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짖는 소리
권남희
서른 초반의 여자는 늘 두 아이를 잘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렸다. 밤이면 도둑으로부터 아이들을 지켜야 했고 낮이면 아이들이 학교가 파한 후 집까지 오는 동안 나쁜 사람을 만나면 안 되는 일이었다. 마당이 있는 주택에 여자와 두 아이가 살기에는 남편의 빈자리 때문인지 허술한 부분이 많았다. 현관문에 보조키를 달고 알루미늄 자바라를 달아도 마음은 불안했다. 부엌으로 난 뒷문에 이중으로 잠금장치를 하고 쇠창살을 달았다. 모든 창문에 강철로 촘촘히 창살을 박아도 이웃집 남편의 기침소리만 못한 것 같았다. 세상이 잠든 밤이 되면 여자의 청각은 그때부터 깨어났다. 안방에 불을 켜두고 두 아이들을 이불속에 숨겨두었다. 혹시 도둑이 들까 바깥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선잠을 자다가 부스럭 소리만 나면 벌떡 일어나 집안의 전등을 모두 켰다. 어느 날 아침 현관 유리가 잘려져 제법 커다랗게 구멍이 나 있는 것을 발견하고 개를 키우기로 결심했다. 다행히 아이들도 개를 사랑했다. 이웃에서 털이 복슬한 강아지를 얻었는데 개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어느 날 친구에게 선물받았다며 털이 하얀 강아지를 또 데리고 왔다. 누군가는 마당이 개 키우기에 좋아 보인다며 제법 자란 개를 한 마리 주고 갔다. 모두 세 마리의 개가 집 마당에서 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와 개들과 놀아줄 때 마음이 편안했다. 여자는 사료보다 생선이나 음식점의 갈비뼈를 얻어다 끓여서 먹였다.
문제는 강아지들이 자라 어른이 되면서 일어났다
골목 사람들 차 소리와 발자국을 어느 정도 익히게 된 개들은 낯선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를 잘 가려냈다. 개도 주인을 닮아간다는 말이 있는데 주인여자의 마음을 읽었는지 골목에 사는 사람들이 잠들었을 새벽이 되면 낮보다 수백 배 예민해진 청각으로 작은 발자국 소리에도 으르렁 거리고 크게 짖어댔다. 세상 소리들은 낮보다 밤에 더 확대되어 울려 퍼졌다. 세 마리 개가 짖어대는 소리는 골목을 들썩이고 밤하늘로 퍼져 올랐다. 이 때쯤이면 골목에 살고 있는 다른 집들 개들이 모두 따라 짖어댔다. 이유도 없이 덩달아 짖는 동네 개들보다 처음 짖기 시작하여 원인제공을 하는 여자의 세 마리 개가 늘 문제였다. 쓸데없이 짖지 말라고 야단을 쳐도 그 때 뿐이었다. 어느 새벽 여자는 개들이 왜 그토록 사납게 짖을까 바깥을 지켜 보았다. 개들은 우선 잠을 자지 않았다. 구석 구석 순찰을 돌다가 누군가 대문을 기웃거리기라도 하면 달려가 물어뜯을 듯 짖어댔다. 제 방귀에 놀라듯 작은 소리에도 컹컹거렸고 그 소리를 이어받아 앞집 개가 신호처럼 짖고 다시 옆집으로 , 건너편으로 결국 동시다발로 개들이 짖었다. 참다못한 골목의 몇 사람들이 여자가 기르는 개들을 신고하여 잡아가도록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개를 기르는 집이 한 두 집이 아닌데 그럴 수는 없다고 했으나 여자가 키우는 개들이 공격적이고 사납게 짖어대는 게 이유라고 했다. 결국 실랑이 끝에 여자는 처음 기르기 시작했던 한 마리만 남기고 개장수를 불러야했다. 아이들이 울고 개도 주인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 버티며 짖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주인을 무는 미친개도 아닌데 단지 이유 없이 따라 짖는 개들의 속성 때문에 사람들을 잠들지 못하게 한 죄였다.
2008년 월간 한국수필 8월호 송파수필작가회 특집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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