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지연희 수필가.시인 (한국문협수필분과 회장. 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
화장하는 남자 유상옥 수필가 코리아나 회장
-감미로운 삶의 지옥을 찾은 날-
예술인의 워너 비 문화예술복합건물형태의 박물관 SPACE *C(코리아나*CULTURE)는 강남 한복판에 있다. 그곳 유상옥수필가의 집무실은 살바도르 달리와 이응노 화백 등 국내외 유명한 조각품과 그림으로 풍요로운 기운이 넘친다. 기업을 운영하면서 수집한 문화재급 예술품으로 사회에 공헌하고 있지만 건물 중앙 하늘 정원에는 ‘송파’라는 자신의 호를 짓게 한, 고향을 그리는 소나무 한그루가 최고의 보물로 서 있다.
에디터: 권남희 수필가(한국수필가협회 편집주간 ) 1987년월간문학수필당선
유상옥 코리아나 회장은, <文氣와 物氣>수필에서 문화를 향유하는 삶, 문기가 넘치는 생활을 위해 박물관과 미술관을 100번, 천번쯤 가보면 문화적 소양이 높아진다고 썼다. “건물에 물건만 쌓아놓으면 창고가 되고 살림살이가 있으면 집이 되고 문화적 물품이 있으면 문화적 공간이 된다. 문화가 있는 집이 참 삶의 보금자리다.”
상업적 거리에서 2003년 개관하여 文氣 넘치는 자태를 뽐내고 있는 Space* C를 찾았다. 벌써 세 번째 방문이다. 감응의 건축가 정기용이 설계한 Space *C는 평범한 상가와는 전혀 다른 얼굴로 설계되었다. 건물 한가운데를 중정으로 만들어 빛이 이동하면 공간의 표정도 달라지는 것이다. 일본 건축가 안도다다오는, 메디치가문이 천재 건축가 미켈란젤로부오나로티를 배출하고 안토니오가우디는 구엘백작이, 앙드레 말로 문화부 장관의 지지로 르코르뷔지에의 새로운 도시건설이 가능했던 것처럼 건축가에게는 후원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코리아나화장 박물관 앞에서 느끼는 것은 건축가를 믿어주었다는 사실이다.
선생은 몇 년 전에도 정목일 이사장님과 임원들을 초청하여 화장박물관과 갤러리를 소개하였다. 올해 한국수필가협회가 지연희 이사장체제로 바뀌고 다시 임직원들을 초청하여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였다. 볼수록 유상옥 회장과 Space *C는 문화계 뿐 아니라 수필계의 보물이라는 생각을 한다. 2009년 월간 한국수필 권두대담 인터뷰를 했을 당시는 서초동 코리아나 회장실에서였다. 몇 년 전부터 회사 일은 관여하지 않고 일선에서 물러난 뒤 문화사업을 시작하여 꿈의 공간에서 글쓰고 책읽으니 행복한 것은 당연하겠지만 여쭈었다 .6년 전에 갑자기 쓰러져서 조금 주춤하는 모습이 비쳤기 때문이다, 언어치료와 물리치료 등을 통해 극복했기에 긍정적이다. 살아있는 동안 자기 일을 하면 된다는 생각이고 행동이나 열정 면에서 당연히 젊은이들을 못 따라가지만 지혜와 경륜으로 박물관을 이끌고 있다.
15인 정도가 회의를 할 수 있는 규모의 선생 책상에는 정리중인 책도 많았는데 특히 문화재최순우관련 책과 미술책이 중간쯤 펼쳐져 있었고 부분으로 접혀있다. 무슨 일을 하든 기본에 충실해야한다는 선생의 의지로 평생 공부하는 태도를 느낄 수 있다. ‘공부는 꿈을 이루기위한 가장 좋은 밑거름이다’ 는 선생의 신조를 다시 깨닫게 하는 곳이다. 선생은 동아제약시절 벌써 경영의 뜻을 품고 밤샘공부로 경영학박사학위와 공인회계사 자격을 취득하였기 때문이다. 언제나 꿈과 야망을 모토로 생활하였기에 55세에 창업을 하였다. 주변에서 모두 말리는데도 동아제약을 퇴사한 뒤 창업을 하여 코리아나화장품사업을 성장시켰다. 은행원이 꿈이었지만 두 번 낙방하고 회사원이 된 일이 오히려 잘되었다고 회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 100대 기업 안에 선정되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일간지에까지 소개 되었으니 기쁨과 보람은 엄청났을 것이다.
학교를 세우고 싶어 경기도 주변 땅을 구입한 후에 기능대학부지로 넘겨 간접적으로 꿈을 이루었다고 할 만큼 선생은 미래지향적인 스타일이다.
사업을 일구기도 벅찼을 텐데 수필을 쓰게 된 배경이 궁금했다. 필연같은 글쓰기는 몇가지이유가 있었다. 고등학교 때 정철의 <사미인곡> <관동별곡>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무등산 쪽에 올라 시심을 정리하면 마치 정철이 된 기분이었다고 한다.
일기쓰기 또한 인생에서 큰 재산이 되는 것 같다. 선생은 동아제약을 다닐 때부터 매일 일기를 썼다. 회의록까지 있으니 좋은 자료가 된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일기나 기록을 중요하지않게 생각하고 버리는데 가족간에도 무엇을 하는지 애경사까지 기록하면 좋다며 일기예찬이다.
라미화장품을 맡은 후에는 방문판매 일을 하는 주부들을 위해 매일 정서 교육을 해야했는데 자료가 필요했다. 그 때 매일 글을 쓰고 사보도 만들었다.
1986년 한국경제신문 <나의 어머니>코너에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글을 발표했는데 동생들에게 읽어주고 제사 때도 축문 다음 하나 더 어머니 글을 읽도록 하였다 . 1993년도에는 『나는 60에도 화장을 한다』책을 출간했고 당시 계간이었던 『한국수필 』에도 인연이 닿았다. 한국수필에서 상을 타게 된 계기인데 이곳 저곳에서 문학관련 상을 탔어도 한국수필에서 상 탄 일을 가장 잘했다고 여긴다며 흐뭇해 한다.
글이 글을 불러온다고 그 후로 여러 곳에 수필을 발표하면서 2-3년이면 50-60편의 원고가 모여지고 책 내기를 반복하니 벌써 7권의 에세이집을 냈다.
선생은 친구들을 만나면 ‘자서전이라도 책을 내고 죽어라’고 말씀하시니 얼마나 학습탐구적인 자세인가. 인생을 정리할 때 시기가 중요한데 마땅히 책을 내고 자손들에게 부모가 무엇을 했는지 남기는 일도 필요하지않느냐고 반문한다. ‘돈벌어서 잘 살아라’는 누구나 당연히 생각하고 노력하는 일인데 글쓰고 책을 내는 일은 쉽지않은 일이 분명하다. 친구들에게 책내라고 하면 자료도 없고 시간도 없다하니 답답하다고 안타까워 한다. 술마시고 놀러다니는 일은 아무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기록하면 좋은 자료가 된다고 하시니 무엇이든 허투루 넘기지않는 정신이 대단하다.
선생은 글을 쓸 때도 철저하게 학습적인 자세를 보인다. 먼저 육필원고로 작성하고 5회정도 수정과정을 거치는데 글쟁이도 아니면서 흉내만 내지만 퇴고의 과정을 만들었던 두보를 생각한다고 한다.
책읽는 습관에서 즐거움을 얻고 있는 선생은 차에서나 국내외 출장 때나 꼭 책을 들고 다녔다. 초등학교 때 <천자문> <동몽선습> <대학>등을 공부하고 중학교 이후로는 『죄와 벌』『25시』『대지』등의 독서에서 문물을 깨우치며 지혜를 얻었기에 독서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책에서 읽고 얻는 게 있어야 한다는게 선생의 지론이다. 매월 받아보는 문학지가 5-6종인데 읽는 일이 쉽지 않아 다 읽지는 못한다. 어느 책은 두껍고 시는 짧아 읽고 나면 잊어버리니 수필을 선호하는 편이다.
젊어서부터 산과 문화재를 찾아 여주신륵사, 대흥사, 경북 도산서원 등 고적답사에 흠뻑 빠져 지냈던 선생은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책을 들고 답사계획을 짜서 돌아보면서 우리문화의 찬란함에 긍지를 가질 것을 권하고 있다. 문화예술을 아끼고 그 가치를 알아주는 선생의 자긍심은 수필에도 잘 나타나있다.
....경순왕께서 세력이 강한 고려의 왕 태조에게 국가를 바침으로써 전쟁을 피했기 때문에 백성의 죽음과 생활난을 겪지 않고 모든 것을 살릴 수 있었다. -<경순왕릉을 찾아서>에서-
70년 초부터 40년간 국내외 여행 시 모았던 문화재급 예술품 수천 점중 일부를 국가에 기증도하여 문화훈장을 받고 개인적으로는 미술관-박물관을 설립했다.
원래는 고미술품집산지인 인사동을 염두에 두고 주변 삼청동까지 두루 다녔지만 불발로 끝났다.
강남구 신사동 Space *C는 이제 소장전을 중심으로 백남준 전, 풍속화 전, 향 서린 글씨 전 등을 열었고 새롭게 시도한 <이미지 극장>은 대학의 현장 학습장으로 제공되어 2006년 ‘올해의 예술상’을 수상하기도하였다.
투철한 기업가 정신으로 동아제약 근무시절 오늘의 박카스를 있게 한 선생은 다시
‘스님은 달 아래 문을 두드리네’라는 시에서, ‘밀 퇴(推)’ 자를 쓸까 ‘두드릴 고(敲)’ 자를 쓸까 망설이던 중국 당나라 시인 가도(賈島)처럼 두드리고 들어가느냐? 밀어서 가느냐? 글쓰기와 밀당하고 문화예술 전파에 올인하며 행복한 일상에 젖는다.
Space *C와 거리는 선생이 계시는 한 文의 氣로 오래 기억되고 세계로 퍼져나갈 것이다.
유상옥 수필가. (사) 한국수필가협회 부이사장
코리아나화장품회장. 1933년 충남청양 출상 . 고려대학교 상학과 졸업, 경영학박사. 공인회계사 . 동아제약입사후 상무이사와 고대, 이대, 중앙대 겸임교수 역임.
대한화장품 협회 회장, 한국CEO포럼 공동대표, 한국박물관회 회장역임 .
저서『화장하는 CEO』『문화를 경영한다』『나는 60에도 화장을 한다 』등 다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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