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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이면 생각나는 것들
정 목 일 (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 )
팔월이 오면 무더위를 견뎌야 하는 달이지만, 우리 민족이 나라를 빼앗기고 광복을 맞이한 달이기에 해방감과 희망을 느낀다. 나는 일제에 의해 역사의 어둠 속에 시달리던 35년간을 이겨내고 광복을 맞은 지 한 달쯤 후에 태어난 해방둥이이다. 팔월을 맞는 감회가 예사롭지 않다.
팔월이 오면 태극기가 생각난다. 일제 치하에서 말도 잃고 글도 잃었으니, 그 얼마나 태 극기를 게양하고 싶었을 것인가. 요즘엔 광복절이 그냥 공휴일이 되고 말아 관공서나 학교 등에 가서 국경일 의식을 거행하지 않지만, 나의 초, 중, 고교 시절엔 여름 방학 중에도 8.15일이 되면 학교에 가서 경축식에 참가했다.
애국가 제창과 애국선혈들에 대한 묵념, 만세 3창으로 이어지는 기념식 중에 여름 열기에 의해 일사병으로 쓰러지는 아이들도 가끔 있었지만, 우리는 태극기를 높이 들고 “대한 독립 만세!”를 소리 높여 부르곤 할 때, 가슴이 뛰고 벅차오름을 느꼈다. 태극기를 살 형편이 안 되면 도와지에 그려온 태극기로 만세를 불렀다.
지금의 젊은이들은 일제시절의 민족적 수치와 차별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또 세월이 흘렀고 그 때의 악몽 같은 수치심을 애써 상기할 필요도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직도 광복절의 감격을 상기하고, 그때의 각오와 부강한 대한민국의 장래를 바라며 살아온 세대들에겐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자신이 체험하지 못한 일에 대해선 큰 공감을 느끼지 못할 것이지만, 민족의 역사상 가장 어렵고 고난에 겨웠던 그 때를 인식하면서 다시는 나라를 잃지 않게 자주독립과 자주국방에 대하여 생각하고 결의를 다짐하는 뜻 깊은 날이 돼야 한다. 광복절이 선조들의 나라사랑을 상기하면서 국민의 책무를 생각해보는 날이었으면 한다. 50~70년대만 해도 전국 각지에서 광복 기념행사가 많이 열였지만, 지금은 흔적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팔월엔 무궁화가 핀다. 애국가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가 있다.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어서 외국인이 애국가를 알면 한국에서 가장 눈에 많이 띄는 꽃이 무궁화인 줄 알겠지만, 무궁화를 찾아보기랑 쉽지 않다.
꽃나무 중에서도 보기 어려운 희귀목이 되고 말았다. 초. 중고 학생들 중에서 태극기를 그리지도, 무궁화를 그리긴 하지만 보지 못한 사람도 있을 줄 안다.
우리국민이나 교육당국에서도 무궁화 심기 운동을 권장하여야 하고, 수령이 오래 된 무궁화나무가 있는 곳을 알리고, 학교나 관공서에선 반드시 무궁화를 심도록 권장하여야 한다. 애국가부터 거짓말이 돼선 국민교육과 민족정신을 신장시키고 선양하기가 어렵다.
팔월은 광복과 무궁화가 피는 달이어서 나라와 겨레를 생각하는 달이다. 팔월은 여름을 마무리하는 달이여서 결실과 완성을 위하여 뜨거운 뙤약볕을 퍼붓는다. 여름의 불볕더위를 피하여 잠시 피서처에 휴식을 취하기도 하지만, 팔월은한 순간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다. 대장장이처럼 불에 달군 붉은 쇳덩어리를 내리치고 담금질을 한다. 그의 입에서 단내가 훅훅 끼치고 뜨거운 땀방울이 쉬지 않고 흘러내린다. 가을의 결실을 위해 마지막 최선을 다할 뿐이다.
무궁화는 우리 민족처럼 인내성이 강하다. 작열하는 태양 볕 속에서 자태가 더 아름답고 화려하다. 모든 생물들이 불볕에 견디다 못해 시원한 곳으로 피신하고 낮잠에 빠지거나 원기를 차리려 안간 힘을 쓰는 때에도, 무궁화만은 뜨거운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성장한 귀부인처럼 우아하다. 팔월의 꽃 무궁화를 보급하여 팔월을 빛나게 환히 밝혀 무더위 속에도 지조와 아리다움을 잃지 않는 민족의 꽃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제 세계열강들과 어깨를 겨루는 나라로서 성장의 저력을 민족문화 창달과 고유한 우리 것을 알리고 살리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하겠다.
팔월이면 태극기를 들고“대한민국 만세-”를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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