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남희의 독서일기

몽실언니 권정생 작가 별세

권남희 후정 2007. 5. 18. 10:45

 

 권남희 정리  '무소유의 삶을 실천해온 작가   

 

2007년 5월 17일 '몽실언니' '강아지똥' 작가 권정생 씨가 70세로 별세했다.

1937년 도쿄 뒷골목  에서 노무자의 아들로 태어난 작가는  해방직후 귀국했다. 어려운 집안 때문에  초등학교를 마친 후 전국 각지를  떠돌며 나무장수, 고구마장수, 담배장수를 하며 고생하다 19세에 페결핵에 걸리고 신장결핵, 만성신부전증, 등 투병생활을 했다. 자신의 병구완을 하다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으로 집을 나온 권정생은  유랑걸식을 하다가 1968년 경북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의 시골 예배당  문간방에 살기시작하면서 '종지기'를 하였다.  아동문학상을 안겨주려는 문단에게 ' 우리 아동문학이 어린이를 위해 무엇을  했느냐'며 상패와 상금을 우편으로 되돌려보내고  전집을 내자는 제안에 '그렇게 되면 조그만 출판사는 다 죽는다'며 물리친 작가다.  

1969년 단편동화 '강아지똥' 월간 기독교교육이 주관하는 제 1회 아동문학상 으로 등단.

1984년 대표작 '몽실언니' 를 발표 -TV드라마로도 방영

 제 1회 한국아동문학상( 1975년) / 제 22회 새싹문학상(1995년)

* 결혼도 하지 않은 작가는 유족이 없다.

* 장례는 6.15 민족문학인협회가 공동주관하는 민족문학인장으로 치러진다.

* 빈소 : 경북안동시  안동병원  발인은 2007년 5월 20일 오전 9시    

 *생전에 작성한   유언장 : 인세를 북한 어린이들을 위해 써달라'   / 평생 살아온  조탑리 5평짜리   흙 담집은 헐어 자연상태로 돌려놓고  자신을 기념하는 일을 하지말라 

 

'몽실언니' 개정판을 내면서  글소개  

 

 오늘 아침 라디오를 듣고있는데 바로 이웃나라 중국에서 열여섯 살 고등학생이 어머니를 죽였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열심히 공부해서 십등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다그치자 화가 난 아들이 굵은 막대기로 어머니의 정수리를 내리쳐서 숨지게 했다는군요. 언제나 '천천히' 하면서 느긋하게  살아가던 중국 사람들이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요?

 옛날 어린 시절 일본 토오꾜오 시부야의 변두리 동네 아이들이 조그만 흘그무더기나 언덕배기에 올라가 부르던 노래가 생각납니다 . 

 

 산꼭대기 대장은 나하 나 뿐이다. 

 뒤에 올리오는 놈은 차 던져 버려라

 

지금 생각해도 끔찍한 노래군요. 육십년이 지난 지금 일본 아이들이 아직도 이런 노래를 부록 있을까요?

"몽실언니"는 1981년 울진에 있는 조그만 시골 교회 천년회지에 연재를 시작해서 3회쯤 쓰다가 "새가정"이라고 하는 교회 여성 잡지에 옮겨 싣게 되엇습니다. 그런데 열번 째 꼭지까지 썼을 때 갑자기 연재가 중단되었습니다. 두달을 쉬고나서 열 번 째 꼭지에 나오는 인민군  이야기가 잘못 되엇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더 이상 잡지에 싣지못하게 한 것을 , 앞으로 잘못 쓴 것을 모두 지울테니까 계속 연재할 수 있게 해달라고 문화공보부에 사정을 해서 겨우 허락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열한번 째 꼭지는 원고지 열장 분량이 잘려나간 채 연재가 시작되었습니다 .

잘려나간 부분의 내용은 인민군 청년 박동식이 몽실이를 찾아와 통일이 되면 서로편지를 하자고 주소를 적어주는 장면이었습니다 .

그러고 나자 그 뒤부터는 이야기 즐거리까지 조금씩 고쳐 써야만 했습니다.  박동식이 후퇴를 하다가 길리 막혀 지리산으로 숨어 들어와 빨치산이 된 뒤 마지막 숨을 거두면서  몽실이한테 편지를 보낸 내용에는 이런 말이 씌어 있었습니다 .

".....몽실아, 남과 북은 절대 적이 아니야. 지금 우리는 모두가 잘못하고 있구나..."

 

몽실이가 편지를 받아읽고 나서 주저앉아 흐느끼면서 최금순 언니, 박동식 오빠를 부르는 대목도  모두 지워야 했습니다.  그러고는  난남이를 양녀로 보내고 나서 삼십년을 훌쩍 건너뛰어 부랴부랴  이야기를 끝내야만 했습니다.  처음 시작 할 때는 1천장 분량으로 쓰려고 했는데 겨우 7백장으로 끝을 맺게 된 것입니다 .  이번에 창작과 비평사에서 개정판을 낸다는 연락을 받고  지워져나간 모든 장면을 다시 살려보려고 했지만 , 그동안 많은 독자들이 읽었고 이제 와서 고치는 것도 별로 좋은 일이 아닌 것같아 그냥 두기로 했습니다.  다만 이런 사정이 잇엇다는 것을 알려 이 책을 읽는 여러 독자의 이해를 얻고싶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폭력이 사라지지않는 한 우리는 누구나 불행한 인생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단기 4333년 3월 1일 권정생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