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용

임헌영문학평론가 인터뷰 (문파문학 2015.겨울호 )

권남희 후정 2016. 1. 17. 16:14

 

                                    지연희 한국문협수필분과회장.   임헌영평론가

불확실성시대 사회를 밝히는 문학으로 사회운동을 펼치고 있는

임헌영 문학평론가

 

                 임헌영평론가와 권남희 편집주간

문파문학발행인 지연희 한국문협수필분과회장. 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

대담정리: 권남희 한국수필가협회 편집주간

장소

종로구 운니동 한국산문 사무실

일시: 2015. 11. 24

안국역 4번 출구에서 일본문화원을 지나 창덕궁쪽으로 길을 따라 걷다가 오른쪽 작은골목으로 직진하면 오피스텔건물이 보인다. 문학밸리가 형성된 지 오래인 그곳은 한국여성문학인회 .미네르바. 현대시인협회 등이 입주해있고 10월 말 한국산문도 사무실을 마련하여 막 개소식을 마친 상태다.

먼저 축하드릴 일이 있어 문학책으로 채운 책장, 책걸상으로 막 단장을 끝낸 사무실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연희 문파문학발행인 (한국문협수필분과회장)과 함께 개소식에 들러 돼지머리에 절을 올린 곳이었다. 10월 말에 한국산문사무실을 마련하여 시골 잔치집처럼 개소식을 여러 날하였기에 번창을 기도드렸다. 사무실운영 계획은 강의와 출판과 문학콘서트, 대관 등 다양하다. 문학평론가이며 사회운동가. 민족문제연구소 소장 등 선생의 역할은 엄청난데 별도의 책상이 보이지않아 ‘교수님 책상이 없네요.’ 여쭈었다. ‘ 어디를 가도 내 책상은 없습니다’ 단호하게 잘라 말씀하신다. ‘왜요’가 절로 튀어나오는데 그냥 짐작하기로 한다. 개인사나 문단사에서 선생만큼 파도타기를 해온 분도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오직 문학인으로 남고싶은 심정을 헤아려본다.

문학특강이나 심포지엄에서 선생의 강의는 인기가 높다. 절대 지루하지 않은 점과 군더더기없이 핵심만 짚어나가며 늘 새로운 것들을 보여주어서다. 올해 노벨문학상은 여성인데다 장르부분에서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문학의 주류라 여겨 온 시나 소설이 아닌, 다큐 산문인데 수필작가들에게도 희망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지않을까 의견을 들어보고 싶었다.

임헌영 선생의 논리는 무얼 들어도 흔쾌하다.

늘 그런 점에서 한국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다른 장르도 그렇지만 우리나라 수필가들이 너무 고정관념에 얽매여있는데 신변잡기처럼 좋은 소재는 없지 않을까? 굳이 역사성이 아니어도 생활글을 쓰는 우리 시대 여성들의 산문정신은 사사하는 바가 크다. ⟪로마인이야기⟫를 쓴 일본작가 시오노나나미를 보면서 주부가 나올 때가 되었다고 느꼈다. 고학력의 현대여성들 특징이 명석하고 꼼꼼하고 그러면서 일상에서도 정서적으로 공감대 확산능력이 넓기 때문에 문학에서도 이제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재능이 보이는 수필가들, 특히 1990년대 이후 등단한 수필가들에게서 탄탄한 가능성을 본다. 시나 소설보다 독서시장이 커진 분야가 수필인데 이제 가장 적합한 지도자가 수필가라고 생각한다. 넓은 의미에서 수필의 세계화가 시작되었다고 본다.

 

등단하고 가장 소외감을 가졌던 부분이 문학계에도 알게 모르게 퍼져있는 학연과 그들만의 리그같은 묘한 우월감이었다. 경희대의 황순원소설가.조병화 시인, 동국대 서정주시인, 조정래소설가 중앙대 김동리소설가 등 등 졸업 학교별로 풍기는 아우라가 작가 개인의 작품성보다 컸다. 선생에게도 그런 부분이 혹시 있나해서 학연을 떠난 문학인으로서의 인연을 알고 싶다고 했다.

선생은 대학 1학년때부터 대학원 논문지도까지 백철선생에게 지도를 받았다. 참 많이 배웠다고 하면서 1950년대 이후 활발해진 영미신비평주의를 소개한 백철선생의 뉴크리시티즘new criticism(신비평)을 알려주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Poetics〉만큼이나 오래된 기법으로. 꼼꼼하고 분석적인 독서로 세련된 점이 있어 그때부터 좋아했다.

학연이 아닌, 문학계에서의 간접적인 스승을 말하자면 이어령, 유종오교수에게 방법론을 배웠다. 그리고 창비의 백낙청, 김윤식 교수의 문학비평이론들도 각각 특징을 지니고있어 나름대로 배우려고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김윤식 교수에게 한국 근현대문학사의 연구방법이나 문학적 객관성, 학문적 자세 등에서 신세를 지고 있다.

한국인에게도 해외 여행은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자리잡았는데 문단에서 해외 예술문학기행하면 임헌영문학평론가를 꼽지않을 수 없다. 문학인들에게 세계 각나라의 예술무대를 찾아보는 일은 보람과 감동이 몇배나 커지는 축제다. 세계문학기행을 이론적 공부와 함께 제자들과 직접 그 나라 현장으로 떠나고 있는 선생에게 부러운 마음으로 비결을 묻지않을 수 없다.

국내문학기행과 세계문학기행을 병행하다가 현재는 국내는 개인적으로 다니는 걸로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모두 승용차들이 있어 굳이 무리지어 다니지 않아도 가볍게 다녀올 수 있기 있어서다. 수필문학은 인문학적 소양도 꼭 필요하다. 잘 접착되면 폭발력이 대단하다. 예를 들자면 좋은 자동차에 좋은 기름인 격이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음악가, 화가, 역사학자, 과학자들의 생가 박물관 . 무덤 등을 그들의 배경을 찾아다니고 있다. 내용 빈약한 패키지여행보다 알차고 작가로서 자극도 받기 때문에 일정수준에 오르면 다른 여행은 못 다닌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노래나 음식이나 다른 분야의 한류바람은 거품이건 붐이건 타오르는 추세인데 외국인들을 한국으로 예술여행 오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가능성이 궁금했다.

선생은, 다양한 콘텐츠 점검이 아직은 필요하다고 단언한다. 일단 우리나라 유적은 규모나 내용면에서 소박하다. 아무리 이 땅에서 부자였고 왕실이었다해도 소장하고 있는 예술작품이나 건축규모, 독창성에서 비교가 되지않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개인의 예술을 향한 마인드도 중요하다. 최초로 르네상스의 꽃을 피운 이탈리아 피렌체같은 경우 인구는 20만명도 되지않는데 박물관과 미술관이 70개이다. 물론 메디치가문의 적극 후원이 있기는 했지만 우리나라 간송 전형필같은 인물이 피렌체에는 몇 만 명인 것이다.

재일작가이며 정치철학자 강상중이 이제 대문자 영웅시대에서 소문자 영웅시대로 넘어왔다고 말했다. 문단도 그렇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의견을 냈다.

늦게야 선생의 화법을 깨닫는다. 짧게 던진다.

선생의 답변은 ‘그렇다’였다. 그리고 시작한다.

1990년대 이후 문학의 주류가 사라졌다고 본다. 그만큼 문학의 사회적 기능이 약화되었고 문학권력화에서 평준화가 이루어졌다. 문맹시대, 흑백TV시절 대중들이 쏟았던 맹목적 문학사랑은 막을 내렸고 고학력 인텔리계층으로 진입한 시대, 정보화 시대 작가들은 관념을 깨고 경계를 넘나든다. 독자가 작가가 되고 작가가 평자가 되어 주고받는 것이다.

⟪ 모래야 나는 얼만큼 작으냐 ⟫등 산문집도 몇권 내신 걸로 알고 있어 대표작품을 꼽아달라고 선생에게 부탁했다.

은근히 촌철살인의 산문을 기대했지만 망설임없이 ⟪불확실한 시대의 문학⟫한겨레출판-을 추천한다. 문학비평서로 2012년 출간하여 한국수필가협회 사무실로도 보내준 책이다.

정치, 경제. 예술 등 모든 세계가 불확실한 시대이다.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문학은 사회를 읽는 역할을 하기에 문학이 인간에게 어떤 위로를 주는가? 생각해야 한다.

신춘문예 당선자의 평균나이가 40이 넘었다. 20대에는 꿈보다 현실이 앞을 가리고 직업을 가져도 늦은 나이에, 아니면 주부의 경우는 아이들을 대학에 입학시키고 할 일을 마쳤다는 홀가분함으로 꿈을 이루기위해 문학을 시작한다. 문학후배들에게 덕담을 부탁드렸다.

시 임헌영선생은 실망을 시키지않았다. 먼저 ‘무한한 야심을 가져라 ’이렇게 던져주고 문학 장르 간의 성쇠를 짚어주신다. 소설과 쌍벽을 이루어서 산문이 잘 팔리고 있는데 서로 경계를 구분짓지말고 넘나들어야한다고 흔히들 문학의 시대는 갔다고 말하지만 영원히 안 간다. 어떤 새로운 은유나 형태가 와도 예술의 기본은 문학이다, 절대 없어지지않는 문학을 자신감을 가지고 공감대를 불러오는 글을 재미나게 써야한다.

앞으로 ⟪성경⟫처럼 엄청난 위대함과 정서적 가치를 지닌 것들들만 인쇄본으로 남는다고 예측한다. 앞으로 도서관이 하는 일은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종이책을 정리하는 일이다. 종이책과 전자책의 뿌리는 ‘일단 사람이 글로 써야한다’는 쪽에서 같지만 표현도구가 달라지고 있는데 미래 어떤 형태로 변화를 겪을지 약간 불안하다. 구글의 야심은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도서관 만들기다. 사이버공간의 유토피아를 꿈꾸며 이 세상에 존재하는 1억 3천만권이 책의 디지털화를 진행하고 있다. 구글의 공격적인 진행에 종이책 운명은 달라진다고 지레 겁을 먹는다.

마지막으로 선생이 안도할 수 있는 답을 준다.

전자책과 종이책은 완전히 다르다. 전자물은 현재 사이버공간안에서 백과사전이나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다. 맛집찾기, 여행정보, 쇼핑, 등 생활형 자료와 아날로그시대 유명작가보다 훨씬 많은 저작물을 남기는 현대인들의 자료를 저장해주는 빅데이터창고로형으로 가고 있다. 책은 활자매체다. 종이책이 없어질까? 절대 아니다. 영화가 나왔을 때 문학이 사라지는 줄 알았지만 그대로 살아있다. 역사를 살펴보면 말로만 돌아다니던 문학이 책으로 나오고 인간정신이 그곳에 기록되는 것이라고 본다.

다른 누구보다 문학인으로 남기를 희망하는 임헌영문학평론가에게 신의 한수를 배우며 안국동 골목길을 빠져 나온다.

 

 

                                결혼식

임헌영 평론가 1941년경북 의성군 출생. 중앙대학교 대학원 현대문학 석사

1966년 <현대문학> 문학평론등단

경력 중앙대학교 겸임교수. 한국방송공사 시청자위원회 위원장 외 18건

저서 ⟪한국 근대 소설의 탐구⟫ 평론집⟪ 문학의 시대는 갔는가⟫⟪문학과 이데올로기외⟫ 다수 . 에세이집 ⟪새벽을 위한 밤의 연가⟫ ⟪ 모래야 나는 얼만큼 작으냐 ⟫ 등 다수

⟪자유인에서 자유인으로 ⟫외 외에 편저, 공저, 번역 등 20여권, 논문. 평론, 산문 등 1000여 편. 해외 각종 학술대회에 20여차 발제, 사회, 질의 등으로 참가.

상훈 1988년 한국문학작가상 평론부문상

1996년 편운조병화 문학상(평론상 부문)제14회 현대불교문학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