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느 보부아르 미국 여행기 1947
백선희 옮김( 덕성여대 불문학과 졸업. 프랑스 그르노블 제 3대학에서 석,박사과정
열림원(표지디자인 최인경. 이준용)
Simone of Beauvoir , 1908- 1986
1908년 평범한 부르주아 가정에서 태어나,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어머니와 무신론자인 변호사 사이에서 보수적인 교육을 받고 자랐다. 그녀는 소르본느 대학에 들어가 철학을 공부하면서 독립적인 삶에 눈뜨게 되었고 , 그곳에서 아르게가시옹(교수자격시험) 을 준비하던 중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를 만났다. 사르트르와 보부아르는 1929년 아그레가시옹에 나란히 1,2등으로 합격했다. 이후 보부아르는 12년간 파리의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강의핟가 1944년 집필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교사생활을 청산하고 사르트르와 함께 <현대> 지를 창간했다. 1943년 장편소설 ‘초대받은 여인’ 이 처음으로 출간되어 호평을 받았고 1949년 ‘제2의 성’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으며, 1954년 장편소설 ‘레망다렝’으로 콩쿠르상을 수상했다. 그밖에 소설, 철학, 에세이, 자서전, 희곡 , 기행문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뛰어난 작품을 남겼다. 1970년 창설된 여성해방운동기구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여성운동에 뛰어든 그녀는 1986년 파리에서 타계할 때까지 페미니즘 운동의 정신적 지주로 활동하였다.
차례
서문 / 1947 .1 / 1947.2 / 1947 . 3 / 1947. 5 /
해설 / 옮긴이의 말
서문
미국에서 넉 달을 보냈다. 많지 않은 시간이다. 더욱이 나 즐겁고자 한 여행인데다 우연히 기회가 닿는 대로 다녔기 때문에 이 신세계의 광활한 지대를 모두 보지는 못했다. 특히 거대한 공업국을 횡단하면서도 공장이나 기술 형장도 방문하지 못했고 노동자 계급과 접촉해보지도 못했다. 미국의 정치, 경제가 구상되는 상층부에 들어가보지 않았다. 그렇지만 뛰어난 전문가들이 남긴 공인된 위대한 작품들과는 별도로 일상의 미국이 한 사람의 의식이 어떻게 그 모습을 드러내는지 이야기해보는 것도 무용하지는 않은 것 같다.
내가 여기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주제넘은 연구가 아닌 충직한 증언이다. 구체적인 경험은 주체와 객체를 모두 감쌀 수 있기에 , 나는 이 이야기에서 나 자신을 배제하려고 하지 않았다. 각각의 발견이 이행된 독특한 상황을 고려할 때만이 이 이야기는 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일기 형식을 택했다. 메모, 편지, 생생한 기억들을 통해 재구성된 이 일기는 비록 화고 형식일지라도 양심에 거리낄 것없을 정도로 정확하다. 여기서 나는 나의 놀라움과 감탄, 분노와 주저, 그리고 실수들을 날짜 순으로 이야기했다. 때때로 나의 첫 인상들은 오히려 써나가면서 명료해지기도 했다. 중요하다고 여겨졌던 테마들에 대해서는 주를 넣어 어떻게 한 구절에서 다음 구절로 이행되는지를 밝혔다. 하지만 어떤 한 부분도 따로 떼어놓아서는 결정적인 판단이 되지 못한다는 걸 분명히 밝혀두고 싶다.
더구나 많은 경우에 있어 나는 그 어떤 고정된 관점에도 이르지 못하며, 주저, 첨가, 수정 등이 어우러져 나의 견해를 이룬다. 그 어떤 선택도 이 이야기의 퇴고를 주재하지 않았다. 이것은 내게 일어났던 일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대로의 이야기인 것이다. 여기 내가 본 것이 무엇이며 그리고 어떻게 보았는지가 있다. 나는 그 이상을 말하려고 하지 않았다.
옮긴이의 말
한 유럽 지성인의 눈에 비친 미국 문화
......유럽이 아직 전쟁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세계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는 대국으로 부상한 미국의 구호물자를 받으면서 자존심 상해하는 유럽과 , 구원자로서 으쓱해하면서도 유럽에 대한 문화적 열등감을 감추지 못하는 미국, 두 대륙의 만남과 갈등을 잘 읽을 수 있는 시공여행이었다.......생략
이 책에서는 시몬느 드 보부아르의 인간적이고 따스한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여행의 기대에 부푼 단순한 여행객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을 꼭 집어내 줄 영화 한 편을 찾아 밤늦도록 영화관들을 전전하고 ‘진짜’ 재즈를 알아보며 행복해하는 그에게서 영화와 재즈에 대한 강렬한 열정과 깊이있는 안목도 발견할 수 있다.
미국문화를 지배하는 낙천주의의 이면을 꿰뚫어보고 날카롭게 파헤치며 미국식 자유의 정치적,사회적 혹은 도덕적 한계를 진단하고 비판하는 예리한 사회 비평가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면모들 가운데서도 내게 무엇보다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은 , 화려한 대로보다는 뒷골목을 찾길 좋아하고 백인들이 가길 꺼리는 소외된 흑인 사회를 찾아다니며 인종차별 문제에 끊임없이 관심을 보이고 그 부당성에 분개하는 그의 모습이다. 그런 그는 사상가나 여성해방 운동가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휴머니스트, 참으로 편견없이 인간을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이 책을 번역하면서 , 늙은 유럽의 눈에 비친 젊은 아메리카와 신대륙이 바라보는 노쇠한 유럽, 두 세계를 돌아다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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