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한국수필2

월간 한국수필 3월호 출간 -문화예술위원회 우수도서 선정

권남희 후정 2009. 3. 10. 13:03

 

 

 

2009. 월간 한국수필 3월호 통권 169호  발행인 유헤자이사장 . 편집주간 권남희 .사무국장 서원순 .기획살징 이철희. 편집차장 김의배 .사진기자  김혜숙  정시구독 신청 532-8702   이메일 kessay1971@hanmail.net

*포토에세이 문효치 / 화보 ( 한국수필가협회 정기총회 . 한국수필가협회 정기낭독행사. MBC롯데잠실 목요수필 교보문고 잠실점 낭독행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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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마에에이- 시간 앞에서 - 주영준. 김홍은 . 간복균. 정명수. 박영희. 권순악

* 문화탐방 - 김자인. 김선화 . 김남석 . 이봉하. 임승렬    

* 영국문화 기행 안명희

* 사색의 뜰 - 김영배. 김두수. 박종덕 .김성렬 .문정자.조흥제.이정자. 장기오 . 이정근. 곽영호 . 배철. 박명자

* 문학회 순례 ( 제물포문학회 -한상렬 회장 외 16인 )

*신인상 당선작 ( 최석희 . 김상기. 허익구. 김희숙. 이종경 )

* 월평 -정목일

* 편집후기 /회원동정  

체험과 지식과 수필

- <한국수필>2009년 3월호 월평

                                                                 정 목 일


 피천득 선생의 명 수필 ‘인연’은 ‘아사꼬’라는 여인을 세 번 만나는 것에 대해 쓴 글인데,

서사적인 구성으로 돼있어서 소설에 가깝지 않느냐는 한 소설가의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이에 대해 필자의 대답이다. 수필엔 시적인 수필, 소설적인 수필, 희곡적인 수필, 동화적인 수필, 비평적인 수필이 있을 수 있다. ‘인연’은 서사구조를 취한 서사수필이다. ‘시와 소설’ ‘소설과 수필’ ‘희곡과 수필’ ‘동화와 수필’의 구분은 픽션인가, 논픽션인가에 따라서 가름이 된다. 수필의 본질은 체험이며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한 때 일본 열도를 울렸던 ‘우동 한 그릇’이란 작품이 있다. 처음엔 논픽션인 ‘수필’인 줄 알았는데, 수 년 뒤에 작가가 나타나서 픽션임을 밝히자, 독자들은 사실인 줄 알았더니, ‘속았다’며 실망의 표정을 보였다. ‘우동 한 그릇’이 픽션으로 판정되자 ‘수필’에서 ‘동화’로 문학 장르도 바뀌고 말았다.

 수필이 지닌 차별성은 논픽션에 있다. 그렇다고 수필은 사실만으로 빚어내는 게 아니라, 상상과 감성과 인격을 동원하여 개성과 독자적인 세계를 보여준다. 지식은 손쉽게 얻을 수 있으나, 체험은 매우 한정적이다. 진리, 영원, 깨달음, 영혼, 영성, 감성 등은 지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세계이며 관념이다. 수필이 체험을 바탕으로 ‘상상’으로 얻을 수 없는 더 깊은 세계를 얻어낸다면 그 위상이 달라질 것이다. 수필은 비전문, 아마추어적인 영역에서 탈피하여야 한다. 다른 문학 장르보다 더 전문적이고 본격적인 세계의 탐구가 요청되고 있다.

 

 1. 김열규 ‘애기 문어야, 잘 가거라’

 남해 사량도(蛇梁島) 옥녀봉이 올려다 보이는 물가에서 손자와 개발(갯펄에서 조개를 줍거나 해초를 캐는 일)을 하며, 잡은 애기 문어를 손자가 엄마 품으로 도로 보내주는 장면을 담은 작품이다. 맑은 바다를 배경으로 가족끼리 개발을 하는 할아버지, 삼촌과 손자의 정다운 어울림, 순수한 동심, 부모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순수무구의 정경이 드러나 있다. 어떤 수사법보다도 자연스런 현장과 대화체 문장이 진솔함과 순수함을 북돋워준다.


“그래 엄마랑 아빠랑 함께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빤히 올려다보는  그의 한 손을 잡고는 할애비가 말했다.

 “암, 그래야지. 그러니 이 문어새끼는 놓아 줘야지. 그래야 제 엄마 아빠에게로 갈 것 아니냐.”

 꼬맹이가 어른을 빤히 쳐다보았다. 얼굴빛이 빨갰다.

 “응!”

 그 속삭임 같은 한 마디! 물가로 터벅터벅 걸어 나갔다. 물속에 손을 드밀었다. 한참을 물속을 지켜보고 있었다. 한참 만에 뒤돌아섰다.

 “문어 애기가 제 엄마에게로 갔어.”

 그의 나직한 소리가 햇빛 어린 물살을 타고 번지면서 은은히 빛나고 있었다.       

                                   김열규 ‘문어야, 잘 가거라.’ 결미


 2. 김자인의 ‘나이 드는 것의 의미’- 피천득 기념관에서

  롯데월드에 마련된 ‘피천득 기념관’에 근무하고 있는 수필가 김자인의 체험담을 피천득 기념관의 소개를 곁들이면서 한국 수필문학의 금자탑으로 일컬어지는 피천득 선생의 문학과 일생을 되살려주고 있다.


  “내가 미워하는 사람은 없고, 좋아하는 사람은 많으니 이만큼 살다 가면 잘 살다 가는 거야”라고 하신 생전의 육성을 듣고 있으면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건지 숙제인 나도 마음이 먼저 겸손해진다.

 높은 산에 올라보면 자연 앞에 서 있는 자신의 존재가 얼마나 작고 미양한지 알 수 있듯이 그저 뽐낼 것도 없고 아무 것도 아닌 것이 인생인 거을, 소유하는 것보다 비워내고 덜어내야 하는 것이 삶인 것을, 선생님 말씀의 깊이를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되는 것이다.

 클래식이 조용히 흐르는 피천득 기념관, 어느 날은 이웃에 살던 인연들이 반색을 하며 찾아들고, 다른 날은 제자들과 문인들이 좋아라고 드나든다. 지방에서 선생님들이 단체로 오기도 하는데, 잠시 문학의 향기에 심취해있다 가는 많은 이들이 그래도 순해지고 착해지고 겸손해져 가지나 않을까.

                                     ‘나이 드는 것의 의미’ 일부


 3. 이봉화의 ‘황포돛배’

  ‘황포돛배’는 사라져가는 ‘황포돛배’를 카메라로 담아두기 위해 직장에서 10일간 휴가를 얻고, 배를 전세 내어 촬영에 임했던 현장 촬영기이다. 황포돛배에 대한 생생한 기록이나 모형조차 사라진 오늘날, 애써 촬영해 두었던 사진 자료들이 귀중한 문화재로 박물관에 남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작가가 황포돛배를 추적하여 작품을 남기기까지, 얼마나 치열한 몰입을 보여주었던가를 알려준다. 현장의 영동성과 작가정신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4. 김영배의 ‘적응과 극복을 위한 몸짓’

  ‘적응과 극복을 위한 몸짓’은 뭇 생명체들이 생활환경 속에 적응하기 위해서 극복과 진화를 거듭해나가고 있음을 알려 준다. 봄이 오는 아파트 공간에서 매화를 위시한 봄꽃들을 보는 원로 작가의 눈이 생명체의 순환과 인간의 삶을 정관하고 있다. 계절과 생명의 발견, 깨달음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나는 이 꽃들이 좋아 피고 지는 정원을 걸으며 그 꽃들을 어루만져주고 코끝을 갖다대곤 향기를 맡아보지만, 내가 바라는 대로 모든 꽃들에게서 다 향기가 나지 않는다. 대개 빛깔 고운 꽃에서는 향기가 거의 없고 오히려 어줍지 않은 모양새나 무채색의 꽃에서는 향기가 짙게 흐르고 있다.

 고운 옷을 입은 꽃들은 벌 나비의 접근으로 수분작용을 일으켜 열매를 맺고 종족을 퍼트리는 대신, 무채무미(무채무미)의 꽃들은 벌 나비에게 꿀을 제공함으로써 그들을 사아가게 하는 상생 관계를 맺는다. 마치 가어와 악어새들의 관계처럼.....   

                                            ‘적응과 극복을 위한 몸짓’ 일부


 5. 이정자의 ‘내부의 진실을 위하여’

  빈고(貧苦)의 대명사와 같은 예술이란 무엇이며 예술가들은 왜 그토록 열정을 태워야 하는가. 예술작품에 내재돼 있는 작가의 내면세계에 대한 탐구를 펼쳐 보이는 작품이다. 제한된 삶을 살뿐인 인간이 영원을 수용하는 장치로서 ‘예술’을 택하고 있지만, 예술작품의 내면세계는 예술가마다 다른 인생관과 세계관을 보여준다. 포괄적이고 광의적인 세계이지만, 예술가들에게 본질적인 문제로서 진지한 탐색과 지적인 열정이 보이는 작품이다.

 ‘나는 단 하루라도 그리지 않고 지낸 일은 없다. 적어도 데생은 해야 한다. 팔을 떨어뜨려 안 되기 때문에....’라고 하면서 하루 종일 캔버스만 마주했던 프랑스의 화가 르느와르가 만년에 지독한 류머티즘에 전혀 손발을 쓰지 못하고 휠체어에 의존하면서 토로한 심정을 회고한다. 예술가의 예술작품에 나타난 내부의 진실과 세계는 창조의 세계로서 신비를 얻고 있어 감상자로서도 정확히 간파할 수 없는 경지이기도 하다.


6. 한상렬의 ‘물구나무 서기’

 ‘물구나무 서기’는 한쪽 관점의 보기가 아닌, 역 방향, 역 관점을 통한 교감과 소통의 세계, 발견과 깨달음을 제시한 작품이다.


 수천 년 묵은 우주모텔을 거구로 세워 지동설을 만들어냈던 코페르니쿠스가 그러했고, 철학자 니체 역시 세상을 뒤집어 이른바 ‘가차 전도’를 수행했다. 상투적 시각, 고정된 관념에 물구나무를 서 정신의 막다른 골목에서 탈출구를 찾아낸 일들, 선각자들의 사고야말로 빛나는 예지의 소산이 아닌가.

 거꾸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상상을 생명으로 하는 문학이야말로 이제 물구나무를 서야하지 싶다.

                                          한상렬 ‘물구나무 서기’ 일부

 

‘물구나무 서기’는 보이는 것만 보려는 통념적인 관점에서 창조적인 관점으로서 역 관점을 제시하면서 ‘물구나무 서기’의 방법론을 제기하고 있다. 수필 발전을 위해서도 한 방법론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