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한국수필

2013년 월간 한국수필 5월호

권남희 후정 2013. 5. 6. 16:05

 

잎새 하나로

정 목 일수필가 ( 사.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 한국문협 부이사장)   

 

봄이면 나뭇가지에서 솟아난 잎새이고 싶다.

겨우내 웅크리고 있다가 봄 햇살에 눈을 뜬 잎새 하나……. 가지마다 맺혀있던 잎눈들이 눈을 뜨고 쏙 내민 연초록 언어들.

 

잎새 하나씩이 뿜어내는 빛깔과 말들로 갑자기 세상은 맑고 푸르러진다. 싱싱한 꿈이다. 세상 속으로 날개를 마음껏 펼칠 노래이다. 죽은 듯이 입을 다물고 바람에 흔들리며 비명을 내지르던 나뭇가지마다 한 잎씩 깃발을 달고 있다. 잎새 하나씩으로 세상을 단숨에 꿈 빛으로 젖게 하는 초록 혁명이다.

낭자한 피 빛의 혁명이 아니라, 꿈과 성장을 약속하는 녹색의 혁명이다. 잎새 하나씩이 어깨를 짜고 만든 숲마다 평화와 은혜의 노래가 울려 퍼진다. 움에서 싹튼 잎새들은 꿈과 사랑이 적힌 편지를 읽고 있다. 잎새들은 세상을 변혁시키는 천지개벽의 힘을 지녔다. 하나씩의 잎새들은 순식간에 세상을 푸르게 물들여 놓는다. 산이며 들이며 공원이며 온 세상에 푸릇푸릇 푸르스레 푸르초롬…. 잎새의 빛깔은 꿈틀거리며 물결처럼 넘실거린다. 세상에 이 보다 더 놀라운 경이와 신비는 없으리라.

잎새 하나씩으로 천지조화의 놀라운 모습을 보여준다. 잎새에선 희망과 축복의 노래가 울려 퍼진다. 지금 이 순간, 스스로 깨어나야 할 때임을 알려준다. 햇살 속에 가슴을 활짝 펴고, 하늘을 바라볼 때다. 갓 피어난 잎새처럼, 새 세상을 맞을 순간이다.

 

심장이 쿵쿵 울리고 다시금 첫 출발선에 서있음을 깨닫는다. 한 잎의 잎새가 되어 세상을 바꾸는 혁신의 때가 온 것을 알려 준다. 한 잎의 잎새들이 세상을 바꿔놓은 이 놀라운 혁명은 가슴을 벅차게 만든다. 볼수록 눈이 부시고 마음이 향기로워 진다. 가슴에 꿈의 씨앗을 싹트게 한다.

 

봄이면 하나씩의 잎새가 되어 세상을 바꾸는 초록 빛깔이고 싶다.

혹독한 추위와 바람을 이겨내고 기지개를 펴는 잎새이고 싶다. 싱그로운 생명의 향기를 뿌리는 손길이고 싶다. 반드시 꽃을 피우고 열매 맺는 생명의 깃발이고 싶다.

잎새 한 잎씩이 모여 세상을 초록으로 바꾸듯이 좋은 생각 하나씩이 손잡아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었으면 싶다. 꽃만 향기로운 게 아니다. 열매만 풍성한 게 아니다. 잎새 하나씩이 모여서 세상을 바꾸고 계절을 단장시킨다.

잎새에선 생명의 숨결이 들리고 맥박이 뛰고 있다. 스스로 깨어나 약동하며 성장하는 빛깔이다. 안으로 희망을 키우고 세상을 푸르게 만든다. 마음을 순화시키고. 만물에게 생명의 의지와 의미를 알려준다.

봄이면 모두 하나씩의 잎새가 될 수 없을까.

초록의 꿈과 생명으로 다시 태어날 수 없을까. 하나씩의 잎새가 되어 서로 손을 잡고 꿈꾸던 세상을 만들 순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