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한국수필

월간 한국수필 12월호

권남희 후정 2012. 12. 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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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의미

 

鄭 木 日수필가(한국문협 부이사장. 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 

 

12월은 일 년 동안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는 달……. 

사소하고 평범한 일상이었지만, 인생에 있어서 되돌릴 수 없는 순간과 일들이 강물처럼 흘러갔다. 희비애락도 있었고 무감각, 무의식으로 보낸 세월도 있었다.

    언제나 영원과 미래에 눈이 멀어 별 볼 일 없는 오늘을 천시하며 살아왔다. 진작 무덤덤한 오늘 이 순간이야말로, 보석 같은 의미의 순간인 줄 모르고 미래와 영원을 손짓하며 바라보고만 지냈다.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고 귀한 줄도 모른 채 나날을 그냥 무의식하게 보내버리고 말았는가. 12월이면, 흔적 없이 보내버린 모래알 같은 시간들을 생각한다. 모래밭인 줄만 알았지, 그 속에 금모래가 반짝이고 있다는 것, 한 알의 모래가 되기까지 몇 억 년의 세월이 걸렸다는 것을 모른 채 지내왔다.12월은 일 년의 내 발자취가 보이고 성찰과 함께 지금 이 순간, 나는 정작 어디에 서 있으며,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점검하게 해준다. 12월은 일 년의 마지막 달, 떠나보냄이 섭섭함 보다 다가오는 새해가 기다려지는 달이다.

   

12월엔 지난 일 년간의 10대 뉴스를 작성해 보아야 한다. 평범한 삶일 지라도 비망록을 남기고 일 년을 배웅할 채비를 해야 한다. 무사하게 일 년을 보낸 것만으로도 감사의 기도를 올려야 한다.   

일기를 쓰지 않더라도 기억하고 싶은 일들을 메모해 두어야 한다. 일 년의 의미가 흔적 없이 사라져버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세상에 어떤 일들도 시간의 침식에 못 이겨 망각되곤 한다. 사라지지 않는 영원 장치는 오로지 기록뿐이다.  

  12월이면 고마웠던 이에게 소원했던 이에게 감사드리고, 소식을 전해야 할 달이다. 마음 속으로만 간직하지 말고 소통을 통해 마음의 향기와 빛깔로 관계의 꽃을 피워내야 한다. 12월은 일 년을 마무리하고, 일 년의 삶의 발자취를 살피며, 의미를 새기는 달이다.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아야 할 달이다.

   

12월은 희망의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하는 달이기도 하다. 금년 동안 하려 했던 일 중에서 포기하거나 시도하지 않은 일들을 점검하여 새 설계를 준비해야 한다. 12월은 일 년의 삶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는 달이다. 아무리 미비하고 소박하더라도 내 인생의 적나라한 모습들이 아닌가. 지금 살고 있는 시. 공간 속에서 삶의 진실과 의미를 발견하여 깨달음의 꽃을 피워내지 않으면 안 되리라. 일 년의 마지막 달을 맞을 수 있음에 대해 하늘에 감사하고 싶은 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