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인이 갖추어야 할 덕목 인仁을 바탕으로 문학세계를 펼쳐
후배에게 귀감이 되고 있는 김시헌 수필가
일시: 2011. 1. 24
장소: 사단법인 한국수필가협회 편집실
대담: 정목일 본회 이사장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정리: 권남희 편집주간
정목일 : 선생님은 언제나 월간 한국수필이 발간되면 칭찬이 담긴 엽서를 보내주시곤 했습니다. 따뜻한 말씀의 글을 ‘ 열심히 하라’는 격려로 알아 용기를 얻었습니다. 신묘년 새해, 한국수필가협회에 다시 덕담을 부탁드립니다.
김시헌 : 신묘년에 한국수필가협회에 기쁜 소식이 들렸습니다. 정이사장의 문협 부이사장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오래 전부터 멀리서 가까이서 선생의 움직임을 보고 들으며 ‘진정으로 수필을 사랑하는 사람이구나’ 느꼈습니다. 큰 뜻을 품고 작가의 길로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신묘년은 신바람 나는 일도 더 많아지고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는 기발한 글을 써 주기를 회원님들께 희망합니다.
정: 한국수필가협회와 인연이 깊다고 알고 있습니다. 조경희 선생과 한국수필
창간호에 참여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떠셨나요?
김: 1971년『수필문예』발간 당시 창간호의 의미는 현대 한국 수필문학사에서 아주 컸다고 생각합니다. 당시는 각 일간지 동아일보사, 조선일조 중앙일보, 한국일보 등에서 축하 메세지를 전해오기도 했습니다. 수필을 발표하신 작가들도 시인 신석정, 영화감독 문여송, 교수들로 안병옥, 서정범, 윤재천, 구인환, 정봉구, 김해성, 지난 해 돌아가신 허세욱 교수 등 화려했지요. 그 때 저는 대구제일여중에 교사로 있을 때인데 「낙엽」을 발표했어요. 책값은 200원이었는데 상상이 안되지요? 1975년에 현재의 『한국수필』로 창간호를 다시 내면서 공동주제를 ‘흙이야기’로 했지요. 무엇이든 처음 일을 추진한다는 것은 능력도 필요하겠지만 용기와 함께 주변사람들의 도움도 있어야 합니다.
정: 문학사에서 장르의 변천사도 있어왔다고 생각합니다. 연극이 모든 엔터테인먼트역할을 했던 시대는 세익스피어의 희곡이 우선이었고 다시 시로 소설로 변화를 겪었습니다. 21세기는 수필시대라고 합니다. 인터넷영향이 가장 크다고 보는데요.
김: 문학 장르도 사회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에서는 누구나 작가가 된다고 봅니다. 길이에 상관없이 산문형태의 글을 홈페이지나 블로그나 카페. 트위터 등에 쓰고 있지 않아요? 소셜네트워크의 중심에 수필이 있습니다. 수필은 형식에 구애를 받지 않아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습니다. 어떤 형식으로든 글을 쓰고 깊은 이야기. 틀에서 벗어난 이야기, 기발한 착안이 있는 글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정: 장수사대에 접어들었습니다. 수명 100세 노령화 시대 문학인의 양적팽창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요.
김: 긍정적 영향이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이 인간에게 주는 큰 역할은 정서적 안정과 위안과 사회 결속력입니다. 인간의 뇌구조는 아무리 불행한 일을 겪어도 행복한 쪽으로 돌아가려 한답니다. 추억은 모두 행복하게 인식되기에 기억 속에 가라앉은 행복을 꺼내어 우리 사회에 선물하는 일을 노년기에 접어든 작가들이 해주어야 합니다. 교훈을 주려하지 말고 사랑과 지혜를 담는다면 추운 겨울 따끈한 찐빵같은 선물이 되겠지요.
정: 1980년대와 비교하자면 수필전문잡지는 질적으로 변화하고 양적으로 팽창하였습니다. 수필작가의 양적팽창과 함께 글을 발표할 수 있는 지면이 늘어난다는 일은 환영할 일입니다. 아울러 수필전문잡지가 나아갈 방향을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김: 다양한 방면으로 포용하는 일이 우선이겠지요. 글을 누가 더 잘 쓰느냐만 따진다면 모양새는 옹색해집니다. 가장 융통성이 없을 것 같은 분야 수학애서 피타고라스를 정의하는 방법만 300가지가 넘는 것을 생각한다면 방법론에서 수필쓰기의 자유는 무한대라고 보아야 합니다. 수필전문지는 시와 소설보다 더 자유롭게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습니다. 자유를 만끽하는 글이 곧 수필이므로 수필의 특징을 살려야 합니다.
정: 문인들의 숫자가 늘면서 지역중심으로 문학단체가 활성화되었고 중앙의 기능은 약화하고 있습니다. 구심점이 되어야 할 협회는 회원들을 위해 어떤 모습으로 나야할까요.
김: 지역중심의 활성화는 아주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지방자치제가 되면서 문화예술분야에도 핵분열이 일어난 것은 사실이고 기능과 기금이 지방으로 분산되어 균형을 잡았다고 보는데요, 굳이 중앙의 기능을 살리자면, 중앙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라, 세계, 인생 등 - 세계적인 교류가 있어야 위상도 따르겠지요. 잡지는 잡지대로 중앙과 지역작가의 발굴에 노력해야 하고 필자중심의 새로운 글, 깊이가 있는 글, 전문분야의 필자를 선정해야 합니다.
정: 변화가 빠른 시대입니다. 왁벽하게 익혀 작가로 등단하기 보다 배우면서 익힌다는 말이 있듯 등단하고 꾸준하게 공부를 해나가는 실정입니다. 다산 정약용은 문인이 되기 전에 갖추어야 할 기본을 말하면서 인仁 을 강조하였습니다. 문학후배들에게 좋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 문학이 도구로 사용되면 안 되기에 그런 말을 남긴 것 같습니다. 다른 이익을 챙기기 위해 문학인이 된다면 진짜 문학인이 피해를 보겠지요? 다산이 살았던 그 시대에도 오로지 출세하기 위해 과거공부만하여 사회 문제를 일으킨 선비들도 있었으니 무슨 일이든 사람 됨됨이가 되고나서 뜻을 이루라는 충고지요. 인간의 내면과 외면이 균형을 이루어야 문학도 성숙하고 품격도 완성되어 향기나는 글이 됩니다.
정: 신묘년 선생님의 귀한 말씀 감사드립니다. 부디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날씨가 풀리면 좋은 곳에서 선생님을 모시고 다시 덕담을 듣기로 하겠습니다.
김시헌 : 1965년 <현대문학>등단. 중등 교사 퇴임. 한국문인협회 고문.
영남 수필문학회 회장. 수필문학대상. 신곡문학상. 경북문학상.
2010년 수필의 날 수필문학상
수필집 『오후의 사색 』『허무의 표정』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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