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용

황영조 마라토너와 1년전

권남희 후정 2007. 4. 26. 17:09

 

 

권남희 수필가 정리. 사진 촬영 김상미수필가.사진작가  

어머니를 위해 세상을  달렸다

                  황영조 (마라토너 . 강원대교수. 대한체육회 이사 )


마라톤은 정직하다.  일등을 해야 한다는 욕심보다 무심으로 준비하고 기다리는 사람에게 기회는 온다. 마라톤은 다른 종목의 스포츠처럼 심판 판정에 의해서 반칙 분위기를 이끌어내어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다. 다시 태어나도 마라톤을 즐기겠지만 누군가 마라톤이 얼마나 힘드냐고  물었을 때 ‘달리는 차에 뛰어들어  죽고 싶었다’는 대답을 하기도 했다.  내 발을 보는 사람은 마라토너 발같지 않고 곱다는 말을 한다. 마라톤 선수에게 발은 중요하다. 그만큼 발관리도 철저히 해야 한다. 발등, 발목, 발가락, 발바닥 ,아킬래스건, 등 어느 곳 한군데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 없다.  발을 다쳐 족저근 수술도 두 번이나 했는데 일본까지 가서 수술을 받은 발이다. 풀코스로 완주하면 발은 엄청난 혹사를 당한다.   내발은  그리 크지 않지만  이 발로 우리나라 땅을  달려 보지 않은 곳이 없다. 전지훈련과 시합으로  늘 나는 세상 속을 달렸다. 외국도 마찬가지다. 마라토너가 달릴 만한 곳은 모두  달렸다. 기억나는 곳은  케냐와 에디오피아 그리고 나에게 영광을 안겨 준 바르셀로나  올림픽 코스다  .한 번 더 시간이 주어진다면  지중해 해안을 끼고 오르막길을 오를 때 힘들었던 일도 잊고 다시 그 길을 달리고 싶어진다.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고 발톱이 뽑히는 일을 반복적으로 겪으면서도 나는 달리는 일을 그만두려 하지 않았다. 고생하는 어머니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따 세계를 제패하도록   어머니는 한 번도 내가 달리고 있는 곳에 오지 않았다. 학교에도 오지 않았고 연습장이나 대회를 하고 있는 곳 마라톤을 은퇴할 때까지도 어머니는 일을 하셨기에 나를 챙길 겨를이 없었다. . 

그렇지만 나는 언제나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어 달렸다.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자란 나는  무언가 잘해서 어머니를  호강시켜 주고 싶다는  다짐을 했다. 

그런  어려운 환경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었다.  놀지 말고 일하라는 말씀을 늘 하신 어머니는  제주도분이어서인지 삼척에 살 때도 언제나 바다를  나갔다. 비가 오지 않는 날은  바다에 가고 비가 오는  날은 밭으로 가서 일을 했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오면 어머니는 계시지 않았다. 불안해진 마음에 어머니를 찾으러 바다에 가면 어머니는 물레질을 하고 계셨다. 그 때 나는  물 속에서 어머니가 나오기를 를 기다리며 나는  어머니와 숨쉬기를 겨루기도 했다. 어머니가 바다 속에 들어가면 나는 호흡을 참고 어머니 모습이 보일 때까지 기다리다 내가 먼저 숨을 토해내곤 했다.  어머니는 미역, 전복, 해삼, 성게 등을 따서 내다 팔았는데 한창 때 늘 배가 고팠던 나는 몰래 먹다가 야단을 맞기도 했다.   밭에서 일을 할 때도 나는 학교가 끝나는 대로 달려가 어머니를  도와 나무를 해서 지게에 지고 날랐다. 강원도의    비탈진 밭을 오르내릴 때마다 ‘농사는 절대 짓지 않겠다’는 맹세를 하기도 했다.      

발을 보며 스무 살 때 처음 서울을 디뎠을 때  감회를 또올린다.  그 당시  영동 사람들은 그 당시 대관령을 넘기가 쉽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중심인 서울 땅을 밟으면서 나는  원대한 꿈을 품었다 ..세계적인 선수가 되겠다’고  . 꿈을 갖고 발 하나로 세계를 제패할 목표를 세우고 달리다보니 역사 속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손기정 선생님도 만나 감격의 순간을 맛보기도 했다.  교과서에서나 대했던 분을 직접 만난 그 가슴 떨린 순간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운동이 마라톤이다. 출발은 같이 하지만 일등과 꼴등이 드러나는 운동도  마라톤이다. 자신이 흘린 땀을 배신하지 않는 운동도 마라톤이다.  친구는 배신해도 목표를  향해 열심히 하면 돌아오기 마련인 마라톤을 사랑한다.

가고자 하는 길을 향해 발로 뛰는 삶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약력

마라토너.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강원대 교수.대한체육회 이사

마라토너 육성  지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