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월간한국수필 5월호 커버스토리
계절의 여왕 오월에 만나는 부산의 수필가이며 시인인
유병근 선생
대담: 정목일 이사장
일시: 2011.4. 20
장소: 한국수필가협회 편집실
정리: 권남희 수필가(월간한국수필편집주간)
정목일 이사장: 1970년 대 선생이 문학가로 활동할 때와 40년이 흐른 지금
어떤 차이를 느끼는지요?
유병근 :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그 하나는 사회적인 변화이고 그 다음은 문단 주변의 변화 입니다. 군사정권 시대를 지나 민주화 시대로 흐르는 과정에서 투쟁이란 용어가 난무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 소용돌이 속에서 문학은 참여를 위한 깃발과 순수문학을 위 한 고뇌 속에서 성장하였습니다. 어느 시대이건 문학은 새로워지려는 포즈를 놓칠 수 없는 일이죠. 참여건 순수건 문학정신은 군사정권을 거치면서 오히려 치열하고 뜨거 웠습니다. 억압하면 더 튀어오르려는 관성 같은 것이 문학에도 당연히 내포되었었지 요. 40년이 흐르는 동안 사회 계층간에는 문학으로 삶을 새롭게 지향하겠다는 나름대 로의 의지가 팽배했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과 같은 많은 문인이 한국문학에 이바지하 려는 길에 들어섰다고 봅니다. 수필계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한국문인협회에 등재되 지 않는 수필가도 부지기수일 것입니다. 굳이 차이라면 문단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수필문학의 질적 향상도 제고 되었다고 봅니다. 이는 수필가 개개인의 노력도 있겠지만 수필계를 이끄는 분들의 노력을 결코 간과할 수 없 습니다.
정: 문학을 조각에 비유하신 적이 있습니다. 시와 수필 사이를 오갔으니 미셀투루식의 비교대조의 「시와 산문」에 대한 단상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 어느 글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아니합니다. 대리석으로 반듯 하게 깎아지른 조각에서 연상된 말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제 경우 단상형식으로 된 작품이 더러 있습니다. 이 형식은 지금도 쓰고 싶은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게 쓰니까 시도 아니고 수필도 아니라는 항의 투의 말도 들립니다. 퓨전이란 말이 있긴 하지만 그런 말에 기대고 싶지는 아니합니다. 다만 길 가다가 얼핏 떠오르는 짧은 생 각들을 모은 것에 지나지 아니합니다. 거기다가 다른 말을 넣으면 군더더기가 될 것 같아 그냥 지면에 내놓은 것입니다. 좋게 말해서 시적수필이라고 하지만 그런 말에도 귀를 기울일 생각은 없습니다. 여기서 하나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시적詩的이라는 언 어구사입니다. 시적이라고 하니까 흔히 시를 생각하는데 그건 아닙니다. 시는 본래 그 바닥에 미美를 감추고 있습니다. 함으로 엄밀히 말해서 미적美的이라고 해야 맞습 니다. 그런데 시적수필, 시적표현이라고 합니다. 그 말의 방향으로 굳어버린 것입니 다. 그래서 여기서도 그냥 시적수필이니 시적표현이라는 말을 그대로 수용합니다. 미 는 그 속에 감동요소를 내포합니다. 함으로 시적표현은 감동이 있는 표현이라고 보면 좋겠습니다. 그러니까 시적 아름다움이라고 보면 좋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시는 긴 장미가 있는 언어운용입니다. 하기에 수필에도 보다 탄력과 긴장미가 있는 표현으로 나갈 때 수필의 또 다른 맛을 느끼리라고 보는 것입니다. 이 대담에서 굳이 장황하게 말씀 드릴 수는 없으나 시적표현은 미적표현 즉 감동을 수반하는 표현기법이라면 어 떨까 합니다.
정: 수필가들의 고뇌는 순수문학의 글을 쓰면 출판사에서 받아주지 않는데 있습니다. 대 중들에게 인지도를 얻고 팔리는 기획에세이는 문학이 아니라는 의식도 고통이지요?
유: 개인적으로 수필을 순수수필과 대중수필로 가름하고자 합니다. 문학성을 지닌 것은 순수, 그러지 않는 것은 대중이라고 거칠게 말합니다. 유명세를 타는 인기인들이
쓰는 수필(대개 에세이라고 머리에 달지만)은 대중수필이라고 합니다. 그 잣대를 거칠게 말한다면 세계를 보는 눈이 새로운가 아닌가, 창의적인가 아닌가에 둘 수 있습니다. 문학이라면 당연히 새로워야 합니다. 다른 사람이 말하지 않는 것을 말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낯설다는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낯선 것은 새롭습니다. 낯선 것은 창의적 입니다. 그런 점 대중수필은 재미와 신기함을 노립니다. 독자는 자연스럽게 그 재미 에 끌립니다. 머리 아프게 창의적인 것 낯선 것에 입맛을 다시려고 하지 아니합니다. 대중성을 생각한다면 요즘 나오는 폭로성 글에 머리를 굴려야 합니다. 하지만 수필가 는 인기보다는 진지한 문학성을 생각합니다. 출판사는 사업입니다. 장사하는 곳입니 다. 순수든 대중이든 장사가 되면 받아줍니다. 순수문학이 외면 당하는 것은 속도주 의 세상에도 문제는 있습니다. 읽는 즉시 흥미가 있어야 하니까요. 수필은 깊이 음미 하는 문학이지 일회용 종이컵은 아닙니다. 수필은 어렵다는 말도 들립니다. 컴퓨터 사용은 어디 처음부터 쉽던가요. 사용법을 공부한 다음에 컴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수필을 공부하지 않고 어렵다고만 하는 독자는 수필이 어떤 글인지 먼저 배워야 합니 다. 문화는 앞으로 나가는데 수필만이 60년대 70년대에 머물러 있을 수 없습니다. 전 통이라는 틀에서 보다 더 과감하게 깃대를 꽂아야 합니다.
정:부산지역 수필가들의 활동이 활발합니다.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리고싶습니다.
유: 어느 지역이건 우리나라 수필가들의 수필열은 어느 시대보다 활발하고 열정적이라고 봅니다. 이는 부산지역만의 열정은 결코 아닙니다. 엄살을 떤다면 부산은 오히려 수 필의 변방이라고 하겠습니다. 부산수필가협회(부산문협산하)에 등재된 회원들의 열정 이 대단합니다. 「에세이부산」「수필나무」등이 특히 주목을 끕니다. 제 경우 문학 에 있어서 ‘후배’라는 말에 다소의 거부감을 갖습니다. 문학을 등단 연대순으로 따지 기 보다는 어느 누가 수필가다운 수필을 하느냐가 문제일 따름입니다. 선배가 어느 날 후배가 되는 것이 수필계의 참다운 길이라고 봅니다. 하기에 사전상의 선배든 후 배든 치열한 수필정신으로 수필에 매진하는 것이 수필가의 선배이며 후배입니다. 사 전상의 후배는 선배를 앞지르기 위하여 보다 치열한 정신으로 수필문학에 매 달려야 합니다. 수필은 결코 귀고리나 목걸이 같은 장식품이 아닙니다.
정: 지역문학관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내실을 좀 더 기하는 면에서 아이디어를 주시기 바랍니다.
유: 지방자치제 아래서는 각 지방마다 경쟁하듯 건립되는 것이 비단 문학관만은 아닙니 다. 그것이 지역문학을 융성시키고 지역문인이 창작활동에 도움이 된다면 좋은 일입 니다. 문학관이 들어서면 문인들이 그것을 활용해야 건립한 보람이 있을 것입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문인들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길이 되겠는가 하는 것을 당국자는 부단하게 고민할 것입니다.
정: 故 조경희 선생이 창립한 한국수필가협회가 올해로 41주년을 맞고 기쁘게도 사무실 도 구입하였습니다. 덕담을 부탁드립니다.
유: 조경희 선생은 우리나라 수필문학을 위하여 평생을 헌신하신 분임을 누구나 다 압니 다. 그 분께서 남기신 업적을 이어받으셨으니 그 책무 또한 무거우리라 짐작됩니다. 그런 마당에 협회 사무실을 마련하셨으니 우리 수필의 청신호가 환하게 보입니다. 저 는 어느 글에서 수필가를 3부류로 나눌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 하나가 좋은 작품을 함과 동시에 수필가 단체를 원만하게 이끌어나가는 수필가를 첫 손에 꼽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 분에 의하여 수필의 위상이 높이 섭니다. 우리나라의 수필은 우리나 라만의 수필문학은 아닙니다. 세계의 수필문학으로 도약하는 길이 한국수필가협회에 매달려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수필가 개개인의 노력은 당연한 일입니다.
정: 한국수필가협회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주신 좀 감사드립니다. 맑고 향기있는 선생님의 품성을 느낄 수 있도록 더 오래 문학인들을 사랑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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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근 약력:
1932년 경남 통영출생. 1954년 시동인지 「신작품」동인.
1970년 『월간문학』을 통하여 등단절차 밟음.
2011년 현재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부산문인협회 회원임.
시 집 『까치똥』외 / 수필집 『꽃이 멀다』외
수 상:현대수필문학상, 신곡문학상 대상, 최계락문학상, 부산예술상, 부산시문화상(문학) 2011년 7월 제 11회 수필의 날 올해의 수필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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