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파 (농구인)
권남희 수필가 (한국수필 편집주간 구술 정리)
반지의 제왕으로의 귀환을 꿈꾸다
나의 왼손 약지 손가락에는 커다란 반지가 끼어 있다.
24시간 떠나지 않는 농구공 모양의 이 반지는 휘문고등학교 동문을 상징하고 있다.
반지는 농구시합을 할 때 없으면 안되는 징크스로 남아 반지를 늘 챙겼다. 부상염려 때문에 반지를 부착하지 못하게 되었던 국제 대회 때는 입속에 숨겨두었다가 다시 끼고 농구시합에 몰두하기도 했다.
나는 늘 농구선수로 돌아가는 꿈을 꾸곤 한다. 농구선수로서 휘문고와 연세대학교를 거쳐 기업은행 , 국가대표 선수로 뛰면서 순간 순간 승리할 때의 기쁨을 잊을 수 없다. 죽음까지도 농구로부터 나를 떼어낼 수는 없다. 죽음에 임박한 어떤 순간도 장충체육관에서 은퇴경기를 하고 돌아오던 그날의 공허함과 슬픔에 견줄 수는 없을 것이다. 땀에 젖은 옷을 가방에 담고 집으로 돌아올 때 눈물 흘리던 쓸쓸함을 잊을 수 없다.
농구는 내 인생의 전부가 되어 나를 살게 했다 . 논산 훈련소보다 더 엄격하여 담배도 피우지 못했던 태릉 선수촌에서의 20년 선수생활이 죽은 뒤까지라도 내 모든 것을 말해줄 것이다.
생애 마지막날에도 나는 반지를 낀 채 농구를 하고 있을 것이다. 나를 국가적 영웅으로 만들어주었던 내 스물 여섯살 그날을 기억하며 나는 신들린 슛으로 농구를 하다가 쓰러질 것이다.
슛을 할 때마다 성공하여 단독으로 50점을 넣어 국민적 웅원이 집중되었던 전성기는 돌아오지 않는다.
나의 마지막날 나는 60년 만에 처음 아시아를 재패한 후 청와대에 입성하여 받은 훈장과 팬레터와 트로피 등 모든 것들을 농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싶다.
또한 농구를 사랑하여 아이가 4살이 되면 농구를 시켰던 70년 대의 필리핀으로 가 그들이 내게 보냈던 사랑을 보상하여주고싶다. 만여명의 관중이 자기 나라의 감독에게 야유를 퍼부으며 나를 옹호했던 나라, ‘신동파 코트 매너를 배워라’등으로 신문마다 대서특필했던 그 나라는 영원한 환상으로 남아있다. 그들의 사랑을 받아 연예인보다 더 환대를 받았던 그 때 그들은 고별 경기에서 나의 유니폼과 농구화를 가져가 간직하고 있다.
은퇴경기처럼 내 삶의 은퇴장면에서 나는 그들을 불러모아 다시 농구를 해야겠다. 보통 몇 백개의 슛이 터지는 농구경기에서 골이 들어갈 때마다 슛을 외치며 열성적으로 중계 하여 목까지 쉬었던 이광재 아나운서도 만나 마음놓고 큰소리로 방송을 하도록 해주고싶다. 중계방송 때마다 청중들을 열광시키는 멘트를 하여 다른 나라에서 싫어했지 않은가 . 만년필을 책상에 찍거나 경기 도중 눈이 살짝 찢어져 지혈 반창고 정도로 마무리를 했는데 ‘대한의 아들 눈에서 피가 철철나면서도 경기에 임한다’고 과장된 해설까지 서슴지 않았던 그도 만나보고싶다. 중계를 듣던 나의 어머니를 번번이 울게 만들었던 그도 나의 농구 은퇴와 함께 조용해졌지만 다시 그를 만나 그날의 과감한 해설을 부탁해야겠다. 그쯤이면 나역시 슛을 성공할 때마다 반지세레모도 해야하지 않을까. 축구선수만 하란 법없지 않은가.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아이들 셋은 농구를 시키지 않았다. 농수선수로 정상까지 간다는 과정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힘이 들기 때문이다. 결혼식을 올린 후 곧바로 장충체육관으로 달려가 농구경기를 할 만큼 개인생활이 없고 신혼생활도 없이 선수촌에서 보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농구선수와 감독생활을 후회하지 않는다.
다시 태어나도 농구인으로 태어날 준비를 할 것이다 모든 욕심 버리고 소박하게 지내며 농구만을 생각 해온 나는 이렇게 내 인생의 최후까지도 농구를 하다가 반지의 제왕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정리를 해본다.
신동파 약력 : 휘문고.연세대. 기업은행 및 국가대표 농수선수 지냄 .
태평양 화학농구 감독 17년 . 현재 송파구 거주
아직도 훤칠하고 멋짐
2007년 1월 인터뷰 권남희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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