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남희의 독서일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폭력사건

권남희 후정 2007. 5. 1. 00:07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폭력사건

                 권남희 수필가

'자녀운명!  아버지가 좌우한다'는 책에서는 아버지와 많은 시간을 보낸 자녀일수록 '사회성'및 '성취동기''수리능력' 이뛰어난 것으로 밝혔다.  ( " 아버지로 산다는 것- 예담출판사 " )   

김승연 한화그룹회장의 유별난 자식 사랑이 보상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풀이도 있다. 그 역시 16세 때 조기 유학을 갔는데다 대학원을 마치고   귀국을 했다. 그런데  그의 나이 스물 아홉 살 때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갔기 때문에  아버지 사랑에 대한 그리움이 아들 사랑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다정도 병이다.   

방문학생 자격으로 서울대에 와 있는 그의 아들이 왜 북창동 클럽에서 맞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아들이 맞았다고 폭력배를 동원하고 자신도 '별 두개 달린 모자를 쓰고 가죽 장갑을 낀 채 길이 150센티미터 쇠 파이프를 휘두르며 직접  매질하는 현장에서 지휘까지 했다는 일도 믿고싶지 않다. 또한  청계산에서 폭행을 하고도 그곳에  아들을 때린 종업원이 없자 다시 북창동 술집으로 가서 당사자를 찾아내 , 폭행과 납치를  했다.  그가 주장하는 ‘늘 사나이답게’와는 거리가 먼 최악의 비겁함을 자식에게 가르치고 그 아들을 이 세상에서 가장 바보로 만들어버린  결과가 되었다. 미국에서 간첩혐의로  10년 가까이 감옥생활을 한  로버트김에게 생활비를 지원한 그런 의리까지도 퇴색시켜버린 비뚤어진 아들 사랑법이다.  영국왕실의 서열 3위 해리왕자가 이라크에 파견되기 위해  군사훈련을 받는 것을 무어라 해야하나?   세 아들의 입학과 졸업식이 있는 날이면 만사 제쳐두고 참석하곤 했다는 기사도 실렸지만 세상 모든 아버지들은 아들을 사랑하고 아낀다. 예전처럼 자식이 대여섯 명, 예닐곱 명 여덟아홉 열 명이 아닌, 두 세 명이니 자기 목숨만큼  귀중하게 떠받든다.  따라서 자식의 잘잘못을 끊고 맺는 것을 가르쳐주어야 할 부성원리가 약해진 사회다.   김승연 회장의 둘째 아들도 군대에 다녀왔을 거라 믿고싶다.  

부성애는 때로 모성애와 견줄 수 없는  극단의 경계를 넘는다.

작가 메리메가 쓴 단편소설 ‘마테오팔콘느’는  이 세상에서 가장 농도짙은 부성애를 표현한 작품이다. 마테오의 아들 소년 마테오는 겨우 열 살이다. 혼자 있는 집안에   애국 독립군 게릴라가 숨어들었는데 곧 쫒아온 헌병이 회중시계로 유혹하자  턱으로 숨어있는 곳을 가리켜주고 만다.. 마을에 나갔다 돌아온 아버지는 이 사실을 알고 아들 마테오를 끌고 산으로가  총으로  쏴 죽인다. 명예를 더럽힌 대가를 치르게 한 것이다. 코르시카의 율법처럼 된 유목민 전통을  깬 소년 마테오가 비겁자로 낙인찍힌 채 살아간다는 것은  죽은 목숨이나 다를 바 없기 때문에 어머니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로서 명예살인을 감행하고 만다.

폭력배를 동원하여 분풀이를 하는 과정을 아들에게 직접보여주는 아버지를 보고 아들은 

'참 괜찮은 아버지'라고 생각했을까 그것도 궁금하다. 기업을 운영하려면 '너도 이다음에 이렇게 해 !'  카리스마를 가르치려 했다는 설도 있는데...  

아버지의 권위가 추락한 사회라며 한탄하는 지금, 스스로 권위를 사려고 애쓰다가  추락하는 아버지의 날개를 본다.  

부성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