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를 통해 읽는 세상이야기

BONNARD 빨간선반 1933년 캔버스 유채 81* 65 파리

권남희 후정 2007. 4. 21. 17:04

권남희 글

선반이 없어져간다. 없어졌다기보다 감추어졌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건축이 발달하면서 바깥으로 나와있던 물건들을 수납하는 공간을 만들고 문을 달아 세련되게 감추었기 때문이다.

보나르의 선반을 보면 외가에 있던 부엌의 선반이 떠오른다. 구조도 똑같고  나무재질도 같다.  

외가에 있던 부엌선반에는 사기밥그릇과 밑반찬이 있었다. 선반 저쪽으로는 할머니가 계신 안방이 있어 안방에서도 선반에 있는 물건이나 먹거리를 꺼낼 수 있도록 연결시켜두었다는 기억이 난다. 선반으로는 가끔 쥐들이 돌아다녔다. 사통팔달 선반이기에 식사 때 가족들의 움직임이 끝나면   쥐도 다니고 바람도 이리저리 다녔을 것같다. 외가에는 마루 천정 쪽으로도 선반이 달려있었던 것같다,. 아이들 손이 타지 않도록 높게 매달아 중요한 것이나 귀한 먹거리를 감추어두었다. 가끔 외할머니가 그곳에서 곶감도 내려주고 사탕도 꺼내주셨다. 가끔 나무로 선반을 짜고싶다는 생각을 한다. 약간 투박하고 색깔은 닳아버린 초록이나 파란 빛깔로 칠하고 그 선반에 찻잔과 책을 꽃아두고 싶다.   지금 나의 물건 정리하는 습성을 본다. 어지간한 물건을 눈에 보이도록 꺼내놓고 산만하게 늘어놓고 있다. 선반을 보고 살아서일까. 눈에 보이지않으면 있는지 조차 잊어버리고 쓰지못한다. 책상위에는 책이 쌓여있고 자료가 엉켜있다. 컴퓨터자판기 있는 곳만 겨우 치워진채 이곳 저곳에 눈에 보이도록 어지럽게 두고 있다 '나름대로의 정리지만 남이 볼 때는 폭탄맞은 장면이다. 관음증수준의 진열감각은 선반이 나에게 선물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