보다는 입체적인 액자 구성으로 더 성공했을 가능성이 높았다고 생각된다.

신용철:<바닥 삼제 (三題)>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밑바탕이 되는 3가지 주제를 다룬 글이다. 배 운행에 중심을 잡아주는 ‘모래주머니’ 처럼 역할을 할 어른들의 모습을 바란다.

「앞자리」는 행락철이면 참석률이 저조한 교회의 앞자리에 앉는 분들이 믿음직하고 교회의 밑바탕임을 강조한다. 그런데 “하느님 편‘ 인 앞자리 같은 표현은 교인을 가르는 문장이어서 좋지 않다. 교회는 텅 비어도 신앙은 알차고, 교회가 곽 차도 신앙심이 저조한 현상도 알아야한다. 신앙은 형식과 의식이 아니라 마음 가짐이다. 「금붙이」는 IMF 때 전 국민이 일치해서 금붙이를 모아 국가의 경제를 회생시킨 지난 역사를 회고한다. 그의 타당함과 약삭빠른 사람들의 일탈을 꼬집으면서 스스로를 자부하는 글이다. 색다른 방법은 아니지만 한번씩 시도해도 좋은 쓰기라고 생각한다.

권: 평온하다 못해 안이해 보이기까지하는 수필작품에서도 장치는(역사성, 사회이슈, 전시감상이나 영화이야기삽입, 등)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견해를 부탁드립니다.

신:<해질 녘>은 오래 투병하다 돌아간 어머님을 생각하며 쓴 글이다. 돌아가신 자리의 텅 비고 쓸쓸함과 무상함도 함께 생각한다. 결국 떠나야하는 인간의 삶에서 누구나, 언제나 부딪히지 않을 수 없는 주제이다. 그래도 거기서 긍정적인 철리나 이슈를 찾아서 장치를 한다면 익숙함 속에서 낯선 특별함을 느끼지않을까 생각한다.

윤: 수필이 문학적 쾌감을 획득하지 못하면 독자들에게 외면당하기 마련이다. <바닥제 삼제>는 지나치게 산문적인 진술에 의존하고 정서의 구체화에 미흡했다. 결국 독자의 미적 쾌감을 만족시키지는 못한 것이다.

작가의 과잉 친절은 수필의 금물이다. 1제의 마지막 단락은 꼭 필요한 것인가 의문이 생긴다. 차라리 생략과 여백의 미로 처리했다면 독자 스스로 주제를 찾아가는 기쁨을 얻었으리라. 2제의 마지막 두 문장과 3제의 끝 문장도 사족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각각의 이야기가 모두 ‘바닥재’였다는 것을 찾아내는 독자의 즐거움을 빼앗고 있다.

: 사족같지만,수필은 문장이 매끄러워야 하기 때문에 어휘 하나만 잘 못 쓰여도 좋은 수필의 이미지가 훼손된다.< 바닥짐 삼제(三題)>에서 ‘앞자리’의 결미부문에 “나도 개근과는 거리가 멀면서도 자리가 많이 비면 안절부절이다.”라는 문장이 나오는데 여기에 나오는 ‘안절부절이다.’는 ‘안절부절 못하다.’로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빈의자>에서 작가와 독자 사이에는 괴리가 있다. 이 때 간격을 좁혀주는 어떤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이 작품은 제목이 ‘빈 의자’이고 작품의 절반 정도는 공원의 의자 이야기인데 나머지 절반 정도는 리어카에 폐휴지를 줍는 할머니 이야기다. 이 두 가지 이야기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연결고리를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복잡한 거리에서 할머니의 리어카 뒤를 밀어드리고,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며, 그 할머니를 공원의자에 모시고 붕어빵이라도 사드리며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화자의 따사로운 마음씨가 이 작품을 정의 수필로 발돋움하게 했다.

권: 고령화 사회 죽음을 다루는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고 느낍니다. 축제같은 장례식문화도 있을 텐데요.

김:옥화재<해질녘>독자에게 궁금증을 주는 작품이다. 낙상으로 병상에서 2년이나 보내다 95세에 돌아가신 시어머니를 어느 산에 모셨는지, 화장(火葬)인지, 매장인지 정도는 밝혀 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화자는 직접 겪었으니 잘 알겠지만 독자는 화자가 쓴 글만 읽고 알아내야 한다. 시어머니의 장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만난 저녁풍경이 너무 낭만적으로 묘사되어 이율배반적이다. 지나칠 정도로 상주로서의 감정을 억제하여. 슬픔이 묻어나지 않게 쓰고 있는데 도리어 시어머니의 회갑잔치를 마치고 귀가하는 느낌도 들어 관념속에서 글을 쓰기보다 영국에서 벌이고 있는 생일같은 장례문화로 어필한다면? 무리일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독자는 이 작품에서 어떤 깨달음을 얻었을까 생각해 볼 일이다.

: 옥화재의 <해질녘>은 한 편의 정감어린 수채화를 보는 느낌이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도, 인생의 황혼기를 맞이하는 애상(哀想)도 모두 작가의 정서에 녹아 있다. 독자에게 ‘평화로운 슬픔’을 느끼게 한다고나 할까. 작품의 완성도는 높다. 시적 정서와 문학적 표현력과 함께 인생을 관조하는 작가의 안목이 돋보인다. 다만 작품 전체의 톤(tone)이 지나치게 안정되어 자칫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 구성에 변화를 주어 톤의 진폭을 주었다면 어땠을까. 또 죽음의 의미를, 시어머니가 지녔던 신앙 측면으로 접근했다면 더욱 신선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권: 흐름이 잔잔한 글일 경우 특히 문단구성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루하지 않게 하는 구성에 대해 분석을 부탁드립니다.

윤: 김용대의 <빈 의자>는 수필의 밋밋함을 벗어나기 위해 사용하는 구성(플롯) 장치로서 ‘액자 구성법’과 ‘수필로 빠져나오기 구성법’이 있다. 모두 작품의 평면성을 파괴하는 기법 중 하나다. 액자 구성에서 보조관념의 소재가 되는 이야기는 원관념의 소재 이야기를 도와서 주제를 형상화하는 데 그 가치가 있다. <빈 의자는> 액자 구성법을 취하고 있다. ‘폐지를 줍는 할머니’가 원관념의 소재 이야기로, ‘겨울 공원의 빈 의자’가 보조관념의 소재 이야기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시각으로 보면, ‘겨울 공원의 빈 의자’라는 원관념 소재 이야기 안에 계절(세월)의 흐름으로 3개의 보조관념 소재 이야기를 찾을 수 있다. 그것은 ① 봄 - 쌍을 이룬 젊은이의 달콤한 속삭임의 이야기. ② 여름 - 자식 이야기하는 중년 부부와 독서하는 중년 남성의 이야기. ③ 가을 - 폐지 줍는 할머니 이야기. (작가는 계절을 숨겨 독자들을 시험하고 있다.) ④ 겨울 - 헌신과 아량, 베풂을 외면했던 자신을 뒤돌아보는 작가. 결국 이 작품은 단순한 액자 구성법을 바탕으로 계절의 순환 속에 인생의 흐름을 보이는 이중적 구성형식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할머니와 작가 자신을 공원의 빈 의자로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작품 구성을 위해 고민했을 작가의 의지가 돋보인다.

: 옥화재의「해질녘」은 잔잔한 호수처럼 문장이 담담하고 매끄럽다. 죽음 문제를 다룬 수필인데도 감정의 기복이 없이 잔잔하다. 시어머니의 운명 순간, 그 가족들의 반응과 조문객들의 표정 그리고 망자를 땅에 묻을 때의 소회가 더 세밀하게 그려졌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연설할 때 강조하려면 악센트를 활용한다. 그런데 수필쓰기에서는 어떻게 그 연설의 악센트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 것인가? 김용대의 <빈 의자> 서두는 짧고 간결한 게 좋기 때문에 앞에서 두 줄을 삭제해 버리면 더 깔끔한 서두가 되지 않을까 싶다. 마음이 따뜻한 화자의 수필이어서 행간에 훈훈한 정이 고여 있어서 좋다. 그러나 이 작품은 리얼리티가 잘 드러나지 않은 게 아쉽다. ‘공원의 의자’는 어느 도시 어떤 공원에 있는 의자인지 위치를 밝히지 않았고, 리어카에 폐휴지를 줍는 할머니가 늘 율전약국 앞에 앉아있다고 했는데 독자는 그 역시 어느 도시 어느 거리인지 알 수가 없다. 물론 결미에서 봄이 오면 그 할머니를 공원 의자로 모시고 와서 붕어빵 오물거리며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 보련다라고 마무리했지만 어쩐지 자연스럽지가 않다

: < 빈 의자> 는 여름과 가을이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의자의 찬바람 부는 겨울에 텅 비어 있는 모습을 보면서 더위와 추위처럼 바뀌는 계절과 삶을 생각한다. 특히 텅 빈 것이 많은 것을 채워준다는 노자의 철학을 연상케 한다. 이어서 리어카를 끄는 할머니를 쓴다. 빈 의자로 끝내고 ‘리어카 끄는 할머니’ 로 두 주제가 되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해질녘>에서 돌아간 어머님을 길게 이야기하다 갑자기 장례식 날의 해질 녘을 생각하면서 글을 끝맺는 것 은 앞과 뒤가 혼동이 된다. 오히려 돌아가신 후 장례식 날을 생각하며 어머님의 인생과 삶 자체를 깊게 생각해보았으면 좋았다. 남편의 어머님 생각도 그 앞에서 다루었어야 한다. ( 남편의 “극” 노인 은 “상” 노인 이면 좋겠다.)

 

권: 전체적으로 작품에 대한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김: 수필가는 나름대로 소재를 찾는 특별한 안목을 지녀야 한다. 참신한 소재를 발견하면 참신하게 해석을 하고 또 참신하게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소재는 늘 肉眼이 아니라 心眼으로 바라보아야 입체적인 수필을 빚을 수 있다. 흔치 않는 소재를 찾아 개성 있는 문체로 문장을 꾸며야 좋은 수필을 엮을 수 있다.

: 수많은 사건에 휩쓸려 사는 우리에게 쉽고 짧고 흥미롭게 글을 쓴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잘 골라진 언어의 사용 역시 글쓰기의 기본이다. 삶과 역사의 깊고 넓은 일들 속에서 누구에게나 공통적일 수 있는 원리 같은 의미를 찾을 수 있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평범 함 속에서 비범함을 찾아 생활을 철학화하면 얼마나 해복한 것인가! 흔하고 우습지 않은 일상의 삶에서 경탄과 웃음이 절로 터지는 삶의 지혜가 더욱 그리워지는 오늘날 우리의 시대이다. <바닥삼제>같은 경우서 세 글이 우리 삶의 본바탕 을 이루는 3 제목으로 본 것으로 작가의 뜻이 상당한 정도 잘 반영되기도 하지만, 독자들에게 특별한 감동을 주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 <바닥재 3제>는 액자구성이 낫지 않았을까하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박 수필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바닥재의 존재, 현 우리사회에서 실종되어가고 있는 중심축(밸러스트)을 찾아 형상화하고자하는 통찰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 가지 아쉬움을 덧붙인다면, 주체적 자아를 잃고 방황하는 개인의 이야기도 있었다면 하는 점이다.

옥화재의 <해질녘>에서 ‘하늘에 낮달이 걸렸다. 달 또한 먼 길을 돌아 밤으로 가는 길일 터,’ 작품 속의 한 문장이다. 아침이 있으면 저녁과 밤이 오는 법. 작가는 자연의 순환에 대비한 인생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자기감정을 제어한 객관화다. 그러기에 어머님의 장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만났던 저녁풍경이 독자들을 더욱 슬프게 만든다. 슬픔을 억눌러 더욱 슬프게 보이는 것. 이런 역설의 미는 수필가로서 옥화재의 탁월함이다.

 

편집부 : 옴니버스 형식의 수필과 장수시대 ‘죽음’을 다루는 작가의 의식 , 사회의 아픔을 바라보는 마음 등 다양하게 작품선정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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