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현재 문학공부를 하거나 등단한 신작가들이 갖고있는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질문을 받아서 한국수필에 매달 싣고있는 Q&A코너입니다
질문
작가활동은 어디까지를 말하는 것입니까? 단순 집필인지, 대외적 작품발표와 교류, 작품집출간인지요. 그 모든 것을 잘하고 싶지만 경제적. 시간적으로
부담이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등단을 하면 몇 군데의 단체가입을 권유하는데 꼭 해야 하는지요. 문학단체의 종류도 많아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작가활동은 어디까지인가
한국수필가협회 편집주간 권남희( kessay1971@hanmail.net)
문학단체 가입은 자유
1970년대 불과 몇 백명이던 (사) 한국문인협회 회원 수가 만 오천명을(수필분과 2500명) 넘으면서 문학단체는 이제 그 성격과 기능이 다양하고 활동도 광범위해졌습니다. 그만큼 사회 각 분야에서 문학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도 많아지고 작가가 되는 일에 주저하지 않으며 자부심을 갖고 참여하는 시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학지를 통해 등단과정을 거치면 자연스럽게 몇 군데 단체가입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월간<한국수필>로 등단하신 분은 전국 규모 단체인 <사단법인 한국수필가협회>에 입회하게 되고(다른 문학지도 입회가 가능함) 다시 월간<한국수필> 등단자 모임인 ‘한국수필작가회’ 동인모임에 가입하라는 권유를 받게 됩니다. 이렇게 같은 문학지 등단자끼리 모여 만든 동인지 성격의 동아리부터 장르별,지역별, 출신학교, 종교별 단체, 국제펜클럽기구등 등 문학단체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가입은 강제성을 띠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의 판단의지에 따른 자율로 맡길 뿐입니다. 때로 활동하지 않는 것에 대해 소외감과 피해의식을 갖는 분도 있는데 타인과 비교하고 남을 의식하는 자의식은 버리기를 바랍니다.
과거 문맹시대나 계몽시대 소수정예의 몇 몇 작가들이 전성기를 누리던 시대와 고학력시대에서의 작가활동은 분명 다른 점이 있습니다. 문학단체를 ‘패거리문학’이라 비하하는 일부문인도 있지만 그것은 어떤 의도성을 갖고 단체를 결성하거나 정치적 목적에 단체를 이용하고자 할 때를 경계하라는, 진심어린 충고라 하겠습니다. 가수도 혼자보다 10명 이상 그룹으로 활동하고 자칭 타칭 사진작가가 10만명, 화가 3만에서 5만명이 활동하는 사회에서 숫자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집필과 대외적 발표
모든 작가활동은 기본적으로 글쓰기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글을 쓰지않는 작가는 있을 수 없겠지요. 어쩌다 ‘작가타이틀’이 필요해서 등단했다가 문단에서 실종되는 작가도 있습니다만.
예술활동은 자아실현의 욕망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아실현은 정체성 찾기와 같아 자신의 정신세계를 어떤 형태로든지 만들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따라서 일기글이 아니라면 아무도 모르게 글을 써서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혼자 만족하고 싶어 글을 쓰는 사람은 없다고 봅니다. 글 쓰는 작업은 혼자하는 일이지만 그 외의 만남이나 교류는 외향성이기에 개인기질에 따라 활동의 폭이 달라진다고 봅니다. 금지 항목이 많아 출판사업이 묶여있던 1980년대 초에 비해 문학지가 자유를 얻어 발행이 많아진 것은 환영할 일입니다. 그만큼 작가들에게 지면이 많아졌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인터넷을 통해 산문형태의 글을 발표해야 하는 블로거, 카페 운영자, 네티즌들이 작가가 되면 그들이 운영하는 사이버 공간은 작가의 집으로 재탄생하는 일거양득의 기회를 갖게 됩니다. 종복이나 나꼼수에 비하면 작가들은 얼마나 우리 사회에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사회기반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국내나 해외 어디에서든 작가들은 서로의 글을 읽고 감상하며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의식을 가지고 작가활동을 즐기며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밝히는 작가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다립니다.
교류에 대해
문학 세계의 교류는 여러 가지라 생각합니다. 강연이나 세미나에 참석하는 것, 문학기행에 합류하는 일, 해외 세미나, 작품집 교환을 통한 감상과 평,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의 모든 만남은 교류입니다. 이제 만남이 반드시 얼굴을 맞대지 않아도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사이버공간을 통한 교류로 앉아서 세계적인 만남까지 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만남을 통한 교류는 작가의 의식세계를 넓혀주는 계기가 된다고 하겠습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기에 만남이 현대사회의 전유물은 아니었습니다. 잘 아는 일이겠지만 조선시대 사대부에서도 양반들이 즐기던 문학모임이 있었지요. 경치 좋은 곳에 모여 앉아 시를 짓고 서로 대구를 주고받으며 감상하고 정보를 나누고 시류를 논했습니다. 다산 정약용도 500여권의 저작물이 결코 혼자 해냈던 것은 아닙니다. 제자들과 자료를 모으고 토론하고 검토를 한 끝에 주제별로 책을 묶어냈던 것입니다. 『노인과 바다』를 쓴 미국 소설가 헤밍웨이도 파리에서 7년 동안 체류하면서 많은 유명작가들과 교류했습니다. 위대한 개츠비를 쓴 스콧 피츠제럴드. 제임스 조이스 . 거트루드스타인 ,피카소 등과 문화적 소통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리나라도 1940년대 들어 박목월 박두진 조지훈 시인 등의 청록파그룹 활동 이후 여러 동인들이 만들어졌고 1960년대 이후는 대표적 여성시인 모임으로 청미동인( 김남조 허영자. 김후란 이경희 등)이 있습니다.
튀니지의 시디부사이드 카페드나트는 모파상. 앙드레지드 화가 파울 클레. 알베르 카뮈, 등이 찾아들어 저녁이면 튀니지 젊은 문학도들과 함께 인생을 문학을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그후로도 수많은 예술가들이 그곳에서 교류하며 영감을 얻고 우정을 쌓기도 했습니다.
프랑스 시인 장콕토는 연극. 음악회, 살롱을 출입하며 스트라빈스키 등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피카소, 시인 아폴리네르, 막스쟈코브 등 여섯명의 젊은 예술가들과 공동작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그런 살롱문화가 더 오픈되고 확장되어 공식적인 단체성격으로 발전하였다고 봅니다. 시간상. 경제력을 이유로 이런 점들이 불가능하다면 정신여행을 통한 만남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봅니다. 오늘도 수많은 책들이 읽어주기를 기다리며 태어납니다. 손에 들고 틈나는 대로 책을 읽는 일도 작가의 문학세계를 풍성하게 해주는 일종의 통섭입니다.
작품집 출간의 중요성
1990년 초만 해도 등단하고 10년 동안은 신인이라고 문단선배들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을 것입니다. 그 말에는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작가적 의식으로 내공을 쌓을 것과 겸손할 것, 문학은 지식자랑이 아닌, 지혜가 깔린 인간 정서의 수용이라는 점, 문단선배를 배려하는 질서 안에서 처신하기 등입니다. 이제 그렇게나마 안내를 해주는 선배도 귀해졌습니다. 지식인 사회, 정보사회로 진입한 지금 신인작가는, 사회적으로 명망있는 엘리트들이 대부분이고 전공분야에 엄청난 경력이 쌓인 신인부터 경제력을 갖추고 해외여행은 물론 다양한 문화경험을 한 계층이 유입되는 상황입니다. 작가세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며 문학단체의 임원으로 영입되기도 합니다. 이렇듯 작가가 될 수 있는 유리한 사항들을 모두 갖추었다 해도 어쨌든 문단에서 가장 중요한 반석은 자신의 이름으로 된 작품집입니다.
몇 년 전 프랑스 대표적 문예지 NRF(La Nouvelle Revue Francasise) 미셸 브도르 편집장이 한국에 와서 한국문단의 특이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한국에는 작품집도 없으면서 작가라고 소개하는 이상한 현상과 서사상이 없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데도 안이한 태도로 일관하는 한국문학계에 체질개선을 요구한 것입니다. 단편 한 편으로 등단하고 작가라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자신의 이름이 박힌 장편집’을 강조했습니다. 작가에게 자신의 이름을 단 작품집은 생명이나 마찬가지라 할 수 있습니다. 작품집이 없는 것은 요리사가 요리를 해본적도 없으면서 요리사직함을 갖고 있는 일이라 하겠습니다. 물론 건축분야에 자기 이름의 건축물이 없으면서 콘셉트 아티스트처럼 생각을 조직하고 전시기획으로만 이름을 날린 엘리자베스 딜러 건축가도 있지만 좀 다른 이야기라 하겠습니다.
이제 막 한권의 작품집을 출간하면서 ‘누가 내 책을 읽어주겠냐’는 한탄도 접어주시기 바랍니다. 무슨 일이든 정성과 진심, 적극적 태도가 필요합니다. 패션 디자이너는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돈을 쏟아 부으면서 전혀 안 팔릴 수도 있는 옷을 디자인하여 패션쇼를 하고 화가는 작가보다 더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전시회를 준비합니다. 무용가나 음악가 또한 오는 사람 없어도 비싼 대관료를 들여 공연활동을 벌입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문학활동도 열심히 하시기 바랍니다. 아무리 신변잡기라 비하해도 남의 이야기를 써내는 일보다 자신만의 경험이 자기의 글 속에서는 완벽한 창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경험을 기억력으로 나열하는 것이 아닌 사색으로 잘 버무려내는 노력은 필요하겠지요. 반복은 반전을 불러온다 했습니다. 마라톤 정신으로 끈기있게 정진하기 바랍니다.
여러분에게 창의력을 더해주는 몇 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2011년 12월 한국수필가협회 송년행사 및 문학상 시상식 (앞줄 왼쪽 지연희문파문학발행인. 고동주 수석 부이사장. 한동희 자문위원.유혜자 전 이사장. 정목일 이사장 .유상옥 부이사장. 이숙 고문. 박영희 이사 . 김경실 부이사장 . 김녕순 운영이사. 한복입은 김영미 올해의 수필작가상 수상자 )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 도서추천
1.『생각의 탄생 』로버트루트번 스타인 . 미셸루트번 스타인
2.정민의『다산 정약용의 지식경영법』
3..조지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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