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남희 수필

헤어지면 차를 바꾸는 남자

권남희 후정 2007. 12. 6. 00:13

 

  

 

혼자 실컷 잘살아라

참 이상한 남자다.

헤어지고 얼마동안 시간이 흐르고 우연히 마주치기를 몇번, 그 때마다 차를 바꾸었다.

가을도 끝난  어느 하루 , 걸어가면서 그럴싸한 거리풍경이나 도로에 뒹구는 낙엽 이나 디카로 찍어서 블로그에 올릴까, 하고 

마을 버스를 타고 가다가 중간에 내렸다.

문자 몇통 받고 답장을 날리면서 걷다보니  디카 꺼내기도 번거로워 그냥 걷게 되었다. 모처럼 여유를 갖고  지나가는 괜찮은 남자 있으면 흘낏거리고, 좀 멋있으면 돌아보면서 , 온갖 해찰을 다하며  걸었다.

 모퉁이 돌아 길을 건너려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누가 쳐다보고 있는   어른거림이랄까.  돌아보니 눈에 익은 한 사람이 놀란 표정으로 서 있다.

'아니 왜 꼭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거지'  손짓으로 잠깐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내더니 어딘선가 쏜살같이 차를 몰고 온다.

차가 바뀌었다. 이번에는 묻지 않았다.  전 같으면 '왜  걸리적거리는 혹 떨어지니까 시원해서 얼른 차부터 바꾸었나? '말로 꼬집었을텐데  남의 집에 들어가  왜 소파는 허락도 없이 바꾸었냐 고 따지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마음은 그렇지만 씁쓸했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손색없는 사람이지만 , 그 알뜰함을  내가 왜 알아주어야하나,    

내 남은 인생 헌차라도 준다면 손가락에 장을 지진다 라고 하기도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