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여성운동가의 표상 김문숙수필가
-여성인권 운동 지도자, 정신대문제 대책부산협의회 이사장-
대담: 정목일 이사장(사단법인 한국수필가협회 )
장소 : 한국수필가협회 편집실
일시: 2010. 7. 14 오전 10시
정리: 권남희 편집주간
정목일 이사장 : 제 9회 유관순 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정운찬 국무총리로부터 “김문숙씨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표상으로 삼아야 할 21세기 진정한 유관순 열사”라는 축하의 인사까지 전했다고 들었습니다. 정신대 문제 부산협의회 회장으로 어려운 일을 추진하고 해결하려면 굳은 의지가 필요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김문숙 회장: 유관순상은 충청남도가 조국독립에 앞장섰던 유관순 열사의 숭고한 애국애족 정신을 이 시대에 맞게 구현하고 있는 여성을 선발·시상하고 21세기 여성의 표상으로 선양하고자 2002년부터 전국에서 수상자를 선발하고 있습니다. 한국여성으로서 일제시대에 국가의 자존감을 짓밟고 여성의 성을 유린한 일본의 전범을 뉘우치게 하기 위하여 여성으로서 마땅히 할 일을 했을 뿐인데 부끄럽습니다. 일본 위안군 문제는 1990년도부터 20여년간 민족의 가장 처참한 약자였던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일본 정부와의 법정 투쟁 끝에 위안부 문제로서는 유일하게 승소한 재판입니다. 6년 동안 정부의 도움없이 진행하며 할머니들의 명예회복과 일본인들에게 위안부 문제의 본질(제국주의,군국주의)을 알린 것에 대한 보답이라 생각합니다.
정: 부산에서 수필가로, 여성운동가로 활발하게 활동하시느라 힘든 일도 있었을 텐데 난관을 이겨내면서 성취한 보람을 느꼈다면 언제입니까
김: 열정을 갖고, 여유롭게 스트레스 없이 일하는 것이 견뎌내는 지름길이지요.
폭력남편으로부터의 해방을 위해 법제정을 이끌어내도록 성폭력에 대한 엄격한 처벌, 부당한 이혼, 이혼으로 인한 여성 상실 등 남녀 차별에 대한 진정한 평등의 길은 아직 멀었습니다. 형식적으로나 여성의 자각으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데 희망을 가지고 자기 희생적으로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데 대한 정부 정책에 조금씩 반영되는 일이 보람입니다. 본협회에서 처음으로 ‘여성의 전화’를 개설하고 수많은 불행한 여성들을 구제한 것 . 다시 그들을 구제할 몇 백명의 상담원을 교육하여 배출한 것이 보람이었습니다. 상담활동 외에도 하는 일은 너무나 많습니다. 성폭력피해방지를 위한 세미나에 참가해 여러 사람들의 의견도 참고해야 하고, 각종 피해소송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서 좋은 결과를 얻기도 합니다.
법 따로 현실 따로인 불평등한 우리사회 현실속에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고통받는 여성의 문제를 접근해가는 상담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나날이 늘어나는 상담전화에 눈 코 뜰새없이 바쁘지요.
정: 여성운동가이기 전에 수필가로 많은 작품을 썼습다. 선생님의 열정과 사회활동에 비추어 보면 수필 작품도 의식이 있는 글들이 많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김: 수필은 1967년도 국제신문과 부산일보에 칼럼을 쓴 것이 나의 등단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 후 매년 한 권의 수필집을 발간하였는데 그 중 위안부 문제를 취재한 수상록 등을 3권 발간하였습니다. 일본에서도 한 권을 발간하여 일본인의 위안부 인식을 바로잡도록 영향을 주었습니다. 수필집 8권 중에 여성권익과 남녀 평등에 대한 수필. 그리고 인간성있는 사회에 대한 갈망, 수필을 통해 한국인, 특히 여성들의 맑은 정신, 어머니의 테두리안으로 밀어붙이는 남성들의 안이한 여성관에 대한 비평 등이 내 수필의 전부라해도 되겠습니다 . 정: 한국수필가협회와의 남다른 인연을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김: 지금은 고인이 되신 조경희 선생님을 만난 인연으로 우물안 개구리였던 부산 수필가에서 서울수필가로 탈바꿈하기도 했습니다. 이대 문인회. 한국수필가협회. 한국여성문학인회 등 모든 문학활동을 조경희 선생님을 따라 한 것입니다. 조경희선생의 영향을 받아 여성의 사회활동이나 인권에 더 관심을 가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요즈음 선배들의 덕을 쉽게 무너뜨리는 풍토가 있는데 그렇게 될 때 자신의 공도 거품처럼 사라진다는 것을 깨달아야 하지요. 초의 김양식 시인의 인도문학개척도 나에게는 큰 문학의 뜻을 펼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정: 德將같은 리더가 사라지고 분별력없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 시대에 젊은 작가들에게 좋은 말씀을 주시기 바랍니다.
김: 우선 나 자신부터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려 노력합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아침 <반야심경> 과<금강경>을 독송합니다.
문학은 글쓰기 전에 맑은 정신과 따뜻한 심장, 문학을 향한 순수한 사랑이 뿌리가 되어야 하겠지요? 인류를 사랑하는 넓은 마음이 필요하고 반짝 거리는 젊은이들의 글재주가 부러움을 사기도 하겠지만 더 큰 정신으로 깊이를 가졌으면 합니다.
정: 이제 여성운동 뿐 만 아니라 후배문인들도 키워서 활동영역을 넓혀주는 일을 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떠신가요.
김: 결코 작지 않은 국제도시 부산을 과소평가 하고 싶지 않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큰 그릇의 문인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불모지도 아닌데 문학정신을 키울 선배문인들이 부각되지 않아 마음이 아픕니다. 지금 재능있고 젊은 층을 키우는 일이 부산원로문인들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정 : 한국수필가협회에 바라는 일이 있으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김: 한국수필협회는 저에게 모태신앙처럼 문학의 요람단체인데도 지금은 낯설음을 느끼고 섭섭한 구석이 있습니다. 물론 내가 원고를 부지런히 발표하지 잘못도 있지만 협회에서도 다소 소원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지방의 외로운 문인들에게 지면도 할애해주고 소식도 보내면서 독촉했으면 합니다. 조경희 선생은 그렇게 하셨거든요.
정:고희를 넘긴 김회장님이 활동을 펼칠 수 있는 토대는 건강이지 않을까 여깁니다. 만보걷기는 계속 하고 있지요?
김: 어느 때나 만보걷기는 하고 있지만 일상생활속에서도 항상 음식을 적게 먹으며 식욕을 스스로 조절하고, 불교공부에 매진하는 것도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입니다.
정 : 많은 일정 중에서도 오늘 이렇게 한국수필가협회를 위해 자리를 같이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한국수필을 사랑해주기를 기원합니다.
樹鄕김문숙 대구출생, 이화여대 입학. 경북대학교 지리학과 수료. 부산시여성단체협의회 회장 역임. 부산수필문학인회 회장. 한국수필가협회 이사.
이화문학상 수상 .제1수필집『내 인생에 소중한 것 』외『사랑과 인생의 풍경』『남편들의 離乳기』『아내로부터의 이혼장 』등 8권
정신대 자료집 『말살된 묘비-여자 정신대』『조선인 군대위안부.한국으로부터의 고발 』-일본출판 등 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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