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호 《수필과 비평 》집중조명 수필가 윤재천 수필. 수필학. 수필의 날
인터뷰-최원현 / 작품론 - 오양호 / 작가 스케치- 권남희
마당놀이 ,파이프 ,청바지
권남희 수필가
곧 수필의 날이다. 수필의 날 행사에 참여할 때나 행사를 진행하는 최근 몇년간 느꼈지만 그곳에는 늘 빨간 티셔츠의 청바지 윤재천 선생이 계신다는 사실이다. 수필의 날을 처음 만들고 수필의 날 선언문을 낭독하면서 몇 년간 행사를 주관하셨기에 지금의 수필의 날이 있다고 생각한다. 오직 수필을 사랑하는 마음 그 열정으로 전국 수필가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아 교류를 시키고 동질감으로 다지는 마당놀이를 벌이게 한 주인공이다.
2012년 7월 <문학의집. 서울>에서 8인 작가의 소장품 전시가 한 달간 있을 때였다. 묘하게도 지연희 수필분과회장의 전각전시. 권남희의 펜 전시도 함께였는데 선생의 파이프 전시가 단연 압권이었다. 세계여행을 할 때마다 예술적인 디자인의 파이프 수집을 하여 그 수는 천개가 넘지만 전시행사에는 공간 성격상 약간만 전시해야 했다. 애연가도 아닌데 파이프를 모으게 된 동기도 감상적이다. 조병화 시인의 안성 편운재를 방문했다가 바가지에 열 두 개의 파이프가 있고 분위기에 따라 다른 파이프를 쓰는 시인에게 신선한 충격을 받아 그 때부터 파이프를 수집하기 시작했다는 고백 아닌 고백을 들으며 선생에게서 소년같은 면모를 엿보고 말았다. 이제, 세계 여행지 곳곳에서 모여든 파이프는 단순히 수집을 넘어 선생의 자택에서 존재감을 확보한 채 수필 향기를 품어내고 있을 것이다.
선생의 수집벽(?)은 파이프만이 아니다. 자택에는 서적부터 도자기, 고가구 등 모든 사물들이 제자리를 찾은 듯 정갈하게 놓여 있다. 반짝 빛을 내고 있는 그것들은 늘 선생의 관심과 사랑을 받은 면모로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고결함까지 풍기고 있다. 숨결을 얻는 수집품에서 취미를 넘어 매니아의 경지에 들어선 선생의 남다른 기운을 읽게 된다. 그곳은 살아온 시간을 모아둔 박물관이고 언제라도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는 곳이며 선생의 외로움을 다독이는 공간이지 않을까 추측할 수 있다. 고독도 선생에게 가면 꽃으로 피어나는 작은 기적앞에서 문득 어떤 것이든 선생에게 가면 사랑받고 인정받고 세계를 구축해서 형상을 이룰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는다. 사람보다 사물을 통해 말을 나눌 때 편안함을 얻으며 사물 속을 여행 하는 선생, 구름 되어 자유롭게 노니는 선생의 꿈대로 언젠가 구름 위에 집을 짓고 있는 상상을 한다.
무엇이든 ‘처음의 그 마음 그 상태’ 그대로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도 한결같은 모습으로 <현대수필>을 이끌어가는 선생의 의지에 놀랄 때가 있다.
선생의 수필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느끼며 서초동 <현대수필> 사를 방문하면 수필발전을 위해 앞으로 수필이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할지 고민하는 현장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현대수필학회 연구소가 더 진짜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몇 겹의 서가에 연도별로 주제별로 작가별로 구분되어 잘 꽂혀있는 수필집들을 볼 때 수필이 제대로 대접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모든 시간을 수필과 대화하고 수필집을 어떻게 두어야 하는지 반성하게 하는 곳이다.
선생만큼 수필장르를 가지고 잘 놀아 본 실험자는 없다고 본다. 니체의 정신으로 망치를 들고 기존의 틀과 벽을 깨며 수필연구를 시작한 이후 줄기차게 앞서 나가는 모습이다. 최근 엮어낸 첫 실험수필집 머리말에도 ‘새로운 시도’와 ‘초월超越’을 언급했다.
“작가는 작품마다 새로운 것을 창조해 제시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새롭기 위해 자기탁마를 계속 하지 않으면 생존활동을 중지한 무용지물과같다.” 니체의 정답없는 창조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수필 쓰기의 새로운 시도는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진즉 수필 마당놀이를 선언했고 수필과 그림을 접목시킨 수화隨畵수필. 아방가르드 수필, 수필 아포리즘 만들기 등 다양성 노력이 품종개량을 위해 애쓰는 종자회사의 대표격이다.
머물지않고 새로움을 시도하는 윤재천 수필가는 선뜻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마음따로 몸따로’인 우리에게 ‘제발 벗어나!’를 외치는 간절한 표정을 짓고 있다.
선생의 자유의지는 청바지에서 절정을 이룬다. 언제부터라고 기억할 수 없지만 선생의 닉네임 중 하나는 청바지다. 윤재천 수필가와 청바지는 한 몸이다. 일찍부터 수필쓰기에서 관념이라든가 형식을 깨기위해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며 노력해온 시간처럼 청바지에도 선생의 자유정신이 물들어 있다. 청바지가 낡아가는 그만큼 선생의 수필사랑은 깊어진다.
새로운 청바지를 살 때마다 선생은 어떻게 할까 궁금하지만 이렇게 하지않을까 멋대로 짐작한다.
너무 고집스럽게 물든 인디고의 색깔을 밤새 문질러 ‘청바지의 관념’을 지워나간 다음 수필을 위한 자유와 낭만을 그려넣는 일, 그것이다.
영혼의 자유를 꿈꾸는 윤재천 수필가 만세다.
권남희
1987년 월간문학 수필당선. 현재 (사) 한국수필가협회 편집주간
stepany1218@hanmail.net
'인터뷰 내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효치 시인 인터뷰 문파문학 2014겨울호. (0) | 2014.12.28 |
---|---|
임보시인 인터뷰 (0) | 2014.12.06 |
이경희 수필가 문파문학 2014년 여름호 인터뷰 (권남희 월간한국수필편집주간) (0) | 2014.07.01 |
수필춘추 이현복교수인터뷰 문파문학 2013년 겨울호 권남희 편집주간 (0) | 2014.03.16 |
김진식 수필가인터뷰 월간한국수필 8월호 2013년 (0) | 2013.08.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